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06-18 14:31 (화)
복지 공약에 대한 유권자의 분별력
복지 공약에 대한 유권자의 분별력
  • 기고
  • 승인 2015.12.09 2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최원규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북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복지역사에서 보면 국민 다수의 복지 열망을 외면하여 다 따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였던 선거에서 패배한 정치집단과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보수당의 윈스톤 처칠을 들 수 있다. 처칠이 이끌던 전시연합내각은 전쟁승리가 아직도 불분명하던 1942년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들의 삶을 보장하는 광범위한 복지정책들을 담은 〈베버리지 보고서〉를 마련하였다. 모든 국민에게 사회보험 위주로 소득을 보장하고, 전국민 무상의료서비스를 시행하며, 아동수당을 통해 자녀양육 부담을 국가와 부모가 나누어진다는 것이 보고서의 골자였다. 유럽 본토 전장에 배포된 베버리지보고서 요약본은 영국군 병사들에게는 ‘목숨바쳐 조국을 지켜내야 할 이유’를 제공하였고, 적군인 독일군 병사들에겐 부러움에 사기저하를 불러오는 심리전 도구로 이용되었다.

2차대전 영웅 윈스턴 처칠의 실각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후, 처음으로 치러진 1945년 총선에서 영국 국민은 전쟁영웅 처칠과 그가 속한 보수당을 외면하였다. 처칠과 그가 속한 보수당의 공약이 실질적으로 노동당의 복지국가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영국 국민들은 보수당을 믿지 않았다. 과거 보수당이 복지에 대해 어떻게 해왔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국국민들은 변화를 바랐다. 그 변화란 베버리지보고서에 담긴 새로운 사회를 위한 복지국가 구상이었다. 이미 전쟁기간 동안의 긴축과 배급 등 계획경제를 경험한 바 있었기에 영국국민들이 복지국가 계획을 수용하는 데에는 별다른 저항감이 없었다. 승전했지만 유럽 등의 전선에 아직 머물고 있었던 영국 군인들은 부재자 투표를 통해 압도적으로 노동당과 복지국가를 지지하였다.

내년 4월에 치러질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의석수 조정이나 당권경쟁과 같은 쟁점으로 정치권은 달아올라 있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은 그런 데에는 거의 눈길을 주지 않는다. 장기간 계속된 불황으로 민생경제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국민들의 관심은 어느 정치집단이 소위 국리민복을 위한 믿을 만한 미래전망을 제시하는가에 있다.

그 미래전망 가운데 핵심은 복지이다. 걸핏하면 터져나오는 일가족 자살사건에서 보듯, 당장 생존을 위협당할 만큼 한계상황으로 내몰린 국민이 적지 않다. 이들을 살려야 한다. 생존위기에서는 벗어났다고 하여도, 세계 12위권 경제대국인 대한민국 국민에게 걸맞는 기본적인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고픈 다수의 대중이 있다. 대중의 보편적인 복지욕구에 부응해야 한다. 폭설이 퍼붓는 영하의 전방고지에서 국토방위를 위해 고생하고 있는 젊음들에게 ‘고생하면서 조국을 지켜내야 할 이유들’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선거에서 복지 구호에 속지 말아야

선거와 같은 정치이벤트는 복지국가 발전을 앞당기는데 대체로 기여한다. 그 이유는 그간 복지에 대해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던 보수 우파 정치집단이나 정치인들마저도 총선과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서라도 그럴듯한 ‘복지’ 공약들을 제시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선거국면에서 늘상 나타나는 ‘복지’라는 말의 성찬에 유권자들이 더 이상 기만당하지 않는 것이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유권자들은 복지공약에서 짝퉁과 진품을 구별해내는 분별력을 길러왔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