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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츠라시마 섬'에서도 난 '타협'하지 않았다.
'카츠라시마 섬'에서도 난 '타협'하지 않았다.
  • 이화정
  • 승인 2013.04.23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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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골기질' 존 조스트 감독
 

궁금했다. ‘반골 기질’이 다분한 비타협적‧비전형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온 존 조스트 감독(69)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어떤 영화를 들고 왔을지. ‘영화보다 낯선’에 초대된 두 편의 영화 ‘카츠라시마 섬의 꽃(THE NARCISSUS FLOWER OF KATSURASHIMA‧이하 카츠)’과 ‘타협(COMING TO TERMS)’에 관해 묻는 이메일 인터뷰는 그러나 겉돈다는 인상이었다. 감독은 마치 허공의 구름 같았다. 미국의 의무병역제를 거부한 뒤 복역하는 걸 선택했을 만큼 수직에 내리꽂는 벼락같은 강렬함은 지금의 감독에게는 찾아볼 수 없었으나 오히려 종잡을 수 없다는 인상을 받게 했다. 우리네 사는 모양과도 겹치는, 덤덤하게 시선을 응시한 영화에서 되레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올해 출품작만 놓고 보면 별로 낯설지도 않지만, 충분히 낯익지도 않은, 이상한 인상을 남기는 거다. 

- JIFF 참여 소감이 어떤지.

“솔직히 내 나이가 70세가 다 되었고, 여행은 물론 영화제도 많이 찾아 다녔다. 그래서 영화제 가는 게 그렇게 흥분되지는 않다. 오히려 내가 하는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이 든다. 충분히 즐길 준비는 돼 있다.”

- 한국과 인연이 남다른 것 같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교수로도 재직, 전주영화제도 2001년, 2006년 찾았던 것으로 안다. 한국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사실, 전주 영화제는 5번 갔다. 그때 참여했던 영화는 ‘6 Easy Pieces’, ‘Muri Romani’, ‘OUI NON’, ‘La Lunga Ombra’, ‘Over Here’, ‘Swimming in Nebraska’이다. 서울 살 때 영화제에 출품작 없이 전주영화제를 한 번 찾았고, 다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을 맡다가 한 교수가 연세대에서 강연을 해 달라고 해서 갔고, 그 이후 교수를 4년 동안이나 했다.”

- ‘카츠~’에서 카츠라시마 섬을 배경으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2011년 3월 11일에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과 쓰나미 이후 ‘야마가타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다녀왔다. 야마가타 지역이 지진과 쓰나미로 피해 입은 지역과 가까이 있어서, 그곳에 있는 동안 피해 입은 지역을 좀 더 가까이 보고 싶었다. 야마가타 영화제에서 카츠라시마 섬에 대한 정보를 좀 알 수 있었고 거기서 이틀 반을 보낸 것 같다.”

- 영화 ‘타협’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는지.

“직접적인 답은 못하겠다. 나는 영화 제작자가 ‘시인’ 내지는 ‘음악가’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메시지’는 영화에서 사용된 언어와 아주 긴밀한 관련이 있다. 영화를 찍으면서 흥미롭고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았으나 굳이 그런 장면에 말을 덧붙이고 싶지 않다. 만약 어떤 사람이 설명을 듣고 나서 그 장면을 보게 되면, 영화의 외적인 요소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있다는 경험에서 벗어나 스스로 무엇을 느끼느냐가 중요하다.”

- ‘타협’에서 제임스 베닝 출연 계기와 영화에 관한 조언이 받았는지.

“제임스와 알고 지낸지 거의 40여 년이 되었지만 그닥 친하지는 않았다. 영화제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좀 친해졌다. 그가 교편을 잡고 있는 학교를 방문해 혹시 내 영화에 출연해 줄 수 있겠냐고 물었는데, 그는 ‘연기’하는 건 싫지만 출연하겠다고 흔쾌히 응해줬다. 영화에서 그의 역할은 해체된 가족에서 매정한 아버지 역. 이 영화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그는 매우 훌륭한 배우였다. 특히 제임스는 이 영화의 첫 장면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일종의 경의를 표하는 의미 같아서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 좋았던 장면을 작업하면서 잃어버렸다. 그는 캘리포니아로 떠난 뒤에도 나를 위해 다시 출연해줬다.”

- 영화를 찍을 때 중요한 대목은.

“솔직해 지는 것. 그것이 나 자신에게든, 영화의 소재든, 배우들에게도, 나아가서 관객에게.”

- ‘카츠’나 ‘타협’에서 감독은 굉장히 절망적인 상황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게 의아했다. 분노하고 싸우고 그런 모습이 더 인간적이지 않나.

“나는 예술가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단순하게 드러내려고 한다. 일본 예술작품과 건축과 같이 투명할 때, 단순할 때, 명료할 때 더 정직하게 표출된다. ‘카cm’에서 배우들에게 “뭘 말해라, 뭘 해라” 하고 지시하지 않았다. 그들은 영화 속에서 하고 싶은 말을 그냥 한 것뿐이다. 주목할 점은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오도록 질문을 던지는 인터뷰 형식이 아니라, 그들이 편안하게 그날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또 소망하는 바를 얘기 했을 뿐이다. ‘타협’에서는 긴장감이 확연히, 그러나 은연중에 드러났다. 나는 관객에게 확연하게 드러나는 분노와 다툼 대신 가족 내부에 있는 내적 긴장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다 진실하게 다가가려고 했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게 지치지는 않나.

“전혀. 뭔가 새로운 일은 찾는 게 흥미롭다. 나는 전에 봤거나 했던 일을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예술은 인간에 관한 진리를 반복해서 다룰 수 있으나 다르게 표현해 냄으로써 살아있고 새로운 것으로 만들 수 있어서다.”

- 영감은 어디서, 어떻게 얻나.

“살면서, 생각하며. 또 관찰하고, 배우면서.”

- 가장 좋아하는 나라가 있다면.

“나는 내가 현재 있는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특별히 좋아 하는’ 장소는 딱히 없다. 어느 곳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다. 나는 한국 건축물, 농부들의 옷차림, 결혼 예복, 음식, 음악(K-pop은 빼고), 젊은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판소리가 좋다. 나는 대부분 한국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마구잡이식 건축물을 좋아하진 않는데 이는 시각적으로도 혼잡해 보이며, 별로 감흥도 없어 보인다.”

- 전주영화제에서 인상 깊게 본 영화가 있다면.

“페드로 코스타 감독의 JIFF 회고전에서 ‘행진하는 청춘(Colossal Youth)’과 제임스 베닝 감독의 ‘루르(Ruhr)’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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