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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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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2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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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문제, 사상·이념을 초월해 남북이 해결할 현안
▲ 김영기 객원논설위원,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역사교과서 논란이 한창인 와중에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의 처절한 기록물인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이 지난 9일(현지 시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이 기록물은 KBS가 1983년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총 453시간 45분 동안 남북한 이산가족 찾기 등을 생방송한 비디오테이프, 담당 프로듀서의 업무 수첩, 이산가족이 작성한 신청서, 일일 방송 진행표, 큐시트, 기념 음반, 사진 등 2만522건의 방대한 자료로 구성되어 있다. 방송프로그램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지난 2011년 베를린 장벽 붕괴를 다룬 독일의 방송에 이어 두 번째이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가 없다. 이산가족 상봉은 과거의 기록물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도 여전히 남북 공히 해결해야할 최대의 현안이기 때문이다.

점점 생존자가 줄어드는 상황이기에 하루하루가 절박하다. 다행히 포격과 지뢰 사건 등 남북이 극한적으로 대치하는 조건에서도 우여곡절 속에 1년 8개월 만에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10월 20~22일)가 금강산에서 열렸다. 북측 상봉단 96명 가운데 95명이 80대 이상의 고령자였다. 남측 상봉단도 90명 중에서 80대 이상이 80명이나 됐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상대를 알아보며 건강하게 이산가족이 상봉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21세기 대명천지에 가족과 친지를 지척에 두고 서로 만나지 못하는 애끓는 상황이 또 있을까?

차마 눈물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보다 더 처연한 슬픈 현실 앞에서 동 시대를 사는 칠천만 겨레 모두는 죄인이다. 북측 상봉자 가운데 올해 88세로 최고령자인 리흥종 할아버지의 노래는 어떠한가?

딸을 위한 노래, 젊은 시절 자주 부르던 노래를 딸에게 다시 들려주기까지 60년이 넘는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남측의 이순규님(85세)과 북측의 오인세님(83세) 부부의 사연은 더욱 눈시울이 붉어진다.

“남편 구두 한번 신겨보고 싶었어요. 아이를 혼자 키웠으니 벌금 내소.” 결혼 6개월 만에 헤어져 65년 만에 다시 만난 아내가 남편에게 한 말이다.

눈물바다가 된 상봉장 한쪽, 노부부는 바라만 볼 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고맙습니다. 생존해 만나게 해줘서…, 그러게 말이다.” 65년 전, 열흘 뒤에 오겠다며 남편이 떠났을 때 19살 아내의 뱃속에는 6개월 된 아들이 있었다. 아들을 홀로 키워낸 억척스러운 어머니였지만, 남편의 구두를 지금껏 간직해온 비련의 아내이기도 했다.

“내 인생이 거기 묻혀 있잖아요. 결혼할 때 신었던 거니까요.” 자신과 남편의 이름을 새겨놓은 손목시계도 남편에게 건넸다. 65년 만에 함께 한 식사, 아내는 남편의 음식부터 챙기고, 남편은 아내의 잔을 먼저 채웠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평생 해로한 노부부의 모습, 그대로였다. 너무도 잔인한 드라마이다.

어떠한 사상이나 이념도 사람 위에 있을 수 없다. 누가 이 노부부를 65년이나 생이별하게 했나?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사건이나 상황, 무슨 핑계나 이유로도 더 이상 막고 지연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휴머니즘은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이다. 막는 자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지금 남한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들끓고 있다. 일본은 항상 그랬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남북한의 대결과 분열을 틈타 “한국의 지배가 유효한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는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의 망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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