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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 보고 뽕도 따러 가는 길
임도 보고 뽕도 따러 가는 길
  • 기고
  • 승인 2016.01.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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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천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지금은 쉽게 접할 수 없는 풍경의 하나가 됐지만 뽕밭은 예로부터 물방앗간과 함께 연인들이 밀어를 속삭이던 대표적인 로맨스 장소였던가 보다. 〈뽕〉이라는 영화가 지난 80년대 이후 잇따라 제작돼 히트하더니 재작년에도 마치 저 80년대에 응답이라도 하듯 〈뽕 2014〉가 제작 상영된 적이 있다.

문화예술은 '임', 관광은 '뽕밭'

그런가하면 우리 고장 부안에서는 벌써 7년째, 〈님의 뽕〉이라는 별난 이름의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해풍을 맞고 자란 지역의 자랑스러운 특산물인 뽕을 홍보하기 위한 축제라고 한다. 발음을 혹 잘못했다가는 상스런 욕설로 들릴 위험이 있지만, 이 명칭의 근거는 보나마나 ‘님도 보고 뽕도 따고’란 우리 속담에 있을 게 틀림이 없다. 그리고 또 뽕이나 뽕밭이 불러일으킬 자발적 상상력에 편승하려 했을 게 분명하다. 어쨌거나 그러저러한 일들 덕분에 뽕밭은 아예 구경조차 못해봤을 신세대들조차 뽕밭이라고 하면 이제 야릇한 상상을 한번쯤은 하게 될 판이다.

말이 나온 김에 물방앗간 얘기도 마저 하고 싶어진다. 물방앗간은 뽕밭 이상 우리 조상들이 아끼던 전통의 성역(性域)이었다고 할 수 있다. 툭 트여 있어서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만 하는 뽕밭보다 은밀해서 좋고, 폭풍우나 폭설이 내려도 개의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삐걱대면서 돌아갈 물방아소리가 있어 웬만한 소리쯤은 밖으로 새나가지도 않았을 터다. 그래서 전주한옥마을을 찾아오는 젊은 관광객들을 위해서 한옥마을 어디 한갓진 부지에 물방앗간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적이 있는데 듣는 귀가 없어서 안타깝다. 옛적 한옥마을이라면 물방앗간 하나 정도는 필시 있었을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방앗간 입구 기둥에는 작게 이런 글 하나 붙여두면 어떨까 하는데, 연인이세요? 그럼 잠깐 쉬어가세요. 이곳이 우리 전통의….

뽕밭이 있고, 물방앗간이 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전북문화관광재단’이 태동을 시작했다. 말 그대로 태중 움직임 단계이니, 아직 탄생까지는 하지 않은 상태라고 고백해야겠다. 수많은 도민들이 예의주시하면서 재단이 도대체 언제 입을 열어 고고성을 터뜨릴지 관심이 많은 판국이라서 아직은 출생 전이라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곤 하는 사정을 독자제현들께서 헤아려주셨으면 한다.

헌데 많은 이들은 의문을 갖는 듯하다. 다른 광역단체들과는 달리 유독 우리 전라북도에서만 문화에 관광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의심은 뻔하다. 차제에는 문화예술이 관광산업에 더부살이를 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리라.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문화예술과 관광은 서로 다른 굴속에 사는 두 마리의 토끼가 아니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 허둥댈 일은 애초에 없다. 왜냐하면 문화예술과 관광은 두 마리 토끼가 아닌, 임과 뽕의 관계가 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

전북문화관광재단 기대하세요

문화예술이 임이라면 뽕밭은 관광이다. 임이 없는 사람에게 뽕밭을 가라고 하면 아마 죽을 맛이 될지도 모른다. 그 반대로 임은 있는데 근처에 뽕밭이 없다면 어디를 가야할지 참으로 난감할 게 뻔하다. 요즘 들어 유행하는 무슨 융 복합 그런 게 아니더라도 문화예술과 관광은 서로가 있어서 상승효과를 내기 알맞은 분야들이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은 그 절실한 필요성에 의해 창설이 됐다. 재단은 지금 임도 보고 뽕도 따러 가는 길이다.

△이병천 대표이사는 소설가이며 전주MBC에서 PD로 29년을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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