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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두면 '음악캠프' 영구 폐지하고파"…DJ 25년 배철수
"그만두면 '음악캠프' 영구 폐지하고파"…DJ 25년 배철수
  • 연합
  • 승인 2015.03.1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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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제국주의 앞잡이란 말 듣기도…'음악캠프'는 삶 자체" / "특정 장르의 한국 음악만 세계시장 선도해 아쉬워"

매일 저녁 6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롤링스톤스 '새티스팩션'(Satisfaction)은 우리에게 고단하던 하루가 또 그렇게 갔음을 새삼일깨워준다.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91.9MHz)가 오는 19일 25주년을 맞는다.

 국내 최고의 팝 전문 라디오 방송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제쳐놓고서라도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퇴근길을 위로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세월이 흐르는 사이 DJ 배철수(62)의 강마른 얼굴은 나잇살과 관록이 함께 더해지면서 보기 편안해졌고 텁수룩한 콧수염과 머리는 은발로 변했다.

 "미국 제국주의 앞잡이라는 이야기까지 듣게 한" 프로그램이지만 "이제는 삶 자체"가 된 '음악캠프' 25주년을 맞아 배철수를 12일 상암동 MBC사옥의 기자간담회장에서 만났다.

 검은 가죽 재킷과 회색 폴라티 아래 오른쪽 무릎이 살짝 터진 청바지, 흰 운동화 차림으로 등장한 배철수의 모습은 라디오를 통해 들려주는 목소리만큼이나 근사했다.

 처음에는 청바지에 손을 문지르며 살짝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지난 세월을 곱씹으며 여유를 찾은 배철수에게서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너무 오랫동안 진행했죠.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만 해도 밴드 활동(그룹 '송골매')을 하던 중이라 잠깐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하다 보니 음악보다는 음악을 소개하는 일이 더 재미있어서 과감히 음악을 접고 방송을 하기 시작했어요." "초반에는 방송과 맞지 않는 진행자"였고, "배철수가 과연 6개월, 1년을 넘길지 내기하는 시청자들도 있었다"지만 프로그램은 큰 사고나 잡음 하나 없이 여기까지 왔다.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10여 년 정도 됐을 때 배철수와 PD 모두 각자 방송 준비에 몰두하다가 25초 정도 방송을 뒤늦게 시작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방송사고라고. 배석한 정찬형 PD는 "프로그램이 매일 2시간 동안 진행되니 영화 한 편 길이와 대충 맞먹는다"면서 "오늘까지 9천125회이니 9천125편의 영화를 실시간으로 찍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 PD는 "옛날 방송분을 듣다 보니 '낡은 물건과 묵은 냄새가 있던 다락방이 없어져서 아쉽다'는 앳된 목소리가 나왔다"면서 "이제는 '음악캠프'가 우리에게 다락방이 됐다"고 강조했다.

 배철수는 "이제 프로그램 개편 때마다 얼마만큼 더 하고 싶다는 욕심도 없다"면 서 "다음 개편 전까지 6개월이 더 주어졌으니 재미있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초연한 듯하다가도 프로그램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물려주고픈 DJ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다.

 "개인회사 사장 자리가 아니라서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물려줄 수는 없고요. (웃음) 제가 그만두게 되면 사실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폐지했으면 좋겠어요. 스포츠에서도 위대한 운동선수들의 번호를 영구 결번 시키잖아요. 하하하."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음악에 비유하자면 로큰롤에 제일 가까운 것 같다는 게 배철수의 설명이다.

 "외국 나갈 때 직업란에는 DJ라고 쓴다"는 배철수는 자신을 평가할 때 장점은 성실함과 솔직함, 단점은 따뜻함과 배려가 부족하고 고집이 센 것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프로그램은 여전히 많은 애청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예전 같지 않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배철수는 음악이 줄었다는 지적에 대해 "초기에는 20여 곡을 틀었는데 지금은 15곡 정도"라면서 "음악만 많이 나오면 잘 듣지를 않아서 대중 기호에 따르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철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 가요가 많이 발전한 게 사실이지만 특정 장르의 음악만 세계시장에서 선도하고 있다"면서 "다양성 측면에서 미진하다는 생각에 아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음악캠프'를 그만두면 무엇을 할지 매일 생각합니다.

 여행도 가고 이것저것도해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계획을 세우기만 하네요. 이제 '음악캠프'는 제 삶 자체인 것 같아요. 가장 친한 친구이면서 연인입니다.

 이제 제게서 이 프로그램을 떼어내면 과연 제게 남는 것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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