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위기의 아이들, 다시 학교로 (상) 도내 현주소3년새 초·중·고생 2500명 학업 중단
이화정 기자  |  hereandnow81@jjan.kr / 등록일 : 2013.10.01  / 최종수정 : 2013.10.01  22:03:01

교실을 등지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전북 지역에서만 초·중·고교 학업 중단자수가 2300~2500여 명에 달한다.

해외에 나간 것도 아니고 몸이 아파 병원에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는 물론 나라가 운영하는 그 어떤 시설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가정에서 방치되고 학교에서 외면받는 청소년들이 교육의 피해자 혹은 소외자가 되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본보는 도내 학교 부적응 학생들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해법을 찾아 본다.

# 1. 몇 차례 전학을 거쳐 대안학교에 온 준호(가명·15)는 또 경찰서에 불려갔다. 이번엔 친구들과 빈 집을 털다가 걸렸다. 그러나 사건을 수습해야 할 부모는 관심이 없다.

부친은 "이런 일이 한 두 번도 아니고, 마음대로 하라"며 관심을 끈 상태. 부모의 이혼 뒤 남의 물건에 손대기 시작한 준호는 가정에서도 방치되고 있었다.

# 2. 영아(가명·15)는 최근 전학을 왔다. 영아가 선배를 때려 문제가 불거지자 학교측이 전학을 종용한 것. 영아는 "자고 있는데 선배가 흔들어 깨우자 갑자기 욱했다"고 했다.

영아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행동이 거칠어진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이혼한 엄마가 새 아빠와 함께 살면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고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루에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우게 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도교육청이 밝힌 지난 3년 간 공식적인 학업 중단율은 전체 학령기 인구(초1~고3)의 약 0.87~0.95% 수준이다. 이는 학령기인 아이들만 따진 수치다.

배울 기회를 놓친 채 이미 성인기에 접어든 아이들까지 합치면 숫자는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에는 학교는 떠났지만 홈스쿨링을 하거나 사설 학원에 다니며 진학을 착실하게 준비하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다수는 저임금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집 안에 틀어박힌 채 '은둔형 외톨이'로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학습 부진이나 질병 외에 교칙 부적응, 학교 폭력, 집안 경제 사정, 가정 불화 등 다양하다.

학교에서 담배를 피워도 방관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자퇴만을 권하는 무관심한 교사, 우르르 몰려 다니며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학교, 자신의 꿈을 뭔지 모르거나 있다 하더라도 인정해주지 않는 교사나 학부모가 이유다.

더욱이 정부나 도교육청이 '학교를 떠난 아이들이 그 후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그나마 전북교육연구정보연구원이 최근에 '고등학교 부적응학생 실태 및 교육지원 방안 연구'를 내놨으나 이마저도 고등학생만 조사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김종권 도교육청 인성건강과 장학사는 "초·중학교 학생들은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학업 중단의 원인 분석이 큰 의미가 없다"면서 "유학을 가거나 아파서 쉬는 경우가 많다"고만 했다.

그러나 도내 진로상담교사, 전문상담사, 대안학교 교사 그룹은 "오히려 겁 없는 초·중학생들이 통제 불가능"이라면서 "자퇴가 어려워 전학만 하다가 끝내 의무교육까지 거부하고 학교 밖에서 떠도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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