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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홀로서기 위험한가
전북 홀로서기 위험한가
  • 위병기
  • 승인 2013.07.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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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병기 서울본부 정치부장

여와 야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며 소위 민주대 반민주 구도가 형성됐던 1980년대 중후반부터 전북에서는 선거때마다'전북 홀로서기'가 화두였다.

'전북 홀로서기'란 쉽게 말해 전북이 정치적으로 전남·광주권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의사결정과 행보를 하자는 것 쯤으로 정의할 수 있다. 전북 홀로서기를 말하는 입장에 따라 그 의도하는 바가 크게 달랐다. 전북이 제몫을 찾고, 변방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의사결정권을 갖자는 순수한 의도로 주창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가하면, 일부 정치세력은 완벽하게 DJ(김대중 전대통령)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전북을 전남이나 광주에서 분리시키려는 의도아래 전북 홀로서기를 외쳤다. 80년대 후반, 프로야구단 쌍방울 레이더스가 전북을 연고로 해서 탄생하자 '호남권을 분할통치하기 위한 집권세력의 노림수'라는 해석도 나왔다.

DJ에 반기를 들었던 이철승, 손주항 등이 현실정치에서 도태되면서 전북 홀로서기는 이후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전북에서 정치적 기반이 극히 취약한 여당이나, DJ가 행사하는 공천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하는 넉두리 정도로 치부됐다.

지역의 미래와 후손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순수한 의도에서 전북 홀로서기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거대한 집권세력에 맞서는 상황에서 전북 홀로서기는 야권 분열책동으로 치부되기 일쑤였고, 일부에서는 "호남이 똘똘뭉쳐도 시원찮은 판에 무슨 소리냐"며 '적전분열'로 몰아부쳤다. 90년들어 총선에서 황인성, 강현욱씨 등이 황색돌풍을 뚫고 당선되기는 했지만 이는 전북 홀로서기로 해석되기 보다는 개인적인 역량이나 인기에 편승한 측면이 많았던게 사실이다.

이후 많은 세월이 흘렀다.

여당이 야당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 현상도 있었다. 하지만 전북은 정치적으로뿐 아니라 경제·사회적으로 낙후를 거듭했다.

정치적 거물이었던 DJ는 사라졌지만,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전북은 광주·전남권의 변방으로 더 심하게 예속돼갔다. 열린우리당 시절, 김원기·정동영·정세균 등으로 대표되는 도내 정치인들에 의해 마치 전북이 호남의 맹주인듯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는 착시현상에 불과했음이 확인됐다.

중앙정부나 국회 정당에서 각종 인사나 재원을 배분할때 호남몫은 항상 광주나 전남을 지칭했다. 전북은 그 아류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새정부가 들어선지 5개월이 다 됐지만, 기금운용본부의 사례에서 보듯, 전북은 제몫을 빼앗기지 않은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상황이다.

전북과 도세가 비슷한 강원도나 충북의 경우, 독자적인 정체성을 지니면서 나름의 몫을 챙기는데 반해, 전북은 호남몫중 일부를 배분받는 형국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상당수 도민들은 "이젠 전북 홀로서기를 통해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호남권이 뭉쳐야 할 상황에 전북 홀로서기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비판은 더이상 설득력이 없다.

이제야말로 전북이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정체성을 가져야 할 때다. 전북이 호남의 우산에 기댈때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전북의 정체성은 점점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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