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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폭력이 만든 영웅
보이지 않는 폭력이 만든 영웅
  • 이화정
  • 승인 2013.04.23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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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영화 '샤히드' 한살 메타 감독
 

“영웅이 없는 시대는 불행하지만 영웅을 요구하는 시대는 더욱 불행하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이 말은 묘하다. 영웅 없는 시대의 불행은 영웅이 나타나 해결해버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비욘드 발리우드 특별전’에서 만나는 한 살 메타 감독의 영화 ‘샤히드(SHAHID)’의 주인공이 바로 그런 케이스. 샤히드 애즈미는 인권과 정의의 투사를 자처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투옥됐다가 죽음을 맞기에 이른다. 피해자는 선연한데 가해의 책임자는 흐릿한 일상의 폭력성. 감독은 이런 그로테스크한 사회에서 버텨내야 했던 샤히드 생애를 끄집어내 호명해서 운다.

- 전주국제영화제 첫 방문의 소감은.

“JIFF에 참여하게 되어 매우 떨리고 흥분된다. 출품 영화 명단도 훌륭하고 세팅도 매력적이다. 영화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수준 있는 관객들에게 내 영화를 소개하게 되어 매우 영광으로 생각한다. 또 이번에 전주를 방문해서 전주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되어 무척 기대하고 있다.”

- 한국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영화 ‘샤히드’는 지금 우리 시대에 관한 영화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영화다. 영화 배경이 인도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불평등‧투쟁과 정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가 한국 관객들에게도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면 한다. ‘샤히드’는 이미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선전한 영화이다. 이 영화를 통해 한국 관객과 더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고 내 영화에 대한 반응을 듣고 싶다.”

- ‘샤히드’ 제작 배경은.

“‘샤히드’는 짓밟힌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인권 운동가이자 변호사인 샤히드 애즈미(Shahid Azmi)라는 사람의 실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샤히드는 정부에 의해 무고하게 ‘테러리스트’라고 낙인찍혀 스스로 변호할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을 위해 용감하게 변호했다는 이유로 2010년 2월 살해당했다. 그는 자원해서 이교도와의 투쟁 ‘지하드’ 훈련 캠프에 참여했다가 감옥에서 약 7년간 지내다 인권과 정의의 투사가 됐다. ‘샤히드’는 우리 시대에 관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고무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다.”

-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이 전문 연기자인가. 실화를 영화로 표현할 때 현실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점에 신경 썼는지.

“영화에 나온 배우들은 영화를 찍어 본 경험이 없거나 한두 번 정도 영화를 찍어본 배우들이다. 배우 캐스팅을 맡았던 무케쉬 츠하브라(Mukesh Chhabra)은 영화의 캐릭터 하나하나가 실제적이고 생동감 있게 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나에게는 각 배우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잘 이해하고 유기적으로 각 장면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작업이었다. 영화의 대부분은 즉석에서 만들어진 부분도 있고 주인공들이 거주하고 있는 직장이나 집에서 찍은 부분도 있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는 그 앵글 앞에서 펼쳐지는 삶의 목격자 역할을 하고 있다.”

- ‘샤히드’가 영화로 개봉되기까지 인도 정부의 압력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대응했는지. 또 정치적 소신을 피력할 필요가 있는가.

“이 질문은 사실과 다르다. 이 영화는 이제 막 상업영화로 개봉되었기 때문에 그간 정부의 압력은 없었다. 사실 정부 검열기관에서도 장면 삭제 없이 검열을 통과 시켰다. 우리도 물론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응당 이 영화를 반대할 것을 예상하지만, 내 생각엔 일단 그들이 이 영화를 보게 되면 곧 침묵하게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인류의 영혼과 위엄에 대한 아주 보편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다. 어떤 특정한 종교나 인종이나 카스트에 대한 영화가 아니란 뜻이다.”

- 영화감독이 된 이유는, 그간 내놓았던 영화를 소개한다면.

“내가 왜 영화감독이 되었는지 나도 알고 싶다.(웃음)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이유는 내 이야기와 생각, 관심사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고 영화를 통해 더 많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인도 내 철학적인 영화를 만들려는 새로운 움직임(parallel cinema movement)이 거의 죽어 있을 때, 나는 1998년 자야트(Jayate)라는 독립영화 제작자와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이후에 찍은 영화가 ‘Don’t Take it To Heart’(Dil Pe Mat Le Yaar‧2000)다. 이 영화는 뭄베이 같은 대도시의 많은 이주민들에 관한 블랙 코미디다. ‘Deceit’(Chhal‧2001)라는 갱스터 영화도 제작했다. 영화의 내용이 진부하긴 했으나 이 안에 캐스팅, 내러티브, 다양한 기술 등을 접목해 시도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후 내가 찍은 영화는 번번이 나의 기대와 어긋났다. 대세에 충실히 따르는 영화를 만들려다 보니 스스로 확신이 부족했던 영화를 찍었다. 그러나 ‘샤히드’야 말로 내가 영화로 다시 돌아오게 된 이유이며 깊은 정신적 성찰의 결과물이다.”

- 좋아하는 한국 영화 혹은 감독이 있다면.

순간적으로 떠오른 이들은 봉준호‧박찬욱‧김기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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