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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사회보장사업 정비계획 문제점
정부의 사회보장사업 정비계획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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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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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규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북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우리나라 복지사업의 대부분은 중앙에서 결정된다. 중앙정부가 사업을 설계하고 국고보조금을 보내면 지방자치단체가 대응 예산을 더해 집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자치단체가 스스로 예산 전액을 조달하는 자체 복지도 있다. 중앙정부가 주관하는 복지로는 부족하여 여전히 힘겨운 사람들이 있고, 엄격한 복지수급 기준 탓에 아예 복지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과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추진

그런데 지난 8월 국무총리 산하 사회보장위원회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사회보장사업으로 실시하는 5,981개 사업 중 1,496개 사업을 중앙정부 사업과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통폐합하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금년도 이러한 사업예산은 9,997억원에 달하며, 복지조정으로 600만명 이상의 국민이 영향을 받게 된다. 전라북도의 경우 도청 17개 사업을 포함하여 14개 시·군의 총 91개 사업이 이에 해당되며, 도민 13만 5000명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이들 사업은 노인과 장애인, 다문화 가정,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앙정부는 ‘복지재정 효율화 중앙대책단’을 구성하고, 이들 유사·중복사업들을 중지하도록 통보하였다. 정부의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지침’에는 중앙정부 사업과 동일 목적의 현금성 급여는 폐지를 권고하고 즉시 폐지가 곤란한 경우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내년부터는 보건복지부 또는 사회보장위원회와 협의·조정한 결과를 따르지 않는 지자체를 제재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지자체에 대한 지방교부금을 감액하는 시행령 개정안까지 입법예고한 상태이다.

중앙정부의 이러한 사회보장사업 정비계획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중앙정부 복지사업이 있다 하더라도, 급여 수준이 낮아서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지자체가 자체 복지사업을 통해 이를 보충하기 위한 급여를 제공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다. 주민복지 증진이라는 지방자치 이념을 생각할 때, 지역의 복지문제에서 지자체별 다양성과 자주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둘째, 이 정비계획은 국무총리 산하 사회보장위원회의 의결로 자치단체에 유사·중복 사회보장 사업의 중단이나 단계적 감축을 강제하는 것으로, 위원회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다. 특히 유사·중복사업을 중단하거나 감축하지 않을 때, 지방교부금을 감액하는 내용으로 지방재정교부금법 시행령을 개정한다면, 이는 시행령으로 법률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셋째, 이 정비계획은 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 가운데 꼴찌 수준인 우리나라 사회복지 발전을 위한 지방정부 차원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다. 이 정비계획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은 향후 새로운 복지욕구에 긴밀히 대응하기 위한 창의적인 복지사업들을 모색하고 시행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데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복지부를 비롯한 중앙 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지자체 복지행정은 매우 소극적이고 더딘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풀뿌리 주민 복지에 역행, 철회돼야

이상의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중앙정부의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계획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어려운 재정 여건에서 자체복지를 실시하는 지자체에 상을 주기는커녕 벌을 내리겠다는 것은 성숙되어가는 지방자치와 풀뿌리 주민복지에 대한 부정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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