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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
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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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0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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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하 전주MBC 보도국 선임기자
찬란하면 모두 다 ‘찬란’인 줄 알았다. 이제 막 찬란함을 드러낸 벚꽃들, 그리고 앞으로 다투어 피어날 4월, 봄의 찬란. 그러나 뒤늦게 알았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이고, 찬란하지 않으면 광장에서 멀어진다는 것을.

리더십 없는 전북, 답답하고 아파

중국의 빼어난 현대소설가 위화는 중국의 금기어에 대한 반동으로 5월 35일 정신을 말한다.

5월 35일은 물론 달력에 없는 날이다. 5월 31일에 4일을 더하면 6월 4일이다.

1989년 6월 4일 중국의 천안문 사건이 일어난 날이지만, 중국에서 6월 4일은 금지어이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자동 검열시스템은 금지어가 포함된 글은 모두 차단된다. 중국의 네티즌들은 천안문 사건과 6월 4일이 금지어가 되자 5월 35일을 만들어낸 것이다. 위화는 중국의 이 5월 35일식의 자유에 대해 - ‘중국어가 오늘날처럼 풍부하고 활력이 넘친 적은 없다’-고 말한다. 이것이 중국이다.

4월 16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영화 국제시장의 관람객이 1000만을 넘어선 지가 한참이 되었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이 1800만을 기록한 것은 지난 여름.

경제에 쪼들리고, 정치에 쪼들리면 어디에선가 위안을 받고 싶은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게 때맞춘 영화로 쏠렸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 당일, 그리고 그 이후에도 보이지 않던 리더십을 국민들은 영화관에서 찾아야 했다. 이제 곧 그날이 오거늘 우리의 정치는, 한국사회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금기어’는 없는가?

요즘 전북의 상황을 보면 답답하고 아프다. 우리 전북에도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KTX 호남고속철도가 마침내 개통되었다. 느리고 비싸다하는 논란덕분에 시간과 속도의 유쾌함을 즐기기에는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정차역과 요금할인 요구에 철도당국과 국토부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전북이 거둔 성적은 초라하다. 이 만한 사안이면 최소한 국토부장관이나, 코레일 사장 정도가 공개 해명을 해야하지 않았던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요금할인율제나, 10년 전 장관의 스쳐지나가는 면피성발언을 지키라고 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마땅한 요구인 듯하나, 저들의 생각을 무너뜨리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가까이 대선공약도 지키지 않은 정권에 10년 전 발언하나를 지키라고 하는 것이 약속이행의 필요조건인가 충분조건인가? 우리에게는 충분 조건이나, 그들에게는 아니었다.지켜지지 않을걸 아는 걸 요구하는 건 리더십이 아니다.

어려울 때 정치적 소신 제시해줘야

우리 지역의 경우,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특정정당의 공천을 받기위해 사활을 건다. 유권자들은 후보개인보다는 소속정당에게 주는 투표행위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당선되고 나면 자신의 정치적소신이나 색깔, 행위는 너무 소극적이다. 그럴려면 무엇하러 정당공천을 받기위해 목숨을 거나? 진정한 리더십은 모두가 어려울 때,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제시해줘야 한다.

전북의 찬란은 다 어디로 갔나. 시인 이병률의 찬란을 음미해보시라.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려 마음에 걸 것이니

지금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기 때문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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