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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만은 지키자-생태보고서] '금강하구' 철새들이 선택한 풍요의 땅

가창오리·검은머리물떼새·큰고니...겨울 진객들 나그네길에 찾는 낙원

금강하구를 찾은 겨울철새 가창오리의 군무.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가창오리의 80% 정도가 금강에서 겨울을 난다.(위) 군산시 성덕면 성덕리 금강호 옆에 자리잡은 금강 철새조망대. 지난 2003년 개관했다.(아래 왼) 겨울철 금강하구를 찾은 개리. 천연기념물 제 325호로 지정된 희귀 조류다. (desk@jjan.kr)

"가창오리는 여기 없어요. 며칠 전 부여 쪽에서 배들이 내려오는 바람에 불안했는지 모두 새만금으로 가버렸어요."

 

지난 16일 군산 금강하구둑 철새 조망대에서 만난 자원봉사 해설사가 건넨 말이다. 해설사의 말대로 예전 같으면 가창오리의 군무가 화려하게 펼쳐져야할 금강하구에는 노을 지는 하늘에 셔터를 눌러대는 동호인들과 몇몇 관광객들만 발걸음을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오리가 떠난 자리엔 강물만 소리없이 흐르고 있다.

 

 

△철새들의 지상낙원 금강하구

 

가창오리가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금강하구는 아늑하게 펼쳐진 나포 십자들과 강 건너에 자리한 서천 평야의 곡창지대, 담수호, 하구 갯벌들로 만들어진 철새들의 낙원이다.

 

금강하구에는 사시사철 다양한 종류의 철새들이 찾아든다. 금강하구에서처럼 다양한 종류의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힌다.

 

금강하구 철새들의 서식지는 크게 검은머리물떼새의 최대 서식지인 유부도, 도요물떼새들이 찾는 하굿둑 아래 갯벌, 큰기러기, 큰고니 담수호, 가창오리, 기러기류들이 좋아하는 금강대교 부근의 하중도와 나포면 십자들로 구분할 수 있다.

 

 

△금강의 진귀한 손님 철새

 

금강이 서해와 몸을 섞으며 만든 유부도는 천연기념물 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의 최대서식지다. 군산 내항에서 배로 5분이면 도착하는 이곳은 드넓은 갯벌과 수만년 동안 강물에 흘러와 쌓인 모래톱이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1만여 마리에 불과한 검은머리물떼새의 군무를 볼 수 있어 국내는 물론 외국인들도 먼 길을 마다않고 한걸음에 달려온다.

 

백조로도 불리는 금강의 진객 '큰고니'. 200여 마리가 겨울철 금강을 찾고 강 하구나 저수지에 서식하며 식물의 줄기와 뿌리를 먹고산다.

 

기러기 종류 중 대형종인 천연기념물 325호 '개리'. 올 겨울 금강하구에는 43마리의 개리가 찾아왔다. 1980년대까지는 남북을 합쳐 20여 마리 정도만 볼 수 있는 희귀한 새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825마리가 관측됐다.

 

금강하구에는 부부애를 상징하는 천연기념물 327호 '원앙'과 멀리 바이칼 호수가 있는 시베리아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아온 '가창오리'를 빼놓을 수 없다. 지구상에 생존하는 가창오리 대부분이 우리나라를 찾고 이중 80%는 금강에서 겨울을 난다.

 

5년 이내 멸종 확률 50%, 전 세계에 1200마리만 생존한 것으로 알려진 '저어새'. 시기에 따라 금강하구 주변에서 가끔 모습을 들어낸다. 이밖에 금강하구에서는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와 매, 말똥가리 등 맹금류가 자주 눈에 띤다.

 

 

△갈대밭·갯벌 사리지면 철새도…

 

봄·여름·가을·겨울 금강하구의 기름진 갯벌에서는 긴비행에 지친 도요물떼새, 붉은 부리 등 철새들의 먹이찾기가 계속된다. 그리고 강기슭을 따라 조금 남은 갈대밭에는 먹이를 먹은 철새들이 사람들을 피해 휴식을 취한다.

 

또 지구온난화 영향인지 일부 나그새들은 이 곳에서 겨울을 나기도 한다.

 

그러나 금강하구에는 철새들의 소중한 휴식처이자 은신처인 갈대밭이 얼마남아 있지 않다. 지난해 군산시가 강변 산책로 확대를 위해 채만식 문학관 뒤쪽의 갈대밭 상당부분을 매립해버렸기 때문.

 

그나마 환경단체들이 공사를 막아내지 않았더라면 철새들의 휴식처로, 좋은 생태교육 장소로 활용될 수 있는 곳이 모두 사라질 뻔 했다.

 

 

△주목받는 금강하구의 새로운 가치

 

방조제 완공으로 새만금 갯벌이 사라지면서 금강 하구의 생태적 기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인위적인 생태계 교란이 시작됐기 때문. 염도가 낮아진 만경강 하구로 가창오리들이 이동하고, 새만금 갯벌을 중간기착지로 삼던 도요물떼새들이 금강하구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천군민들이 장항 갯벌을 매립하는 대신 바다와 갯벌을 살리고 생태자원을 통한 어메니티 서천 만들기에 9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장항산단 계획이 취소됐기 때문.

 

새만금 매립을 택한 도민과 갯벌을 살리겠다는 서천군민의 선택 중 어떤 선택이 옳은지는 두고봐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새들이 풍요로운 곳은 사람들의 삶도 풍요롭다는 것이다.

 

/이정현(NGO객원기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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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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