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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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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2.0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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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앞세우는 행정보다 권위적 사고 틀 벗어나 소통·연대가 우선돼야
▲ 김영기 객원논설위원,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
5월이 오면 방송과 언론뿐만 아니라 기관 단체에서 어린이 관련 다채로운 행사를 한다. 5월은 어린이들이 마치 천국에 온 것인 양 대접을 받는 것 같다. 어른들은 5월이 있기에 1년 동안 아이들에게 무관심했던 자신들을 스스로 위로받는다. 면죄부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그 때 뿐이다. 직장생활과 경제 활동에 여념이 없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방치하기 일쑤이고 아이들은 1년 내내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에서 파김치가 되도록 생활하고 있다. 근래에는 선거가 잦다 보니 어린이들은 특히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노인 관련 기관이나 단체, 행사에 대한 관심에 비할 바가 아니다.

최근 논란이 된 누리과정 예산 공방도 그렇다. 정부 스스로 약속을 파기하고 책임을 지역교육청에 떠넘기려 한데서 사안이 출발했다. 누리과정 예산은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 사업이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선거와 표’라는 목적 달성이 끝나서인지 재정 상황의 어려움만 이야기할 뿐 예산 확보를 위한 방안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급기야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을 지역교육청에 떠넘기며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를 쓴 것이다.

가뜩이나 세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입장에서는 애애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하기에 정부의 폭거 앞에서 연대하여 저항하는 한편으로 어려운 살림살이지만 일부 예산을 편성하여 대비책을 마련해둔 지역교육청이 많다.

성난 민심의 목소리와 일관성 없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들어서인지 여야가 협상에 나서 일부 예산을 편성하게 되었다. 겨우 3개월 치 예산을 우회에서 확보하고 본질적인 해결은 전혀 논의하지도 못한 채이다. 이 논란의 와중에서 불똥은 어린이집들로 튀었다. 존립과 생존권이 위협받은 어린이집들은 연합회로 결집하여 원아 모집을 뒤로 하고 추운 겨울 집회와 농성을 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 불안한 부모들은 어린이집을 포기하고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야단법석을 떨어야 했다. 어른들의 다툼과 이기심에 의해 아이들이 안락하게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권리와 자유롭게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가 흥정과 협상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언제까지 어른들의 싸움과 욕심에 의해 아이들이 수단으로 전락해야 하나 싶다.

만약 노인 관련 예산이었다면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표가 없다는 이유로 푸대접과 천대를 받고 있는 것이다. 1차적 책임이 정부에 있는 것은 누구나가 알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법을 지키라!’는 투쟁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투쟁하면서도 최악의 상황에 대처하는 최소한의 준비는 해야 마땅하다.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인 것은 맞지만,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 공정하고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지 못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유권무죄 무권유죄의 사회적 상황은 지금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법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법이 존재하는 것이지 법이 인간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

최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일부 판결에서 보듯이 낡은 시대의 잔재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법의 모습을 경험하곤 한다. 헌법과 법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고쳐질 수 있어야 한다. 법이 만능인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한 경우는 거의 없다. 법만이라도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법이 모든 것의 잣대와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악법도 무수히 존재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아직 가진 자와 권력자의 편이다. 전쟁 시기나 혼란기에는 법이 중요하다며 법의 이름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공포정치와 파시즘이 득세했다. 하지만 평화의 시대에는 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법만 앞세우는 권위적이고 낡은 사고방식은 소통과 연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법보다는 도덕과 인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정의구현 사회를 강조하며 전혀 정의롭지 못한 정권이 법을 앞세우며 폭압을 일삼은 정권을 매일 뉴스에서 보며 자란 세대에게 법만을 강조하는 것은 위험한 괴물로 인식된다. 시대에 뒤처지는 낡은 모습이다. 법은 ‘모 아니면 도’식이다. 판결로 흑백을 가려 버린다. 하지만 세상사가 모두 법으로 해결되어서도 안 된다. 아니 해결할 수 없다. 최선만이 아니라 차선도 선택할 수 있다는 행정을 펴야 한다.

선거로 일시적으로 권력을 위임받아 행정 행위를 하는 사람은 더욱 시민들이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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