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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빚어 나그네를 부를지니
술 빚어 나그네를 부를지니
  • 기고
  • 승인 2016.04.19 23: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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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천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지난 주 금요일에는 전라남도 무안을 다녀왔다. 전주에서 승용차로 두 시간 남짓, 무안 땅 초입에 이르면서부터 짙은 녹색의 양파들이 봄빛을 듬뿍 받고 땅 기운에도 힘을 얻어서 마치 세워놓은 죽창들처럼 꼿꼿하게 자라는 모습들이 눈에 가득 드러나기 시작했다. 장차 판로에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는 알 수 없어도 올 양파 풍작만큼은 충분히 예측할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 화제가 양파는 아니다. 양파보다 더 푸르게 ‘남도 르네상스’를 기치로 내건, 전라남도문화관광재단이 출범한다고 해서 가던 길이었으니까.

문화에 관광 융복합 시킨 재단

그쪽 재단 명칭은 원래 문화예술재단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전라북도가 문화에 관광을 융 복합시킨 형태로 재단 이름을 문화관광재단으로 정해놓자마자 재빨리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개명 절차에 들어갔으며 급기야 또 한 차례 출범식을 거행한 것이다. 아, 전라북도에, 그리고 대한민국 천지간 문화관광 모두 복 있으라.

문화에 관광을 접붙여 놓고 이를 기념하는 자리였던 만큼 재단 이사장인 이낙연 지사의 환영사는 온통 관광 얘기로 채워졌다. 전라남도에 관광객 5000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처음 공약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뻥’이라고 손가락질했지만 메르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4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했고, 여수 한 지역만 해도 천이삼백만 명이 다녀가 제주도를 코 바로 밑까지 육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가 불러일으킨 파급력 때문이었을까 하고 필자가 되뇌는 사이에 원인은 이사장 입으로 술술 밝혀졌다. 첫째는 여수 엑스포 영향, 둘째가 KTX 운행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철도여행 프로그램 ‘내일로(Rail路)’,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수를 중심에 두고 동서와 남북으로 훤하게 뚫린 고속도로와 이순신대교 등의 교통망 덕택이었다고 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놀랄만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전체 인구가 5000만인데 그중 팔 할이 넘는 이들이 남도 한 곳을 다녀갔다니까 말이다.

좋다. 바로 어제 19일, ‘문화관광’의 원조 격인 우리 전북에도 문화관광재단이 출범했다. 장소가 전주시내 한 중심가 팔달로 예술회관이니까 양파 밭 가운데 들어선 거기 무안 쪽보다 불리할 건 없다. 게다가 수도권에서 남도를 찾아가는 이들이라면 시쳇말로 우리 땅을 밟지 않고는 그쪽으로 건너갈 엄두를 낼 수도 없을 터다. 굳이 예시하자면 완주 대둔산이나 익산 미륵사지, 전주 한옥마을이며 김제 지평선을 거치지 않고, 일부러 돌아간다면 혹시 몰라도, 제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어도 거기 이르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남도 삼 백리를 향해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를 어떻게든 한 번 불러볼 수는 있어도 손을 잡아끌 순 없다. 대신 여기저기 ‘타는 저녁놀’은 분명 같을 터, 다만 ‘술 익는 마을’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면 나그네 역시 용빼는 재주 없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리라. 막걸리를 적지 않게 좋아하는 필자인지라, 이 말은 거의 진리에 가깝다고 주장하고 싶다.

전북 맛, 멋, 문화로 '술 익는 마을'을

술 익는 마을이 대체 무엇인가? 그게 우리 전라북도의 맛이고 멋이고 또한 문화다. 문화와 관광이 만나 신접살림을 차린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동네, 우리 이웃의 문화예술인들에게 간곡히 제안하고 싶다. 우리도 우리 마을마다 술이 익어가도록 만들자. 어제 출범한 재단이 그 절대적인 재료, 기껍게 누룩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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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견 2016-04-19 16:10:39
막걸리 경연대회를 통한 막걸리 다양화 맛 개선 전주에만 있는 막걸리 등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