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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라 ‘X새끼’야
잘 가라 ‘X새끼’야
  • 이화정
  • 승인 2013.04.23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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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폿스파이어, 로랑캉떼 감독
▲ 1961년 프랑스 출생, 다큐멘터리 '철야'로 영화계 입문. '타임아웃'(2001)으로 '제58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평화영화상·돈키호테상, '클래스'(2008)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수상.

그러니까, 문제는 사회였다. 외롭고 가난한 10대. 행운 따위는 애초부터 봉인된, 희망이라곤 찾을 길 없는 가난에 내몰렸다. 어떤 남성들에 의해 성을 유린당하기도 했다. 마치 식칼이 폐부 깊숙이 찔러 들어오는 듯한 고통이었다.

로랑 캉테 감독의  ‘폭스 파이어’는 사춘기 시절 지독한 성장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자신을 위무하기 위한 영화다. 이 영화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성폭력을 경험하고 난 뒤 상처 입은 소녀들이 다시 세상에 맞서는 과정을 그렸다. 갱단(‘FOXFIRE)으로 변신한 소녀들은 남성들을 유혹한 뒤 돈을 갈취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이 그들에게 가한 폭력의 방식을 고스란히 되갚음으로써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영미권 대표 작가인 조이스 캐롤 오츠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가슴팍에 돌덩이 하나 얹은 것 마냥 답답할 수 있을 것이다. 

- ‘FOXFIRE’는 조이스 캐롤의 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어느 정도 원작에 충실했는가.

“소설은 흐릿한 기억을 따라간다. 영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된다. 예를 들어 소설에서는 갱단 ‘폭스파이어’가 해체되고 난 몇 년 뒤 매디(Maddy)는 이야기들을 한 데 모은다. 영화를 위해 몇 번의 대본 작업과 이후의 수정작업을 거쳤으나 여기 저기 흩어진 것들을 순서대로 만들어 보려는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영화에서는 갱단을 조직하고 그 안의 삶과 갱의 해체에 관한 내용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소녀들이 가진 에너지를 가능한 자세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매디의 내레이션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관한 당혹스러운 기억으로 인해 느끼는 현기증에 관한 것이다.”

- ‘HEADING SOUTH’ 이후 당신의 모든 영화가 다 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 다르다. 종종 영화 대본이 삶의 복잡성과 비교해 봤을 때 지나치게  ‘논리적’이라 여겼다. 책은 영화보다 원인과 결과를 풀어내는 방식이 어렵고 또 그것을 알려주는 시각적인 자료가 많다. 내가 소설에서 찾는 부분은 이런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항상 이전에 일어난 대로 어떤 일이 자연스레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분명히 보여주려고 한다. 그래서 하나의 정확한 장면을 꼬집는,  ‘말하는’ 장면은 피하고 싶다. 의미를 확연히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병렬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각본을 쓸 때 사실인 내용은 편집할 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의미, 시제를 모호하게 만드는 순간을 재구성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 영화의 배경이 된 1950년대를 어떻게 바라봤는가.

“나는 미래는 밝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내가 관심 있는 미국의 모습은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에 있는 내용보다 더 과격다. 이 책은 미국 자본주의 경제의 화려함에 관한 역사를 넘어서서 계급투쟁, 인권 운동, 파업 등과 같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역사에 관한 문제도 다룬다. 그 시절의 투쟁은 오늘날 투쟁의 ‘현재 진행형’이라 여겼다.”

-로랑 캉테가 시대극 영화 필름을 만드는 게 놀랍게 느껴진다.

“시대극 영화를 하게 된 이유가 또 있다. ‘THE CLASS’를 영화로 옮길 때 했던 방식을 차용 해 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1950년 미국 시대처럼 자연스럽게 그려보면 어떨까 했다. 이렇게 하면 머릿속에 남아있는 유명한 많은 영화의 클리셰를 불러들일 수 있다 고 생각했다. 많은 역사적인 영화들은 세팅이나 복장 혹은 그 시대에 사용했던 언어를 보면 그 시대를 대변하는 박물관에 온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 영화에서 다소 작위적이지만 1950년대를 자연스레 연상되도록 노력했다. 이 영화의 진행 방향은 내레이션을 취해 고전적 부분과 손으로 촬영하는 방식, 다큐멘터리 액자 방식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면을 두루 포함시켰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촬영 기법과 주제에서 모두, 시간을 초월하는데 중점을 뒀다.”

- 주인공은 어떻게 선발했나.

“‘THE CLASS’ 주인공을 뽑을 땐 우리 팀이 설정해 놓은 워크샵을 자발적으로 방문한 사람들을 두고 뽑았다. 반면 이번 영화에서는 내가 직접 배우들을 찾아 다녔다. 토론토에서 한 달간 머물렀는데 10대 청소년을 만날 수 있을 만한, 모든 장소를 돌아다녔다. 학교나 문화센터나 소년원 등등. 캐스팅 감독도 인터넷에 공고를 띄워 500여 명의 청소년들을 심사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배우를 뽑는 것과 뽑아놓은 배우들을 갱단에 같이 녹여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 이전 작품에서는 중요시 했던 가족 간 관계가 이번에는 부차적으로 보이는데.

“조이스 캐롤 오츠는 레그를 부모가 사랑으로 신경을 써 주지 않은 허클베리핀과 비교했다. 그들 부모는 제가 많아서 자식을 놔둘 수밖에 없었다. 매디 엄마는 딸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의지한 채 살아가고 있고, 레그 아빠도 생활보호 대상자에다 알코올 중독으로 살아간다. 영화 속 소녀들은 이미 버림받은 이들의 자식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에겐 이미 부모조차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모들과 머리를 박고 싸울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이미 그들에겐 부모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아이들이 어른이 되기까지 너무 어두운 성장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지.

“사춘기 시절이 제일 힘든 시기였다. 나이가 많이 들었어도 잘 잊혀지지 않는다. 인생을 혼자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았고, 그러나 언제나 순한 양처럼 행동해야 하는 상황이 나를 더 내성적이고 움츠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내가 찍은 사춘기 시절은 비교적 순수한 시절을 강조한 것이다. ‘THE CLASS’ 이후 오츠의 소설을 차용하고자 했던 내 바람이 꾸준히 청소년에 관한 영화를 계속 만들라는 마음의 빚으로 남게 된 것 같다.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 많은 것들이 결정되어 버리는 순간들과 우리가 한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순간들을 되돌아보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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