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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FF-기고] 영화의 거리, 닥치고 영화!
[JIFF-기고] 영화의 거리, 닥치고 영화!
  • 기고
  • 승인 2015.05.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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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귀백 영화평론가

전주국제영화제는 재미보다는 의미, 실험적 화면을 보여주는 까칠한 ‘영화스터디’기간이다. 봄꽃이 막 지기 시작하는 사월 말에 비단보자기를 펼치는 영화제 표식을 단 가로등이 늘어선 영화의 거리는 설치미술과 뉴스페이퍼인 ‘데일리’로 도배가 된다. 축제다. 그 명절이 열흘이나 되니 짧지 않다. 국제영화제 주요 행사장인 고사동과 중앙동은 노란색 점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을 비롯 인파천국이 되는데, 가히 전주 신팔경(新八景)에 속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온 듯한 영화제 기간 동안 이른 봄의 끈 패션들은 뉴요커와 파리지엔느 부럽지 않다.

극장거리

차가 다니긴 하지만 그리 불편하지 않다. 여기 처음 만나는 극장이 메가박스다. 국제영화제의 많은 프로그램들을 소화하는 곳으로 북문블록의 중심이 된 느낌이다. 8층 10개관 미끈한 현대식 외관의 극장 앞은 영화제가 열리면 여기는 인파의 거리가 된다. 이곳 앞마당은 인디밴드의 공연장소가 되고 설치미술을 하는 사람들의 살아 움직이는 전시장이 된다.

우리나라 톱스타들은 말할 것 없고 차이밍량, 이리 멘젤 같은 유명한 감독들도 단촐하게 가방 메고 걷는 평등한 거리니 혹시 영화계의 별은 없는지 잘 봐둬야 한다. 영화제 기간 동안 이 거리만큼은 젊은 처자가 담배를 피워도 점잖은 전주사람들이 째려보지 않고 그냥 지나가니 그 따뜻한 열기와 건강한 일탈이 밉지 않은 곳이다. 동진주차장 앞 CGV는 외관이 어쩐지 예식장 취향이지만 극장 앞 나무 데크 앞에는 10명의 감독과 배우들의 동판마스크가 붙어있다. 전북출신 송길한과 왕샤오수웨이, 신상옥, 유현목, 임권택 감독 등 거장의 얼굴들이 새겨져 있다. 이제 동진주차장 공터에 새롭게 단장한 CGV가 곧 들어선다. 유하 감독이 만든 영화 〈비열한 거리〉 중에서 조폭 조인성의 친구 감독 민호가 그의 입봉작 ‘남부건달 항쟁사’의 개봉을 축하하는 장면을 CGV 출입문 자리에서 찍었다.

주전부리 골목

전주에서 팝콘만 들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서울촌놈이다. 왜? 전주시네마와 CGV전주가 만나는 중간에는 문어발 리어카 아줌마가 있으니까. 영화의 거리 포장마차에서 문어발을 구워 각자의 영화관을 선택해 스태프 몰래 애인의 핸드백에 챙기시라. 옆 사람 미안하게 냄새풍기며 먹는 그 쫄깃하고 바삭한 맛을 모르고 페인트 통만한 팝콘만 드시는 분들은 서울 촌놈이다. 만두의 정석 ‘일품향’ 아래쪽 ‘한양불고기’ 부근골목으로 가면 콩나물국밥으로 유명한 식당들을 비롯해 퓨전요리부터 순대까지 없는 게 없다. 영화블록에서는 주전부리 내지는 서브컬쳐로 여겨졌던 것들이 당당히 음식으로 대접받는다. 꽈배기가 그렇고 떡볶이가 그렇다. 구 프리머스 뒤쪽 다시 객사로 향하는 뒷골목에는 생과일주스와 만두나 떡볶이를 파는 가게와 음식점과 포장마차들이 즐비한 곳으로 잡채 그리고 튀김을 상추에 싸먹지 않고서는 전주에 다녀왔다고 말할 수 없다.

디지털독립영화관

전주 영화의 거리 ‘니은 자’ 아랫부분은 전주시네마 앞에서 시작해 디지털독립영화관 입구에서 완성된다. 한 250m 정도 될까? 노출콘크리트 4층 외관에 통유리를 바른 모던한 건물 3층에서는 색보정 등 후반편집 작업을 하고 4층은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있다. 여기 70년대 이 자리에 HLKA라디오 방송국이 있었다. ‘누가누가 잘하나’에 출연해 녹음을 하던 기억 너머에 옛날 박노식과 허장강 등 배우들이 드나들던 왕궁다방이 있었다. 50년대부터 영화배우들이 진을 치던 전주 영화 창세기가 열린 곳에 디지털독립영화관이 들어선 것을 보면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어찌 영화의 거리만 그렇겠는가? 전주라는 도시 자체가 라이브러리이다. 여기는 국제영화제를 위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명소가 아니다. 이 라이브러리에서 영화를 찍는다? 쉽지 않을 것이다. 왜? 매일 차가 심하게 막히는 거리는 영화 찍는 사람에게는 분명 비효율적일 것이니. 하지만 이곳에서 슬레이트 보드를 두드린 작품으로는 〈비열한 거리〉 말고도 차태현 주연의 〈바보〉, 차승원 주연의 〈국경의 남쪽〉, 황정민 주연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김지수 조재현 주연의 〈로망스〉 그리고 유승범 신민아 주연의 〈야수와 미녀〉 등이 짧은 컷을 살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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