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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청년' 한교원을 위한 변명
'순수 청년' 한교원을 위한 변명
  • 김성중
  • 승인 2015.05.28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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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의 한교원 선수가 지난 23일 전주 홈경기에서 상대방을 때려 퇴장된 사건으로 축구계가 시끄럽다.

사실 스포츠 경기, 특히 네트가 없는 종목에서 선수끼리 육체적 충돌이 생기는 일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경기를 하면서 몸과 몸이 서로 부딪치며 승부에 대한 과도한 집념이 평정심을 잃게 하고 심지어 흥분 상태로 몰아넣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양반처럼 점잖게 경기를 하면 투지가 없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게 스포츠의 속성이니 어쩌면 반칙 없는 스포츠는 ‘앙꼬 없는 찐빵’과 다름 아니다. 더구나 어느 경기보다 격렬하게 몸싸움을 하는 축구에서 선수끼리 신체적 충돌이 없다면 참 싱거운 운동이 될 것이다.

축구계의 대표적인 폭행 사례는 ‘핵 이빨’과 ‘박치기’ 사건이다.

핵 이빨 사건의 주인공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루과이 국가대표로 출전한 수아레스. 그는 경기 도중 이탈리아의 조리지오 키엘리니의 어깨를 이빨로 물어뜯어 퇴장됐다. 또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이 자신의 머리로 독일의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을 받고 레드카드를 받고 경기장을 떠난 게 ‘박치기’ 사건이다. 경기 뒤 지단은 마데라치가 경기 중 자신의 누이를 욕보였다고 주장했다.

국내 K리그에서는 1998년 상대 선수의 얼굴을 밟아 퇴장당한 수원의 데니스가 6개월 출장정지와 벌금 300만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또 지난 달 포항의 모리츠가 전북현대 최보경의 얼굴과 머리를 때려 4경기 출장 정지와 400만원의 제재금 징계를 받았다.

이어 전북의 한교원 선수가 엊그제 전주경기에서 인천의 박대한 선수의 어깨와 얼굴을 가격, 보복폭행으로 퇴장이 선언됐다. 한교원의 퇴장은 모두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왜냐면 평소 한교원은 매너가 좋고 성격이 차분한 순수한 청년선수라는 평가를 들어왔기 때문이다. 다른 선수는 몰라도 한교원이 그랬다는 사실이 도대체 믿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그럼에도 전북현대는 구단 최고액인 2000만원의 벌금과 80시간의 사회봉사,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 베이징 궈안과 원정경기 출전 정지라는 최고의 자체 징계를 내렸다. 이와 별도로 한교원은 28일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의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에서 만난 전북 최강희 감독은 한교원의 행위가 국가대표로서의 실력 발휘 욕심과 팀 내 에닝요와의 주전경쟁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의 표출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어 최 감독은 “사건 당일 훈련에서 한교원이 평소와 달리 들뜬 상태였다”고 덧붙이면서 “이번 사건은 한교원을 잘 다독이지 못한 감독의 잘못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면 뭔가 아구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당시 경기 동영상에는 퇴장 행위 직전, 같이 달리던 박대한 선수의 손이 한교원의 얼굴을 치는 장면이 확인된다. 박대한은 ‘닿았다’지만 한교원은 ‘맞았다’다. 이에 한교원은 박대한의 뒤를 따라가 어깨를 때리고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과연 이게 사건의 시작과 끝인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박대한이 한교원을 계속 괴롭혔었다”는 말은 왜 흘러나오는 것일까.

어쨌든 한교원은 퇴장 직후 벤치로 돌아와 눈물을 쏟아내며 크게 뉘우쳤다. 이어 한교원은 자기변명 없이 어떤 처벌도 감수하고 모두에게 용서를 빈다는 ‘순도 100%’의 사과문을 냈다.

오늘 열리는 프로축구연맹 상벌위는 한교원의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징계의 의미는 처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벌을 통해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게 진정한 징계다.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최강희 감독은 말했다. “선수는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되풀이해서는 안되며 그 것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해져야 한다”고.

반성과 실의의 기나긴 밤을 보내고 있을 한교원이 지혜롭게 성장통을 극복해 보다 원숙한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서는 날을 빨리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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