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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食) 좀 봐라! '우리끼리 가봤어~'
맛(食) 좀 봐라! '우리끼리 가봤어~'
  • 이화정
  • 승인 2013.04.23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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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여행에 맛이 빠질 수 없지
 

한 놈만 팬다. 상대방과의 기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써먹던 고전적인 방법. 그러나 제대로 승부를 보려면 숨어 있는 고수를 집어내는 게 관건이다. 전주 지역 널브러진 맛 집 중 착한 가격대로 꼽아봤다. 순전히 개인적 취향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고, 전주 MBC의 ‘맛이 보인다’를 연출한 유영민 PD의 ‘독설’도 참고했다. 이 양반은 맛 집 얘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물면서 흥분한다. 대기업 간판을 두르고 내려온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음식점이 지역 맛 집을 초토화시키는 현실에 대해 강분한다. 그래서 애향심으로 삶이 녹아든 우리 지역 맛집을 꼽아봤다. 다들 잘 아는 전주비빔밥‧콩나물국밥은 뺐다.

 

국수가 섹시한 음식이라고? 누군가의 입술을 자극하는 그 보들보들한 촉감 때문이란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20~30분 정도 ‘싸드락 싸드락’(전라도 말로 힘들여하지 않고 천천히 한다는 뜻) 걸으면 당도할 수 있는 곳. 전주 남부시장 내 위치한 ‘세은이네’와 한옥마을 내 ‘30년 전통 옛날 손칼국수’이다.

‘세은이네’는 사장님 딸의 이름. 딸의 이름을 간판 삼아 12년 간 남부시장에서 국수집을 운영 중이다. 여수산 질 좋은 멸치와 신선한 채소로 우려낸 진한 육수가 인상적. 매일 뽑은 육수 한 바가지씩 담겨 다음날 끓일 육수의 씨앗으로 활용, 365일 12년 간 같은 맛을 낼 수 있는 비결이다. 고명이라고는 양념간장과 파가 전부인 소박한 국수지만, 직접 담근 집 간장이라 한 번 만 젓가락질해도 감칠맛이 일품이다. 메뉴는 물 국수와 백반이 전부. 공기밥이나 국수사리를 추가로 주문할 땐 비용을 따로 받지 않는다.

물론 전주의 유명한 칼국수집하면 전주 한옥마을 내에 위치한 ‘베테랑 칼국수’(전주 성심여고 맞은편)가 엄지손가락이다. 가게가 늘 바글바글해 기다리는 일이 비일비재. 그게 싫다면 ‘30년 전통 옛날 손칼국수’로 가도 좋다. 테이블이 6개 남짓한 이 비좁고 허름한 공간은 성심여고 후문 모퉁이에 있다. 직접 빚은 면에 깊고 진한 국물로 푸짐하게 내놓는 칼국수와 수제비, 맛깔스런 배추겉절이까지 계속 나온다.

 

여긴 좀 멀다.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일대 전북일보사 뒷골목.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사무실이 한 때 전북은행 내에 있을 때 영화제 프로그래머와 감독들이 자주 들락날락했던 ‘정둔면옥’이다. 큼지막한 닭발과 얼큰한 국물로 맛을 낸 닭곰국시(전라도 말로 국수)와 얼큰하게 볶아낸 오징어 철판국시도 인기. 별미는 볶아낸 땅콩에 물엿을 씌운 것. 한 때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있던 정성일씨가 속 시끄러울 때마다 여기 와선 이걸 씹으며 속을 달랬다는 후문.

전주 객사 인근 좁은 뒷골목에 위치한 ‘김밥 이야기’는 늘 즉석에서 김밥을 만들어준다. 점심 때 가면 10~15분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 질퍽하지도 않고 꼬들하지도 않아, 적당히 밥알이 살아있고 속 재료와의 조화가 좋다. 오이나 시금치 대신 부추를 넣어 만든다는 게 독특하다. 다진 소고기와 볶은 밥을 주먹만하게 뭉쳐 김가루에 굴려낸 못난이김밥은 겨자장에 찍어먹는다. 가장 인기 있는 참치김밥을 비롯해 소고기‧치즈‧고추김밥 등 종류가 다양하다. 밥과 함께 주문하는 라볶이는 김밥의 아성을 위협할 만큼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개운하고 얼큰한 짬뽕라면도 ‘강추’.

 

때론 예약도 안 받는다. 이 배짱 두둑한 집은 한옥마을 내 위치한 초밥 전문점 ‘스시선’. 식재료가 최상의 상태일 때만 손님에게 내놓기 때문에 예약 없이 방문할 경우 원하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가장 비싼 사시미는 계절에 따라 숙성 정도를 달리해 최고의 식감을 내놓으며, 활어차에서 스트레스 받은 광어와 농어는 상태가 좋지 않을 때가 많아 3일 정도 수족관에 보관했다가 잡는다. 초밥은 물론 수제 고로케와 계란말이의 맛도 일품. 양이 적다는 게 흠이라면, 흠.

자연산 회보다 숙성시킨 선어회를 선호한다면, 노신사들이 즐겨 찾는 ‘동락일식’도 추천한다. 군산에서 갓 잡아 올린 자연산 회를 냉장 상태에서 숙성시켜 감칠맛을 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자연산 민어와 광어를 일정 시간 무명천에 감싸 물기를 빼고 먹는 게 특징. 두툼한 회를 묵은 김치에 돌돌 말아 싸먹는 방식, 고추냉이에 찍어 먹는 것과 맛의 차원이 다르다. 사골 육수로 맛을 낸 낯선 어묵 백반도 그럭저럭. 안도현 시인이 여기를 곧잘 찾는 것은 화장실 물 내리는 옛날 방식 때문이다. 그에게는 이것마저도 시가 되나 보다. 예상했겠지만, 시설은 허름하다.

여기도 좀 멀다.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 영화를 보러 갔을 때 들러보면 좋은 곳.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앞 편의점 ‘Buy the way’ 골목으로 쭉 내려가다 보면 왼편에 등장하는 조그맣게 있는 ‘만선회센타’. 푸짐한 야채가 곁들여지는 (한치‧참치)회덮밥과 얼큰한 대구탕이 별미. 한치회 무침과 새우초밥이 에피타이저다. 디저트로 주는 요구르트가 향수를 자극한다.

영화의거리 일대 유명한 파스타집 ‘차녀’. 사장님이 실제로 둘째 딸이란다. 부부가 함께 호흡을 맞춰 요리하는 모습이 알콩달콩해 보인다. 돼지고기 등심과 버섯이 듬뿍 들어간 크림파스타와 담백한 그릴드 소시지를 곁들인 볶음밥이 인기 메뉴.

세계에서 손꼽히는 요리 대학 프랑스 꼬르동 블루에서 유학한 쉐프가 운영하는 ‘프란치아’. 매일 2번에 걸쳐 뽑은 생면은 신선하다. 점심시간엔 에피타이저, 메인 요리, 디저트로 짜여진 담백한 코스 요리가 합리적인 가격대로 준비된다. 메뉴판에는 없지만 이탈리아 만두라 불리는 ‘라자니아’도 별미다. 단, 2~3일 전 예약할 것.

스시선 = 전주시 완산구 교동 92-9, 초밥 A 8000원, 초밥 B 1만4000원, 063)285-7878.

동락일식 =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 3가 88-3, 모듬 사시미 1인 5만원, 오뎅 백반 1만2000원, 생선탕 1만2000원, 063)284-7454.

만선회센타 =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1가 1265-45, 회덮밥 9000원, 대구탕 9000원, 063)272-4336.

세은이네 = 전주시 완산구 전동 153-2, 물국수 4000원‧백반 5000원, 063)283-3376

30년 전통 옛날 손칼국수 = 전주시 완산구 교동 103-4, 칼국수 5000원·수육 1만원 063)231-3641.

정둔면옥 = 전주시 덕진구 금암1동 728-76, 닭곰 국시‧오징어 철판국시 7000원,
063)283-3376.

김밥 이야기 =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422, 김밥 3000원대, 떡볶이 3000원, 밥류 4000~4500원. 063)284-8689.

차녀 =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 2가 29-2번지, 새우베이컨토마토파스타 1만2000원, 등심버섯크림파스타 1만4000원, 그릴드 치킨 소시지 볶음밥 1만2000원. 063)285-0500.

프란치아 =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2가 750-2, 런치코스 1만8000원~2만9000원, 파스타 1만2000원~1만5000원, 063)286-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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