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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농촌공동체 살리는 방법-①농민에게 먼저 '기본소득 월급' 주자
[참여&소통]농촌공동체 살리는 방법-①농민에게 먼저 '기본소득 월급'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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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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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스위스 등 선진국 이미 진행 / 농가소득 보전 직불금 실효성 '미미' / 사회적 합의·구체적인 연구 등 필요
▲ 전북 삼락농정 생생마을 소득사업을 추진하기위한 마을회의(무주 초리넝쿨마을).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인류에게 ‘노동의 종말’을 경고했다. “정보화 사회가 창조한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미아가 될 것이다.” 또 사물인터넷이 장악할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는 이윤도, 소유도, 자본주의도 무의미해질 것라고 단언했다. 곧 협동조합 모델을 통한 협력적 공유경제만이 유의미해지는 사회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마침 나라 안팎으로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다. 기본소득(basic income)이란 개별적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소득을 말한다.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상관없는 것이다. 한계비용이 자꾸 제로로 수렴하고 노동이 결국 종말을 맞이하려는 오늘날, 기본소득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와 우리의 숙제로 근접해있다. 유럽 등 선진 외국은 이미 실현단계에 접어들었다. 놀랍게도 자본주의의 맹주 미국은 이미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알라스카주에서 1982년부터 공유재인 석유를 재원으로 전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핀란드는 전 국민에게 월 80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을 검토하고 있고 스위스도 올해 기본소득을 국민투표에 부친다고 한다.

△유럽 선진 농업국서 배우자= 국내에서는 녹색당이 이번 총선에서 ‘모든 국민에게 조건없이 월 40만원 기본소득’을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농민에게 먼저 기본소득을 주자”고 주장했다. 농민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지키는 공무와 같은 성직을 맡고 있어서 그만큼 대접해야 한다는 논리다. 무엇보다 농민이 농촌을 떠나지 않고 생활하려면 기본소득 말고 다른 묘책이 없다는 절박한 현실인식이 깔려있다. 현행 4% 대의 농가 소득 대비 직불금은 일부 대농을 제외하고는 농가소득을 보전하기에는 아무런 실효성도 없다. 농가소득의 50%~90%까지 보전되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유럽 선진농업국을 배우고 따라하자는 제안이다.

▲ 직불금으로 농가소득을 보전받아 안정된 농가경영을 하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홀러 가족농장.

물론 ‘농민 기본소득제’는 국민적,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라도 충분한 발효와 숙성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농민부터 먼저 주자”고 하면 농민이 아닌 일반 국민들은 좀 불편할 수 있다. 사는 게 역시 힘든 도시노동자, 도시빈민들은 “왜 농민에게만 먼저 주느냐”며 따지고 저항할지 모른다. 마치 내 일처럼 조세부담, 국가재정을 심각하게 걱정할 수도 있다.

열쇠는 농정의 진실과 기본소득의 명분을 어떻게 국민 속으로 널리 전파해 공감을 얻는가에 달려있다. 아예 농민 기본소득이라는 말과 개념이 낯설고 어려우면 ‘기본소득’이라는 말을 안 쓰면 된다. 표현이나 용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기본소득제라는 형식보다 실질적 효과가 더 중요하다. 기존의 농업직불금 외에, 농민연금, 농가배당, 농촌주민수당 등으로 얼마든지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

△농민에게 월급을 주는 방법= 아무래도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는 시범적으로 단계별로 시행하면서 전체적인 일정과 강도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 가령 단기적으로는 18~50세의 청장년 10만 명에게 5년 이상 150만원씩 월급을 지급하는 ‘청년 공익영농요원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때 광역 또는 기초지차체 차원에서 지역농업 단위로 범위를 한정해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 단계에서는 ‘영세농 기초생활연금제’, ‘고령농 기초생활연금제’를 고려해볼 수 있다. ‘영세농 기초생활연금제’는 소득인정액 하위 30%의 영세농에게, ‘고령농 기초생활연금제’는 65세 이상 고령농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각각 90만명에게 월 50만원 씩 지급한다면 연간 예산은 각각 5조 4000억원이 소요된다. 현행 기초연금제도가 일종의 노인연금제라면, ‘영세농 또는 고령농 기초생활연금제’란 일종의 농민연금제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2014년말 기준 약 275만명의 모든 농민에게 월 50만원씩 무조건, 무기한 지급한다면 연간 예산은 16조 500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2016년 농림부 예산은 14조 3681억원이다. 과연 그 돈은 우리 농민이 원하는대로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가. 차라리 기본소득 같은 직접지불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구체적인 연구와 실증적인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 지역의 농민들과 농촌주민들이 스스로 일자리와 소득을 만들고 있는 진안마을주식회사.

△농민은 국민의 생명을, 국민은 농민의 생활을= 우리 농민은 농업의 생태적이고 공동체적인 다원적 가치를 지키는 사회공익 행위자이다. 얼마든지 존중되고 대접받아야 한다. 농민에게 기본소득을 주면 단지 농가의 소득안정에 그치지 않는다. 농업과 농민의 사회적 지위도 덩달아 향상된다. 귀농인 등 신규 농업인력도 자연스레 유입된다. 지역공동체 삶의 질도 높아진다. 농촌과 지역이 살아나면 도시와 국가도 살아난다. 무엇보다 “국가와 정부가 나를 보살펴주고 있다”는 기분은 모든 국민들을 행복하게, 춤추게 만들 것이다.

‘게으른 베짱이’마저 당당한 국민으로서 기본소득을 받을 권리가 있다. 기본소득의 기본정신이다. 베짱이 조차 기본소득을 받으면 능동성과 이타성이 늘어나 부지런하고 창의적인 개미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물며 개미 중의 개미 ‘농민’에게 먼저, 기본소득을 주자는 이유를 더 설명해야 하나. 우리 국민들은 오직 이 말만 이해하고 공감하면 되지 싶다.

“농민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민은 농민의 생활을 지킨다.”

● 국내외 '농민 기본소득제' 시행 사례

- 부채 '뚝' 저축 '쑥' 인도 실험 성공
- 마을마다 年 1억씩 충남 금산 농정

우리가 농정의 선례를 많이 참고하는 일본도 2012년부터 일종의 ‘농민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농가의 고령화와 영농 후계자 부족이 심각해지자 의욕 있는 젊은 층을 끌어들여 농업을 활성화하려는 ‘청년취농급부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농업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45세 미만)에게 연수기간 2년과 농업 개시 후 5년 등 최장 7년간 해 마다 150만엔(약 2200만원)씩 최대 1050만엔(약 1억540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EU(유럽연합)의 모든 회원국도 ‘청년농업인 직접지불금(Young Farmers Direct Paymen

t)’을 시행하고 있다. 취농 5년 이내이고 39세 이하인 신규 취농자에 대해 기본 직접지불액의 25% 상당을 최대 5년간 증액 지급한다.

본격적으로 농촌마을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제를 처음 실험하고 평가한 나라는 인도다. UNICEF(유엔아동기금)에서 기금을 지원받아 2011년부터 18개월 동안 농촌지역 9개 마을의 주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실험을 했다. 최저생활비보다 높게 책정한 월 24달러를 매달 월급처럼 지급했다. 효과는 놀라웠다. 부채가 감소하고 저축은 늘어났다. 노동의 효율, 생산성은 2배 이상 늘어났다. 심지어 지급된 기본소득을 모아 소규모 창업을 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충남에서는 농민은 물론 농촌 주민으로 대상을 확장한 ‘충남형 농촌주민 기본소득제’ 도입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금산군 등 20~30호 정도 되는 과소화 낙후마을 몇 곳을 선정해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예정하고 있다. 이미 충남연구원에서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실행 모델을 도출했다. 1개 마을 마다 1년에 1억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전북도 전형적인 ‘농도(農道)’로서 지리적·환경적·산업적으로 충남의 상황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더욱이 ‘3농 혁신’을 슬로건으로 내건 충남의 농정과 서로 일맥상통하는 면이 적지 않다. “사람 찾는 농촌, 제값 받는 농업, 보람 찾는 농민”이라는 ‘3락 농정’ 정신과 목적은 농민 기본소득제의 그 것과도 다르지 않다.

전북의 행정, 전문가, 그리고 농민(주민)이 뜻과 지혜를 모은다면 얼마든지, 언제든지 ‘농민 기본소득제’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 정기석 마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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