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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언어를 보면 문명 흐름이 보인다동남아시아 문명·문화 대부분 중국에서 전파 한글과 같은 낱말 많아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4.08.13  / 최종수정 : ..  
   
▲ 이철우 총리실 업무평가 실장
대학에 들어간 후 읽기 시작한 민법총칙 책에서 권리의 본질에 관한 의사설, 이익설 등의 학설을 처음 접하였다.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에 수긍하면서도 왠지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權利’라는 말이 Recht(독어) 또는 right(영어)를 번역한 용어이며 그것도 일본에서 처음에 權理라고 번역했다가 중국의 번역을 참고하여 權利로 고쳐 번역한 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임을 나중에 알았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일상적 용어들이 나름대로 연원을 갖고 있고 그중 상당수는 다른 나라, 가깝게는 중국과 일본, 멀게는 독일이나 프랑스, 심지어는 고대 로마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언어를 살펴보면 문화 또는 문명의 흐름을 알 수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문명이 주로 중국에서 이웃 나라로 전파되었음을 언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과의 교역이 시작된 이래로 우리나라의 많은 낱말이 중국으로부터 유래하였고 이는 중국을 통한 불교의 전래, 유학 등 학문의 수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성리학이 통치의 이념이 되기 시작한 고려 말과 조선시대 이후 우리나라 고유의 낱말들도 한자로 바꾸어 표현하는 일이 많아져서 한자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중국의 문물이 우리나라를 통하여 전해 내려온 경우가 많았으므로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말이 일본의 언어에 미친 영향도 상당하리라 생각한다.

유럽에서는 그리스와 로마 문명의 영향이 압도적임을 역시 언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공부했던 많은 영어 단어 책들이 라틴어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접두어의 설명에 상당한 양을 할애하고 있다.

영어뿐만 아니라 독일어 불어 스페인어 할 것 없이 유럽의 주요 언어들은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유래한 어휘가 매우 많다. 실제로 비슷한 어휘를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리스 로마 문명과 더불어 유럽문명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 기독교인데, 로마 바티칸을 중심으로 한 중세 서유럽의 기독교계에서는 주로 라틴어가 사용되었으므로 그만큼 서유럽 언어에서의 라틴어의 흔적은 배가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법률 또는 제도의 용어는 주로 유럽, 특히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사용하던 용어를 일본을 거쳐서 받아들인 것이 많다. 예를 들어, 動産·不動産은 프랑스어의 meuble 및 immeuble을 번역한 것인데 처음 중국에서 動物·植物로, 또는 일본에서 動産·靜産 등으로 번역 사용되던 것이 나중에 미쓰꾸리(箕作)라는 일본학자가 사용한 動産·不動産이라는 용어가 정착하였다고 한다. immeuble의 번역어로서 식물이라는 용어가 통용되었다면 오늘날 부동산중개인을 식물중개인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법률이라는 용어도 독일어 Gesetz나 프랑스어 loi를 번역한 새로운 합성어이며, 의무는 영어의 duty 또는 obligation을, 법인이라는 용어도 독일의 법률용어(juristische Person)를 번역한 신조어이다.

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하마(河馬)는 영어로 hippo 또는 river horse, 독일어로는 Flußpferd라고 한다. hippopotamus라는 그리스어를 번역한 말로서 hippo는 말, potamus는 강, 하천을 뜻한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하마’라는 명칭을 동일하게 사용하는데, 구체적인 번역의 경로를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 동물학의 발전계보를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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