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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의 봄날은 간다
캠퍼스의 봄날은 간다
  • 기고
  • 승인 2015.04.2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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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원논설위원

햇살이 화사한 봄날의 캠퍼스는 꽃 대궐이다. 새내기들의 재잘거림과 어울려 싱그럽다.

캠퍼스는 3월 중순부터 노란 산수유를 시발로 갖가지 꽃들이 울긋불긋하다. 개나리 진달래와 함께 청순한 목련이 아이보리색 꽃망울을 터트리더니 금세 ‘뚝’하고 떨어져 버렸다. 4월 들어서는 벚꽃이 눈처럼 날렸다. 지금은 철쭉과 영산홍의 잔치판이다. 특히 영산홍은 넘치는 정념을 참지 못하고 붉다 못해 자지러지는 듯하다. 솜뭉치 같은 왕벚꽃들도 한창이다. 꽃들은 세월호 사고 1주년이나 성완종 게이트로 온 나라가 지진이 난 듯 요란해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잎의 도전도 볼만하다. 연록의 잎새들이 먼저 핀 꽃을 시샘하듯 말간 얼굴을 내밀더니 어느 새 짙어간다. 빨갛고 하얀 꽃들과 녹색의 나뭇잎이 조화를 이뤄 캠퍼스의 봄날은 축복 그 이상이다.

정부 정책, 청년실업 해소에 한계

하지만 캠퍼스의 봄날이 마냥 설레는 것만은 아니다. 푸르른 청춘들의 앞날이 갈수록 어둡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대학생으로 산다는 것은 고통의 연속이다. 입학 때의 높은 꿈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다. 지난 2월말 연세대 졸업식장에는 “연대 나오면 모(뭐)하냐…백순데…”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심각한 청년 취업난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청년실업률(15∼29세)은 11.1%였다. IMF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원으로 치면 48만 명이다. 그러나 이는 드러난 수치에 불과하다. 실업률에 잡히지 않는 인원이 너무 많아서다. 임시직 같은 불완전 취업자, 취업준비생, 구직 단념자를 포함한 청년체감실업률은 23%에 이른다. 100만 명을 훨씬 웃도는 셈이다. 여기에 아르바이트로 전전하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대학원에 진학한 인원까지 합하면 300만 명을 넘는다. 이제 ‘88만 원 세대’ ‘이태백’ ‘삼포세대’ 같은 말은 한물 가버렸다. 그리고 ‘오포세대’ ‘청년실신’ ‘인구론’ ‘열정 페이’ 등의 신조어가 그 자리를 채웠다.

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은 공무원과 대기업이다. 이를 반영하듯 9급 공무원 시험에 20만 명이 몰렸다. 삼성고시(SSAT)에도 역시 20만 명이 몰렸다. 해마다 치르는 대입 수능 응시인원 60만 명을 생각하면 대졸생의 2/3가 두 시험에 목을 맨 것이다.

일자리는 단순히 돈을 벌기위한 수단이 아니다. 학업을 마친 젊은이가 사회관계망을 형성하고 가정을 꾸리는 첫걸음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이러한 절규를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이들이 내놓는 정책이라는 게 언 발에 오줌누기다. 더구나 정부의 인식과 현실의 격차는 너무 크다. 좋은 예가 박근혜 대통령의 얼마 전 언급이다. 해외순방 후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 보라.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에 갔다고”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청년단체 회원들이 “니가 가라, 중동에”라는 야유를 보냈다. 아픈 청춘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결과가 되었다. 지금 같은 ‘고용없는 저성장’ 으로는 해법이 보이질 않는다.

경제회복과 함께 교육시스템 변화를

문제는 좀 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회복과 함께 고통스럽지만 교육시스템에 변화를 줘야 한다. 대학에 대한 환상이 걷히면서 2008년 83.8%까지 치솟았던 대학진학률이 2014년 70.9%로 낮아졌다. 이것도 아직 높다. 대학은 갈 사람만 가게 해야 한다. 본인의 적성에 따라 고교나 전문대에서 필요한 직업이나 산업교육을 받도록 하는 게 옳다. 9급 공무원은 예전 고졸 출신이 대부분 응시했다. 학력인플레가 너무 심한 편이다. 한 해 1만3000명을 배출하는 박사학위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눈물어린 구직난과 미스매치는 개인적 좌절과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진다.

캠퍼스의 봄날은 화사하다. 하지만 청춘들의 미래는 그리 화사하지 않다. 그런 속에 속절없이 봄날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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