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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죽음 그리고 죄’ 끝나지 않은 고백
‘가족 죽음 그리고 죄’ 끝나지 않은 고백
  • 김정엽
  • 승인 2013.04.23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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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삼인삼색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

지난해 국제경쟁 심사위원과 ‘위기의 여자들’을 상영하며 전주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던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58). 올해도 디지털 삼인삼색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STRANGER WHEN WE MEET)’으로 다시 전주를 찾았다.

‘사랑의 예감’, ‘위기의 여자들’, ‘일본의 비극’, ‘백야’ 등 전작에서 가족 죽음 그리고 죄(罪)에 대해 이야기했던 그는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에서도 이 카드를 선택했다. 그간 4편의 영화에 직접 출연하며 보여줬던 자기 고백적인 이야기가 이어진다.

영화에서 남편 가와무라 료이치가 도쿄에 출장을 간다. 이 사이 아내 유키코는 초등학생 아들 겐지와 함께 내연남과 외출에 나선다. 하지만 자동차 사고로 아들 겐지는 죽고 유키코도 평생 한쪽 다리를 절어야 하는 장애를 안게 된다. 료이치와 유키코는 여전히 함께 살지만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말도 오가지 않는다. 매일 같은 식당에 가서 마치 남처럼 점심을 함께 먹는 모습이 묘한 심리적 동요를 일으키게 만든다.

이번 작품은 내용·형식적 측면에서 지난 2007년 발표한 ‘사랑의 예감’과 닮아 있다. ‘사랑의 예감’은 살인 사건으로 딸을 잃은 남자, 죄책감에 시달리는 가해 소녀의 어머니 이야기다. 둘은 일상에서 마주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서로를 지나친다. 하지만 어느새 서로를 소중한 존재로 느끼게 된다.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은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의 시나리오 초고는 ‘사랑의 예감’을 발표할 당시에 쓴 것이지만 여러 조건상 실현하기 어려웠다. 실화는 아니지만 부부 사이의 용서를 그리고 싶었다. 결국 내 아내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누군가는 고바야시 감독에 대해 “아마도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겠느냐”며 “그가 워낙 술을 좋아해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죽음에 대해 자각하게 됐고 가족의 소중함을 영화로 표현한 것 같다”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고바야시 감독도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죄인의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적인 관점을 빌어 말하면 결국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죄를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사람은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번 영화에서도 ‘사랑의 예감’에서 보여준 형식적 실험은 계속된다. 언어적 소통을 전혀 하지 않는 괴이한 부부를 다룸으로써 부부 관계 속의 이방인을 그려냈다. 또 내면의 갈등을 생생히 묘사하기 위해 무성영화의 요소를 빌린 영화적 실험을 감행했다.

“경애하는 트뤼포 감독처럼, 열병에 걸린 것처럼 영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던 그는 이번 영화도 속전속결로 찍었다. 그는 “항상 즉흥적인 방식으로 마지막 순간에 모든 걸 걸고 영화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짧은 제작 일정이지만 전혀 문제없었다”며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관객들을 안심시켰다.

이어 “‘디지털 삼인삼색’을 통해 디지털이 아니면 불가능한 영화 제작 실험과 필름 시대가 지녔던 보편성을 동시에 불어넣고 싶다. 나는 디지털 영화가 비주류가 아닌 주류 문화로서 계속 남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삼인삼색’은 그 선도자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에서 한국어 대사로 한국 배우만을 캐스팅 해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기획은 올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의 프로젝트 마켓에 출품할 예정이다. 다가오는 시대의 영화 제작은 국가와 국가, 회사와 회사 간의 공동 제작이 아닌 제작하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연대가 중요하다. 나는 전주와 그 근교에서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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