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2016 새해특집
[2016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입양아 자존 독특한 개성미로 표출”
전북일보  |  desk@jjan.kr / 최종수정 : 2016.01.03  22:22:20
   
 

예선에서 올라온 6편 중에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이덕래의 <서랍 속 블랙홀>과 김바울의 <지구인>, 김지원의 <붉은 토트백을 미자에게>였다. 3편을 놓고 숙의 끝에 큰 이견 없이 고른 작품이 <서랍 속 블랙홀>이었다.

일반적인 신춘문예 수준으로 보아 결코 뒤처지지 않는 이 작품은 그동안 외면당한 소수자로서만 여겨지던 해외 입양아의 정체성 혼돈을 주제로 특유의 개성있는 문체와 구성으로 집대성 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여기서 개성있는 문체와 구성이라 함은 신춘문예 양성소로 지칭되는 ‘소설교실’의 천편일률적인 세련미가 아닌 독특한 개성미를 의미한다.

입양 당사자를 ‘너’라고 호칭한다. 너는 덴마크 입양아다. 따라서 그 사회에서는 ‘무존재를 지향’하지만 거꾸로 잘 ‘숨어지지 않는’ 희귀한 존재이다. 어느날 ‘나’는 ‘이스라엘 키부츠 발런티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룸메이트로서 ‘너’를 만난다. 이와같이 정체가 궁금한 인물이면서 가장 가까이 있는 대상을 지칭하는 방법으로 ‘너’를 택한 것은 이채롭다.

‘너’를 ‘왜소한 체구를 가진 검은 머리 덴마크인’이라 하고, ‘나’를 ‘대한민국의 예비역 병장’으로 설정하여, 정체성이 확실한 인물과 불확실한 인물로 대조시킨 점도 특별했다. 이러한 대조를 통하여 ‘나’는 마치 ‘너’의 머릿속을 들어간 본 사람처럼 해외입양아의 정체성 혼돈을 실감한다. ‘너’의 서랍 속에는 언제나 ‘나는 왜 여기 와있는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이 들어있다.

작중인물의 캐릭터를 영어의 알파벳 기호로 표기한 점도 이 작가의 탁월한 고안이다. ‘너’는 소문자 c. ‘나’는 대문자 T. 영국인 ‘앤디’는 대문자 A. 불가리안 ‘조이’는 소문자 z. 이런 방법으로 위축된 민족과 당당한 민족, 또는 굴곡진 캐릭터와 겁 없는 캐릭터를 표현함은 흥미롭다.

대조적인 두 한국인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담당하는 언어의 역할이 중차대하다. 한국인이면서 한국말을 모르는 덴마크인에게 모국어는 ‘외계의 말과 다름없는 낯선 언어’이다. 이때 처음 부딪치는 ‘안녕하세요’의 동질감과 이질감. 그날 밤 일기장에 쓴 ‘I met a Korea’의 친근함과 생경함. 이러한 미묘한 감정을 이 소설은 흥미롭게 포착하고 있다.

‘죽은 고양이 사건’을 설정하여 소설의 반전을 꾀하는 수법도 우수하다. 어느 날 백인 청년 앤디와 조이가 ‘너’의 현관문 앞에 죽은 고양이의 시체를 던져 놓아 밟게 만든다. ‘나’는 ‘내 소중한 형제를 건드린 녀석들을 응징하기로 맘먹는다.’ 그러나 ‘너’가 ‘나’에게 성경과 코란을 읽어주며 복수하지 못하도록 말리고 ‘나’의 분을 삭여준다. ‘한국말은 하나도 못하는 신기한 한국인’이고, 그래서 어쨌든 만만해 보였던 ‘너’가, ‘나’를 달래다니, 위대한 ‘너’가 아닐 수 없다. 이제 항해를 시작한 이 작가의 미래가 매우 궁금한 것은 이 작가만이 구사할 수 있는 특수분야, 예컨대 탁월한 언어장치로 씌워지는 다음 작품이 그만큼 기대되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전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전북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오피니언
만평
만평 - 2016년 05월 26일
[뉴스와 인물]
이승우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신임 이사장

이승우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신임 이사장 "'사람이 우선' 동학농민혁명정신 선양에 온 힘"

[이 사람의 풍경]
진메마을 고향집으로 귀향한 김용택 시인

진메마을 고향집으로 귀향한 김용택 시인 "어머니 삶처럼…문학으로 우리사회 경계 없애는 데 여생 보낼 것"

전북일보 연재

[이미정의 행복 생활 재테크]

·  자산 많으면 증여설계 일찍해야

[최영렬의 알기쉬운 세무상담]

·  절세·탈세 그리고 조세회피

[이상호의 부동산 톡톡정보]

·  계약기간 중 임대료 인상 요구 때 합의 필요

[이상청의 경매포인트]

·  전주 인후동 다가구주택, 교통여건 양호

[김용식의 클릭 주식시황]

·  단기적인 모멘텀 투자로 대응
한국지방신문협회
회원사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고충처리인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현재 네이버에서 제공한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54931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기린대로 418(금암동)  |  대표전화 : 063)250-5500  |  팩스 : 063)250-5550, 80, 90
등록번호 : 전북 아 00005  |  발행인·편집인 : 서창훈
Copyright © 1999 전북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esk@jj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