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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나방들에게
불나방들에게
  • 김재호
  • 승인 2013.08.12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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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장마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올 여름 도내에서 가장 큰 사건이라면 김호수 부안군수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된 사건과 군산경찰서 소속 경찰관의 내연녀 살해 유기사건이다.

두 사건은 성격이 다르지만 인명 피해를 부른 강력사건인데다 현대사회의 고질병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부안군수 구속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이 같은 부류의 선출직 공무원 비위사건이 이제 절도사건처럼 일반화 됐기 때문이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처음 도입된 후 도내에서만 무려 14명에 달하는 현직 단체장이 사법처리 등으로 자리를 물러났다.

1996년 이창승 전주시장이 건설공사 입찰방해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단체장 사법처리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김길준·강근호(군산시장), 국승록(정읍시장), 윤승호(남원시장), 강수원·이병학(부안군수), 이형로·이철규·김진억(임실군수), 김상두·최용득(장수군수), 강인형(순창군수) 등 13명이 형사 처벌을 받았다. 유종근 전 전북도지사는 퇴임 후 뇌물죄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사법처리가 진행 중인 김호수 부안군수와 강완묵 임실군수 사건까지 합하면 16명에 달할 전망이다. 김 군수는 지난 8일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됐지만, 그의 앞에는 치열한 재판이 남아 있다. 강 군수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단체장들을 낙마시킨 죄명은 뇌물과 입찰방해, 공무집행방해, 선거법위반, 인사비리, 정치자금법위반 등 다양하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 하지만 막상 선거를 통해 대표를 선출하다보니 부정부패가 심각하고, 주민간 대립과 불신, 고소·고발이 난립하며 전과자 양성 제도가 된 양상이다. 단체장의 매관매직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인사비리사건이 들통 나 자살한 공무원이 2명이나 된다. 관급공사 수의계약을 통해 업자와 거래하고 비자금을 조성했다. 권력과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쥐고, 급기야 장기 집권하고자 하는 욕심이 부른 참극이다. 날고 뛰어봤자 단체장 자리는 4∼12년에 불과하다. 화무십일홍이다.

10개월 앞으로 닥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전장을 내미는 인사들은 한번쯤 돌이켜볼 것이 있다. 제 아무리 제갈공명과 조조의 지략을 갖췄다고 해도 기본과 정도를 갖췄는가 점검해 보라.

'나는 얼마나 깨끗한가. 공정한 사람인가. 봉사자인가. 이기적인가. 편파적인가. 창의적인가'

군산경찰서 정모 경사의 내연녀 살해 유기사건도 충격적이다. 사실 예부터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이 적지 않았다. 얼마 전 부산에서 대학교수가 내연녀와 짜고 부인을 살해 유기한 사건도 있었지 않은가. 어쨌든 동일 경찰서에서 현직 경관에 의한 치정살인사건이 4년 만에 발생한 것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군산사건의 비극은 유부남과 이혼녀의 불륜에서 시작됐다. 1996년 탤런트 유동근을 톱스타로 만든 TV드라마 '애인'은 기혼자들의 불륜을 낭만적으로 극화, 인기를 끌었다. 묘하게도 드라마 '애인'은 기혼자들의 불륜을 드러내 놓고 미화·권장하는 듯한 사회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는 수많은 기혼자들의 정신세계를 혼란스럽게 했고, 실제로 '애인'을 만든 남녀가 양산됐다. 교도소 담벼락에 올라선 그들의 말로는 대부분 군산의 정씨처럼 비극적 이었지만,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불 속에 뛰어드는 불나방 되기를 무서워 않는다. 현대사회가 물질로 풍족해 진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에게 풍족한 것도 아니고, 정신세계까지 풍족해 있는 것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각박하고, 인간은 각박한 현실을 벗어나거나 잊고자 몸부림친다.

권력과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훔치고자 하는 사람들, 빗나간 욕정에 빠져 흐물거리는 사람들, 그들은 불나방 신세를 명백히 알고 있다. 그렇다면 한번쯤 마음을 비우고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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