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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풀뿌리 민주주의인가
누구를 위한 풀뿌리 민주주의인가
  • 김재호
  • 승인 2013.06.24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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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지난 20일 부안군 승진인사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 오던 부안군 전 부군수 박모 씨가 숨진 채 진안의 한 야산에서 발견됐다. 박씨는 부안군 인사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전주지검에 세 차례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 5월13일 부안군청을 압수수색, 인사 관련 서류 일체를 확보했다. 한 달만인 지난 12일에는 2008년 승진서열이 다시 작성될 당시 인사담당자였던 6급 여직원을 구속했다. 검찰의 수사 초점은 승진서열이 실제로 조작됐는지, 그리고 조작됐다면 누가 지시했는지에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의 칼끝은 당시 부안군 인사위원장과 부안군수를 향해 있다. 당연히 당시 부안군 부군수로서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박 씨는 검찰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심적 압박이 매우 컸을 것이다. 2009년 공직 사퇴 후 전주상공회의소 사무처장을 맡아 활동하는 입장에서 바로 자신이 비리사건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이 무척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검찰 수사에서 박씨는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하지만 부안군 승진인사 서열 조작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수사를 받아오던 박 씨의 자살은 두 가지 사실을 추정케 한다. 세간에 떠돌던 승진인사 조작이 단순 의혹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숨진 박 씨가 개입돼 있다는 점이다. 어느 누가 자신은 아무 허물도 없는 사건 때문에 처자식 다 버리고 제 목숨을 내놓겠는가.

그러나 이처럼 중대한 사건의 핵심 피의자가 자살한 것은 여러모로 득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소중한 목숨을 버린 것 자체가 가족과 지인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특히 남겨진 가족은 어찌하라는 것인가.

그리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왜곡될 소지를 남겼다. 박 씨 같은 부단체장은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인사위원장이 단독으로 이처럼 엄청난 승진인사조작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세상 사람은 거의 없다.

어쨌든 본인의 허물이 진짜로 있었다면 그 정도에 따라 처벌받으면 될 일이다. 법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다. 법의 확정 판결은 커녕 사실 확인 조차 안된 상황에서 소중한 가족을 버리고 무책임하게 떠나버릴 일은 절대 아니다. 인사에 불편부당은 금물이다. 원칙이 깨지면 동료 중 누군가는 불이익을 받는다. 과거 임실군에서 군수와 군수 부인이 개입한 엄청난 인사 비리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다. 당시 공무원 한 명이 자살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인가. 임실군은 지금까지 단체장이 낀 부적절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반칙이 공공연한 조직은 온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각 자치단체에서는'단체장은 절대 인사에 개입하지 않고 인사위원회의 결과에 의한다'고 정색을 한다. 실제로 공정한 승진인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선거직 특성 때문이다. 이제는 끼리끼리 인사가 판치고 있다는 불평이 있다.

1991년 지방의회 선거, 1995년 단체장 선거 등 공직선거를 통해 지방의원과 단체장까지 선출하면서 우리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되면 지역이 대단히 발전하는 줄 믿었다. 하지만 적어도 부안군등 몇 몇 지자체는 그렇지 않았다.

부안군의 경우 강수원 첫 민선군수는 의회방해사건을 일으켰고, 최규환 군수는 '대과 없이' 지냈을 뿐이다. 김종규 군수는 의회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방폐장 유치를 결정했다가 지역사회를 갈갈이 찢어놓았다. 이병학 군수는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관계자에게 1000만원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불과 몇 개월 만에 중도하차했다. 김호수 군수는 이번 승진인사 조작 사건이 터져 곤란한 처지에 몰렸다. 부안은 인구가 줄고, 발전 또한 더디다. 기름진 들과 바다, 국립공원 등 천혜의 자원을 갖춘 부안군에게 과연 풀뿌리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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