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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담아내는 나무처럼
세월을 담아내는 나무처럼
  • 기고
  • 승인 2016.02.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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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도상 소설가

군산엘 가면 자주 만나는 것 중 하나가 제재소이다. 공장의 드넓은 마당에 원목이 산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보면 괜히 가슴이 뛰곤 한다. 그렇다고 아무 제재소나 무턱대고 들어가 나무를 구경하러 왔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저 차창 밖으로 보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던 중, 지인이 군산에 있는 어느 제재소를 인수하였다는 말을 듣고 얼씨구나 하고 드나들게 되었다.

오동나무는 시간이 흐르면 명품으로

제재소를 들락거리면서 나무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아름드리로 쌓여 있는 원목들이 비슷비슷하게만 보여 그저 나무려니 했는데 지금은 초보적인 안목을 갖추게 되었다. 원목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원목이 아니었고, 나무의 종류와 원산지에 따라 쓰임새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건축자재 중에서 막 쓰는 나무가 뉴송이다. 뉴질랜드 소나무란 뜻인데, 왜송이라고도 부른다. 뉴송은 지름 30센티 정도 자라는데 20여년이 걸린다. 지름 30센티에 나이테가 스무 개 정도 있다는 뜻이다. 이 나무는 너무 물러서 건축 현장에서 막 쓰고 버리는 용도로 사용하거나 어(魚)상자를 만드는 등의 허드렛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수입하고 있다.

요즘 한옥 건축에 제일 많이 사용하는 나무는 미국에서 수입하는 ‘더글라스 퍼’라는 나무다. 재질이 단단하고 붉은 색이 은은하게 나와 한옥 재료로 적당하다고들 한다. 이 나무가 지름 30센티 정도 자라려면 60여년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이 나무로 한옥을 지었을 때 삼년 정도가 흐르면 위에서 아래로 갈라지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단단해서 조각이 잘 안 먹을 정도지만 이상하게도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틈으로 갈라지는 특성이 있다.

남대문 복원 공사에 사용해야 할 나무는 우리나라 토종의 금강송이어야 했다. 하지만 금강송은 금강산에나 가야 만나볼 수 있을 뿐, 휴전선 남쪽에서는 거의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사용했던 나무가 시베리아 적송이었다. 시베리아 적송이 30센티 정도로 자라려면 90여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물론 금강송으로 복원 공사를 해야 했지만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시베리아 적송과 금강송을 육안으로 구별할 수는 없다. 그것을 대목수는 알고 있었고, 손쉽게 시베리아 적송을 사용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전문가들은 금강송이나 시베리아 적송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다만 금강송으로 남대문을 복원하겠다고 큰 소리를 쳐놓고, 국민들 또한 금강송으로 복원할 줄로 알고 있는데 시베리아 적송으로 복원해버린 것이 문제였다.

합판으로 만든 가구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접착이 약해지거나 부풀어 올라 곧 쓰레기가 된다. 물푸레나무나 오동나무로 만든 원목 가구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골동품이 되어 간다. 겉모양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합판은 시간을 담아내지 못한다. 시간을 담아내지 못하는 나무는 결국 쓰레기가 된다. 오랜 세월에 걸쳐 자란 나무로 집을 짓거나 가구를 만들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명품이 된다.

전북문화관광재단, 긴 호흡의 사업을

문화도 저와 마찬가지다. 단기순이익을 구하는 작품은 결국 쓰레기가 될 터이지만 오랜 세월을 견뎌내는 작품은 고전이 된다. 뉴송이나 왜송으로 집을 지을 순 없다. 더글라스로 지으면 처음에는 보기가 좋지만 나중에 그 내면의 싸구려가 드러난다. 잘 건조한 금강송이나 적송으로 집을 지으면 천년의 세월을 견디는 문화재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갓 출범한 전북문화관광재단도 문화와 관광을 행정적으로 지도하려 들지 말고, 단기사업에만 몰두하지 말고, 금강송이나 적송을 키우는 긴 호흡의 사업에 밝은 눈을 돌려주길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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