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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영화로 인도한 인디아영화 말하다
소녀, 영화로 인도한 인디아영화 말하다
  • 이화정
  • 승인 2013.04.23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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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영 프로그래머

강민영 프로그래머(29)를 처음 본 건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코앞에 둔 분주한 사무실에서였다. 머리를 대충 질끈 묶고 뿔테 안경을 쓴 강 프로그래머를 봤을 때 정수완 前 프로그래머를 닮은 듯 했다. 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있었으나 수줍음을 늘 많이 타서 소녀 같았던 분위기가 포개졌다.

전주국제영화제가 강 프로그래머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아닐까 싶다. 사실 전주영화제와의 인연은 질겼다. 2006년 처음 관객으로, 이듬해 독립영화 비평지 ‘필름에 관한 짧은 사랑’ 기자로, JIFF의 데일리 기자로도 활동했다. 그러니까 벌써 7년 째 전주영화제를 들락날락한 마니아 관객. 그랬던 그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인도를 비롯해 아시아권 여행을 감행했다. 인도 문화에 관한 책을 준비하고자, 한국에 소개되지 못한 아시아 영화들을 직접 부딪치면서 찾아보자는 다소 막막한 심정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그러나 그는 돌아오자마자 이상용 프로그래머를 통해 전주영화제에 갑작스레 합류했다. 발품 팔아 수집했던 보석 같은 인도 영화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비욘드 발리우드 특별전’으로 연결됐고, 아시아 영화를 체계적으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관심은 ‘영화보다 낯선’ 등의 프로그래밍으로 이어졌다. 일련의 과정은 희한하리만큼 전주영화제에서 요구하는 바와 딱 들어맞았다.

2006년부터 거의 매년 인도를 다녔던 데에는 ‘합의되지 않은’ 매력에 있었다. 어딜 가나 비슷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우리나라와 달리 인도는 주별로 특성이 강한 층위로 이뤄져 있었다. “인도는 북에서부터 남까지 기온차가 20도가 나는, 시차까지 나는 곳이에요. 그러다 보니 각 지방에 퍼져 있는 영화도 독특해요. 하지만 류시원‧한비야씨 책으로 대변되는 철학적이고 명상적인 영화는 오히려 없어요. 우리나라 사람들만 그렇게 생각하지, 인도사람들에게 도 닦으러 왔다고 하면, 그건 너희 나라에서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묻거든요.”

평소 즐겁고, 마냥 유쾌한 영화에 끌리기 보다는 다소 지루하거나 어렵더라도 새로운 형식미를 중시하는 영화들을 챙겨보는 편이었던 그는 “다른 곳에선 절대 개봉되지 않을 것 같은 영화들을 보고 나서도 딱히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프로그래머가 되고 나서는 고민이 많아진 듯 보였다.
“좋은 영화만 고르면 끝인 줄 알았는데, 할 일이 정말 많더라구요. 초청 업무는 정말 어려워요. 오고 싶은 감독들은 많고, 다 부를 수는 없고…. 연락이 잘 안 닿는 감독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시차 때문에 새벽에 감독에게 전화하는 일이 부지기수에요.”

그의 본래 전공은 미술. 영화평론을 끄적대다가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영화 공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2008년 5월 자신의 블로그에 ‘고다르는 영화가 죽었다고 선언했고, 트퓌포는 영화 사랑의 세 단게를 몸소 실천하며 영화 사랑을 부르짖었고 21세기의 강민영은 그들의 말에 어느 정도 감흥을 받으며 혼자서 짝사랑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나는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고 적었다. 그리고 지금,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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