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07-24 15:03 (수)
지역에 산다는 것
지역에 산다는 것
  • 기고
  • 승인 2015.03.11 2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유기하 전주MBC 보도국 선임기자
지역에 살아온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낳고 자라온 지역에서 살아오면서 느끼는 것은 무엇입니까? 타향으로 떠난, 서울로 진학했던 고향 선배들의 삶과 비교해서 얼마나 긍정의 삶을 지내왔다고 생각하십니까? 지역에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고향 떠난 잘 나고 똑똑한 분들

내 고향 전북에는 180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남한인구는 50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대한민국 인구의 0.035%입니다. 인구도 ,경제력도 3% 수준입니다.

인구가 줄고 경제력이 뒤쳐지다보니 국가경영의 이런저런 현실에서 뒷심부족이 역력합니다. 그래도 개천에 용이 난다는 시절에는 일당백의 기백으로 전북 몫을 주장하기도 하고 그만큼 가져오기도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그게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 무슨 경제적 타당성이라나,선택과 집중이라나, 효율이라나 하는 잣대로 ,아니면 인구수, 쪽수로 들이밀면 밀리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지역에는 ‘무려’ 180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은 살만한 곳입니까? 해방이후 우리지역에서 도지사를 지낸 분은 지금까지 34대째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전북에서 살고 있는 전직 도지사는 몇 명이나 될까요?

안타깝게도 찾기가 어렵습니다. 전북이 그렇게 살기 좋은 곳이라고 강조하시던 분들이 말년에 지역에 돌아와서 생활한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장관, 차관도 마찬가지. 공직을 접고 나서 그들이 고향에 내려와서 터를 잡았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이 땅은 그 잘나고 똑똑한 분들이 살기에는 어려운 땅일까요? 그들이 살기에 이 땅은 어떤 부족한 점이 있어서일까요?

가까이 조선시대만 해도 벼슬을 하다가 고향에 내려와서 생활하는 경우가 허다 했습니다. 지금 전주 객사 현판에 남아있는 명나라 사신 주지번의 글씨도 당시 벼슬을 물리고 고향 익산에 머무르던 송영구라는 유학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역에 젊은 인재들도 필요하지만, 경험많고, 지혜로운 원로, 어른도 필요합니다. 기업유치도 중요합니다만, 원로, 어른 ‘유치’도 중요합니다. 우리지역에는 이런 원로도 없지만, 그렇다고 원로를 ,어른을 ‘유치’하는 그런 분위기도 없습니다.

- ‘그것은 과거에 벌어졌던 이야기가 아니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들려준 것은 산골짜리를 흐르는 시냇물, 나무끝을 스치는 바람의 속삭임이었다.’-

기억나십니까? 오래전 초등학교시절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큰바위 얼굴’의 한부분입니다.

전설처럼 내려온 마을의 옛 이야기 -언젠가 큰바위 얼굴을 닮은 마을을 살리는 위인이 나타날 것이다, 결국 그 큰바위 얼굴은 고향을 떠났던 자본가도, 전쟁영웅도, 화술좋은 정치가도 아닌, 마을을 지켜온 어어니스트 자신이었다는- 주홍글씨로 우리에게 알려진 나다니엘 호돈의 글입니다.

묵묵히 사는 지역민들의 삶이 위대

이 글의 메시지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몸 바쳐 살아온 거창한 인생이 전부가 아니라, 비록 소박하고 평범할지라도 지역의 토박이로 지역을 위해 성실하게, 말과 생활이 일치되게 살아온 삶이 진실로 위대한 것이다’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지역에 남아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역을 지켜온 여러분들의 삶이 진실로 위대한 삶인지도 모릅니다. 묵묵히 지역을 지켜온 여러분이 큰바위 얼굴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