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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터졌네! 떠나자 빵집 로드, 배가 빵빵해질 때까지
빵 터졌네! 떠나자 빵집 로드, 배가 빵빵해질 때까지
  • 이화정
  • 승인 2013.04.23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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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 향기보다 사람의 향기가 더 맛있게 떠도는 곳이다. 전북을, 아니 전국을 대표하는 빵집이 돼버린 군산 ‘이성당’과 전주 ‘풍년제과’는 ‘빵 장인’의 땀과 눈물의 의지로 구워낸 빵을 내놓아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아성(牙城)을 무너뜨리고 있다. 최근엔 이성당은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 풍년제과는 서울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납시는 귀한 몸이 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빵집, 이성당의 시계는 오전 7시30분부터 시작된다. 1980년 초에 시작된 ‘모닝 세트’(토스트+샐러드+우유)로 문을 연다. 딱 오전 10시까지만 5000원에 판매되는 모닝세트는 없어서 못 판다. 마치 찌개를 연상시키는 야채스프(그 맛이 오묘해 ‘마녀 스프’로 불리기도)와 구운 식빵 4조각, 계란 프라이, 샐러드, 우유로 구성된 이 모닝세트를 먹기 위해 줄서는 일은 기본. 하루에 2~4번씩 굽는 이성당 빵을 맛보기 위해 십여 미터씩 줄을 서는 광경은 너무 흔하다. 그만큼 이성당 빵을 향한 ‘펜심’은 두텁다.

일제시대 1920년대 중반 문을 연 이성당은 초반 빵 대신 화과자를 만들어 팔았다. 1945년 해방 뒤 일본인 주인이 떠나자 인근에서 조그만 빵‧과자공장을 하던 이석우씨가 가게를 인수했다. 가게 이름이 ‘이성당’이라 불린 것은 이(李)씨 성(姓)을 가진 사람이 운영하는 빵집을 의미해서다. 작고한 이종사촌 조천영씨에 이어 얼마 전 돌아가신 시어머니 오남례씨와 아들 조성용씨에게로 이어진 가게는 현재 조씨의 아내 김현주씨가 맡고 있다.

이성당의 난공불락(難攻不落) 전략은 제대로 된 팥 앙금 빵과 야채 빵. 결과는 이성당의 압승이었다. 그 비법이란 재료값 아끼지 않고 야채소, 앙금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다.

이성당의 빵은 참 배부른 빵이다. 전반적으로 크기가 큼지막하다. 이성당의 ‘효자 빵’이라 불리는 팥 앙금 빵(1200원‧130g)은 실제로 껍질은 40g, 팥이 90g을 차지한다. 껍질은 얇고 팥 앙금이 두터운 게 특징.

부드러운 양갱에 가까운 찰진 팥 앙금에선 계산할 수 없는 넉넉함이 느껴진다. 최근엔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쫄깃한 맛을 더 살렸다. 일각에선 팥빵이 너무 단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김현주 사장이 오랜 실험 끝에 고집하는 것이다. 추억의 빵을 먹기 위해 오는 고객들의 입맛에는 달달한 팥빵이 익숙해져 있다는 판단.

또 하나의 인기 메뉴 야채 빵(1400원)도 없어서 못 판다. 다른 빵에 비해 시간과 노력이 세 배 이상 들어가는 야채 빵은 오후에 가면 떨어져서 구경하기도 힘들다. 튀기지 않고 구운 야채 빵은 아삭아삭한 양배추가 씹히는 맛이 일품. 우유, 달걀 대신에 쌀과 소금으로만 만들어진 ‘블루빵’(2500원), 찹쌀떡보다 더 쫄깃한 ‘구운 모찌’(1200원) 등 계속되는 새로운 메뉴 개발은 이성당이 왜 지금까지 건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가 된다.

방부제, 유해 식품 첨가물이 하나도 없는 팥소 또한 이성당의 대박 비밀. 남편인 조성용 대표가 운영하는 가공공장 ‘대두식품’에서 공수되는 팥소는 실제 국내 제과점 70% 이상에 공급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춘 것. 모든 음식의 맛은 품질을 보장하는 식재료에 있다는 것은 빵도 마찬가지다. 이성당에서 직접 만드는 상큼한 소프트 아이스크림(1700원), 팥빙수(5000원)를 먹으러 기름 값을 마다하고 가는 이들도 꽤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불티나듯 팔리는 이성당 빵은 왜 프랜차이즈를 시도하지 않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런 빵을 냉동 유통하면 맛을 담보할 수 없어서”다. 돈을 더 벌겠다는 욕심이었다면, 진즉 냈을 분점이다.

최근에 대통령 말 한 마디에 대기업이 빵집을 줄줄이 내던지듯 포기했다. 한편으론 잘 됐고, 다른 한편으론 씁쓸한 일이었다. 화려한 빵, 잘 팔리는 빵만 추구하다 보니 인생과 집념을 빵에 쏟아 부은 영세업자들의 입지만 좁게 만든 꼴이 됐다. 누구 말마따나 ‘공존의 레시피’를 개발했다면, 절제와 겸손을 앞세웠다면 빵을 둘러싼 우리의 음식문화에 큰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성당의 빵은 땀과 눈물의 의지로 이어온, 파는 이에게나 먹는 이에게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으로 기억될 것이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전주 ‘PNB(피엔비) 풍년제과’가 환갑 잔칫상을 제대로 받았다. 거의 문 닫을 위기에 처해있던 풍년제과는 최근 대박 난 초코파이로 과거의 영광이 재현되는 듯하다. 초코파이를 사러 오는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는 이 생경한 광경에 전주 시민들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도 그럴 듯 풍년제과는 2000년대 들어 거의 쇠락의 길을 걸었다. 연거푸 내준 체인점 관리가 힘들어 맛이 들쭉날쭉했다. 장사가 안 되자 재료비를 아끼는 체인점이 생겨났다. 손님은 더 줄었다. 설상가상 격으로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마저 치고 들어왔다. 매달 적자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 강현희 사장은 그러나 뒤늦게 ‘홈런’을 쳤다. 기대조차 안했던 못생긴 초코파이 덕분이다. 과자와 빵의 중간 질감인 초코파이는 브라우니처럼 촉촉하면서 단단한 초콜릿 빵 사이에 크림과 딸기잼을 바르고 겉에는 초콜릿을 입혔다. 군데군데 호두도 씹힌다. 요즘엔 하루에 1000~4000개가 팔리는 ‘효자 상품’이 됐다.

덕분에 주력 상품이었던 ‘센베이’(전병 밀가루 등의 재료를 반죽해 틀에 넣고 구운 과자)도 날개달린 듯 팔리고 있다. 작고한 그의 아버지 강정문씨가 애착을 갖고 만들어온 센베이는 땅콩을 듬뿍 넣어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게 특징. 매일 200~400개씩 나가는 바람에 예약을 해도 일주일 후에나 받을 수 있다.

투박한 카스테라도 훌륭하다. 빵집을 열 때부터 만들었다는 ‘고방 카스테라’(3000원)는 옛날 카스테라 맛 그대로다. 밀가루 풋내나 베이킹 소다의 쓴맛이 전혀 없고 촉촉하고 달착지근해 추억을 자극한다. 1970년대부터 만들었다는 바닐라 향이 가득한 ‘지푼 카스테라’(3000원)는 더 부드럽고 촉촉하다.

▲ /연합뉴스

군산 이성당
전북 군산시 중앙로1가 12-2, 063)445-2772.

PNB 풍년제과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 1가 40-5(본점), (063)285-6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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