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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가
민주당은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가
  • 이경재
  • 승인 2013.10.07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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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석 논설위원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부당한 갑을(甲乙)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정치세력은 민주당 밖에 없다." 지난 6월2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최고위원-시·도지사 을(乙)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한 말이다.

나아가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고 땀 흘린 만큼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국가경쟁력이 제고되고 지속가능한 성장이 실현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실천해, 을들의 희망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24시간 편의점 주인들이 본사의 횡포를 견디지 못한 자살사건이 잇따를 즈음이라서 시의적절한 발언으로 들렸다. 그리고 기대를 걸게 했다. 그러나 넉달이 지났지만 성과를 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이 발언은 경제행위뿐 아니라 정치상황에도 대입할 수 있다. 정치적 약자들도 편의점 주인 못지 않은 고통을 받는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은 갑이다. 출마 입지자들은 을이다. 김 대표의 발언대로라면 국회의원은 출마 입지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실천해 을들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 반대다. 내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공천횡포'가 벌써부터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비협조적인 지방의원 줄세우기, 갈등 관계에 있는 입지자 찍어내기, 특정 입지자에 대한 단체장 지지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는 사례들이 그런 것들이다. 어느 지역에선 심지어 국회의원 부인이 치맛바람을 휘날리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공천 구태다. 공천권을 쥔 갑의 횡포다. 을의 희망은 커녕 눈물을 짜내게 만드는 갑(甲)질에 매몰돼 있다면 편의점 점주들을 달달 볶는 본사의 행태와 다를 게 없다. 공정한 공천 룰을 만들고 심판 역할을 해야 하는 게 국회의원 아닌가.

지난 대선과 4·11총선 이슈는 기득권에 안주하는 기성 정당과 정치권 타파였다. 그것이 이른바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났다. 깜짝 놀란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쇄신과 기득권 내려놓기를 약속했다. 기초선거의 정당공천 폐지도 그런 일환이다.

그런데 당론으로 공천폐지를 결정한 민주당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과거의 못된 습성이 되살아나고 있으니 그 배짱이 놀랍다. 선거 땐 을이 됐다가 선거가 끝나면 갑이 되고 만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7∼8개월 동안 얼마나 많은 입지자들이 높은 공천 벽에 자괴하고 스트레스를 받을지 모르겠다.

민주당에 대한 호남민심은 여전히 사납다. 정당 지지도에서 '안철수 신당'은 민주당보다 거의 두배에 육박할 만큼 앞선다.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에 대해 "미풍에 그칠 것", 실행위원 명단을 놓고는 "실망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현역 국회의원들이 국민 눈높이 정치에 둔감한 나만의 정치를 계속한다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민주당 군수 경선에 대비, 농촌에서 활동중인 전 군수는 엊그제 "70대 노인들이 안철수 쪽으로 가라 한다."며 민심이 무섭게 변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호남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은 대체재의 함수관계다.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이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하면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민주당이 잘못하면 그 반대인 시소게임 관계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에 안주하거나 공천권을 사유화한다면 민심은 크게 이반할 것이다. 향후 몇달간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을 놓고 민심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키워드다.

민주당은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정당이다. 김한길 대표의 시의적절한 갑을관계 발언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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