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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갈등 세력간 대화가 먼저
홍콩 갈등 세력간 대화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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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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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진 송광사 주지스님
홍콩 민주화 시위가 도심 점거 2주를 넘기면서 소강상태로 접어드는가 했더니, 다시 한치 앞을 전망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시위대와 정부간에 갖기로 했던 지난 10일의 대화가 ‘시위대가 도심 점거를 먼저 풀어야한다’는 정부 측의 주장으로 취소되어 버린 것이 도화선이었다. 점입가경으로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은 12일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무력진압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에 대해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홍콩학생연대(HKFS)는 행정청 청사 주변을 다시 봉쇄할 수도 있다고 맞받아쳤다.

중국 정부는 지난 1997년 여름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중국과 홍콩간의 ‘일국양체제’를, 동시에 20년이 지난 2017년에는 홍콩인의 총투표로 행정장관을 선출하고 독립적인 사법제도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8월 말, 중국 정부는 2017년의 총투표는 보장하지만, 행정장관의 후보자는 선출위원회(1200명)에서 반수 이상의 추천을 받은 인사로 제한할 것이며, 판사 등 사법관도 애국적 인사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베니 타이(Benny Tai) 홍콩대 법대 교수는 지난해 1월 행정장관의 직접선거를 목표로 시민불복종을 가능케하는 법안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지난 6월20일부터 열흘 동안 비공식 총투표를 주도하였는데, 무려 80만 명의 홍콩인이 이 투표에 참여하였다. 이를 계기로 홍콩 반환 17주년 기념일인 7월1일 대규모 평화시위를 벌이게 된 것이다. 이 시위에 등장한 슬로건이 홍콩 금융가의 중심지를 겨냥한 ‘Occupy Central(센트럴을 점거하라)’이었다.

홍콩의 고등학생와 대학생은 지난달 22일부터 동맹 휴업을 결의하기 시작했고, 26일에는 수만 명에 달하는 시민과 학생이 센트럴과 행정청 광장에 모여들었다. 시위대에 참여한 한 고등학생은 “지금의 초등학생이 10년 후에 홍콩의 민주화시위를 걱정해야 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시위대에 힘을 더했다. 뉴욕에서 대학을 다닌다는 한 여학생은 학업을 중단하고 일주일이 넘게 센트럴 시위에 참여하면서 ‘우산혁명’의 노래로 홍콩민주화를 위한 아침을 시작한다고 전해왔다.

지금 홍콩에서는 민주화 세력과 정부 측이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힘겨운 대치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화 세력들은 완전한 직접선거와 정치개혁을 요구하고 있고 동시에 홍콩의 치솟는 물가상승과 주택가격, 흔들리는 금융허브의 역할,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정치 개입, 심각한 환경 문제 등 현안을 행정장관들이 잘 풀어내지 못했다고 분노한다.

홍콩의 4대 회계법인의 대표들은 민주화 시위로 금융허브의 지위가 위축될까 염려하여 대대적인 광고를 내놓았다. 그러자 회계법인의 직원들은 “여봐요, 사장님들, 당신들의 성명은 우리를 대표하지 않아요”라고 맞받았다.

우리는 질기고 아픈 민주화 운동을 오롯이 기억하고 있다. 그런 연유인지, 홍콩인들의 민주화 시위가 남의 일 같지 않다. 분명한 것은 이번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1989년의 천안문 사태와 같은 불행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두 세력간의 만남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부처님도 열반하시기 얼마 전에 견해의 차이로 반목하고 있는 정치지도자들을 향해 “정기적으로 모이고, 자주 모이면, 번영할 것이고 쇠퇴하지 않을 것이다.”고 하시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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