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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곤 회장의 메세나
김경곤 회장의 메세나
  • 김재호
  • 승인 2013.09.23 23: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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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전북을 일컬어 '예향'이라고 말한다. 전라북도가 '소리문화의 전당'을 짓고, 매년 세계소리축제를 여는 것은 예향임을 증명하고자 하는 시위이기도 하다. 전주대사습놀이도 전북이 예향의 본고장 같은 냄새를 풍기게 한다.

전북에는 뛰어난 예술인들이 많다. 남원시 운봉의 송흥록 선생은 20세 즈음에 판소리 명창으로 이름을 떨쳤고, 가왕(歌王)이라고 불리웠다. 그는 동편제를 창시, 서편제와 함께 판소리 양대 산맥을 이뤘다. 그의 동생 송광록과 조카 송만갑이 뛰어난 명창이었고, 송만갑에게 소리를 배운 박초월도 시대를 풍미한 명창이었다. 그리고 최근의 안숙선 명창에 이르기까지 남원은 가히 판소리 명창의 고장이다.

고창의 동리 신재효 선생은 판소리를 집대성했다. 40세가 넘어 판소리의 매력에 심취한 신재효 선생은 소리꾼들을 불러 모아 힘을 돋우고, 그 때까지 계통 없이 불러오던 광대소리의 가닥을 잡아 춘향가, 심청가 등 판소리 여섯마당 체계를 세웠다. 판소리에서 사용되는 사설을 대목 특성에 맞춰 실감나게 다듬어 오늘날의 독특한 판소리 사설문학을 이루었다.

서예 부문에서는 창암 이삼만이 조선 말에 이름을 날렸고, 현대에는 석전 황욱, 강암 송성용, 여산 권갑석, 산민 이용 등이 서예를 이끌었다. 최근 전통 사경(寫經)을 복원, 최고 경지에 이른 외길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 회장은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문화재급 재원이다.

문학 부문에서 가람 이병기 선생은 한글학자와 시조시인으로 이름을 떨쳤고, 최만식, 신석정, 최명희, 신경숙, 은희경 등 다수의 시인 소설가들이 한국 문단을 이끌어 왔다. 전북인의 예술혼은 대중문화에서도 뚜렷하다. 배우 박근형, 김수미, 김성환, 임현식을 비롯해 가수 송대관, 최진희, 현숙 등 유명 연예인들이 전북 출신이다.

이런 예술적 분위기는 대한민국 예술원상 수상자 배출로 이어졌다. 시 부문에서 서정주와 고은, 희곡 부문에서 노경식, 미술 부문에서 박남재 등 4명의 예술인이 대한민국 최고의 예술상을 수상했다.

문화의 다양성, 변화하는 흐름 등을 감안해도 전북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예술의 향기가 풍기는 고장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전주대사습놀이와 소리축제, 영화제, 춘향제 등이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지역을 살아 숨 쉬게 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이 '예술의 고장' 브랜드 가치를 제대로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좀 더 큰 관심과 열정이 필요하다. 언뜻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예술 거장들을 수두룩하게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예술문화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열정은 제한적이다.

경남 통영은 바닷가 항구도시이며, 문화예술의 도시로 유명하다. 희곡 유치진, 소설 박경리, 시 김춘수, 음악 윤이상 등 걸출한 예술인들을 배출한 통영시가 수려한 자연과 역사, 문화예술을 잘 접목해 관광 포인트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동랑 유치진의 친일행적, 윤이상의 사상 논쟁이 논란 속에 있지만, '예술의 도시 통영'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문화예술에 대해 깊은 관심과 열정을 보이는 것은 문화예술이 지역의 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인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문화예술이 발전하려면 일반 주민은 물론이고 기업과 기관, 단체 등 '자본'이 관심을 가져야 가능하다. 조선시대 판소리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자본을 가진 양반 세력이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신재효 선생이 판소리를 집대성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는 공평하지만 않다. 그러나 자본을 축적한 계층에게는 책무가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발전을 선도하고, 어려운 계층과 나누며, 정신문화를 창달하는 데 솔선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전주 우진문화재단의 설립자 김경곤씨의 예술 창작 지원활동은 진정한 기업 메세나의 표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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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하다 2015-03-13 07:05:36
전북의 문화를 염려하고 예향 전북의 이미지와 자존심을 아는 언론인이 계시군요.
바로 이것이 애향이고 전북의 자존심을 높이는길일것입니다. 예향의 도시 전북 만들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