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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인들이 늘어난 베를린 풍경
한국 영화인들이 늘어난 베를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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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1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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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용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는 정말로 한국인들이 많이 보인다. 베를린 경쟁작에 한국영화가 있거나 초청작으로 한국영화가 많아서가 아니다. 외화를 수입하려고 하는 한국인들이 대거 베를린 영화제의 EFM(유럽피안필름마켓)의 배지를 달고 왔기 때문이다. 최근 5년 동안 한국 영화의 외화 시장은 큰 증가세를 이루어 왔고, 그러한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수입될 작품 완성본 확인하려고

베를린의 경쟁 부문을 포함하여 입소문이 난 작품은 이미 국내 수입사에 팔린 지 오래다. 한국인들이 베를린에 온 까닭은 새로운 영화를 고민하기 위함이 아니다. 미리 지불한 영화의 완성본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언제부터인가 아트영화들의 흥행이 몇몇 작품을 통해 이루어지면서(여기에는 IPTV를 통한 부가판권 시장의 확장도 이유가 크다), 경쟁구조가 가열화 되었고, 이제는 보기도 전에 선점하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제 영화는 선점하여 수입하는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논리가 지배하는 것은 당연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기도 전에 미리 사지 않으면 화제작이 될 만한 것들을 구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자본주의적 압박’은 점점 큰 도박판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 세일즈사들은 한국영화 수입사에게 세 편의 영화를 묶은 패키지들을 판매하려고 한다. 그들로서는 골치 아픈 영화의 판매를 해결하는 방식이 되고, 한국의 수입사는 좋은 영화를 선점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패키지에 응찰한다.

여기에 새로운 상황이 하나 더 생겼다. 최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수입한 〈소년 파르티잔〉의 개봉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작년 말부터 포털 사이트에 올리는 예고편 동영상들을 모두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전에는 없던 일이다. 통상적으로 포털 사이트의 예고편 동영상은 수입사들 역시 무척이나 신경을 쓴다. 왜냐하면, 이 예고편 영상이 영화의 인상을 보여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흥행을 고려해야 하는 수입사로서는 이래저래 대중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영화’의 예고편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다 제도적 검열까지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예고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안다면 불필요한 제도다. 예고편에서 성적 노출이나 자극의 빈도라는 것은 현재의 문화 수준을 반영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혹여 정치적인 것을 다루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 양산되어 가는 문화에 제동장치가 필요한 일인가 의문이 든다. 자본의 검열, 제도적 검열을 통해 문화는 자유로움을 잊어버린다. 그것이 지금 팽창하고 있는 예술영화 시장의 실체이고, 따지고 보면 자본과 통제로 잃어버린 허울 좋은 예술 시장이기도 하다.

세상에 좋은 영화는 많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영화를 제외한 작품들은 시장을 위한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낯선 언어, 낯선 배우, 낯선 감독에 대해 환호할 경우의 수는 지극히 희박하기 때문이다. 수입사들의 경쟁이라고 하는 것은 지극히 좁은 영역 안에서 이뤄지는 눈치전이다. 그것은 수입작품 가격을 높이고, 보지도 않고 구매하며, 울며 겨자먹기로 개봉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본·검열로 잃어버린 예술영화

감내해야 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많은 외화가 수입됐다고 좋아하지만 잘 따져보면 포화의 상태에서 좋은 영화를 만날 확률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미래라면 망하는 것이 맞다. 증식해 가는 속도 속에서 수정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달리는 기관차에 비상브레이크”를 잡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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