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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성공기업인] ⑦이길환 ㈜길건축사사무소 대표

최근 공모전 당선승률 100%…100명 직원 100억 매출 목표

㈜길건축사사무소의 이길환 대표가 사무실에서 설계한 건물의 모형을 살피고 있다. (desk@jjan.kr)

"건축은 예술입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여행지에는 그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건축물을 설계해 도내 곳곳에 명소를 만들겠습니다."

 

전국 2000개 건축사 사무실 중 상위 1% 안에 드는 ㈜길건축사사무소의 이길환 대표(47).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차별화된 건축 설계로 전북을 대표하는 건축사다.

 

그는 1층을 개방한 필로티(pilotis) 구조와 곡선을 선호한다. 전주대 스타센터, 전북여성교육센터, 농어촌공사 전북본부 등 그가 설계한 건물 대부분은 1층이 시원스럽게 뚫린 구조다. 개방성을 강조하는 건축 철학으로 전주대 스타센터의 경우 5억원의 적자를 보면서까지'소신 설계'를 했다.

 

"건축도 언어입니다. 그동안 공공기관의 건축물은 외벽이 닫혀 있는 폐쇄적인 구조가 많았습니다. 1층의 경우 저는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개방적인 구조를 선호하죠."

 

길건축의 연간 매출액은 80~90억원, 직원 90여명으로 평균 설계 공모 당선율은 50%다. 최근 6개월 동안 당선 승률은 100%로 모두 전국 공모전이었다. 이 대표가 하는 설계 작업의 30%만이 도내에서 이뤄지는 공사다.

 

그의 전문 분야는 전북도립미술관·군산시립박물관 등 박물관·미술관과 전통 건축이다. 지난해 열린 제10회 전북건축문화상 계획작품 부문 일반부에서 '한지를 쌓다(계획안)'가 대상을 수상했다.

 

▲ 어려운 가정 형편에 장학생은 필수

 

군산 옥구가 고향인 이길환 대표는 40여년 생선 장사를 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성장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군산기계공고에 진학했다. 고교 졸업 후 2년 동안 건설회사에 다녔다. 밤에는 의류점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다. 그러나 그는 더 큰 꿈을 꾸었다. 대학을 가야 했다. 주말을 이용해 입시학원에 다니는 각고의 노력으로 대학에 갔다. 대학 4년 동안은 공대 수석을 차지했다. 장학금을 받지 않으면 학교를 다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영어·수학에 대한 기초가 없어서 턱걸이로 원광대 건축공학과에 입학했습니다. 1년 동안은 집에 대학 갔다고 말을 못하고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무장갑도 팔았죠. 청춘, 대학생활의 낭만을 느껴볼 수 있는 미팅·엠티는 엄두도 못냈는데, 지금도 너무 아쉽습니다."

 

어렵게 살아온 그는 직원의 복리후생에 최선을 다한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직원에게는 비용·시간을 지원하고 부모를 모시는 직원의 부인에게는 매년 2차례 포상금을 지급한다. 그는 "일 잘하는 직원도 중요하지만 부모를 공경하는 기본적인 인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건축사 자격증 취득에는 보통 7년 이상 걸린다. 건축사 예비시험에 합격한 뒤 5년 이상의 실무경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5년만에 건축사 자격증을 거머쥐었다. 도내 최초다. 평일에는 설계사무실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서울로 학원을 다니며 얻은 결실이다.

 

그는 지난 1996년 건축사사무실을 설립했다. 실력을 인정받고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 위해 각종 공모전에도 응시했다. "한번 준비하는데 7000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2~3등으로 연속 12번을 떨어지니까 오기가 생겨서 죽기살기로 매달렸습니다. 13번째부터 당선이 되면서 지난해 80%의 당선율을 기록, 현재는 1년에 10건의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당선율 50%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년을 하루 4시간씩 자며 '거침없이' 달려온 이 대표에게 지난 2004년 예상치 못한 메니에르병(Meniere's disease, 현기증·이명·난청 등이 합병해 발작적으로 일어나는 질환)이 발병했다. "2년 주기로 증세가 나타나는데 몇개월 가량을 병상에 누워있어야 합니다. 하루에 20회 가량 구토가 나고, 몸무게가 10㎏씩 줄어듭니다. 너무 힘들죠."

 

▲ 노력으로 한계 뛰어넘어야

 

이 대표는 차별화·특화된 경쟁력을 갖춘다면 학력·지역 등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00억원이 넘는 공사의 설계 공모를 땄을 때 지방기업이 이런 공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듣습니다. 하지만 작품만 좋다면 어느 지역에서도 통합니다. 결국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길 건축과 비슷한 규모의 건축사사무소가 도내에 더욱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년 전부터 다른 지역 업체를 위해 도내 공모에 길건축이 응모를 안했습니다. 하지만 2년 전부터는 타 지역 업체가 물밀듯이 밀려와 도내 공모 중 50% 가량은 응모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지역의 건축 풍토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지역에서 100억원 이상의 공사는 대체로 매년 20~30건인데 설계 공모는 이중 10건 정도이고 나머지는 입찰입니다. 특색있는 건축물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도내의 건축물 디자인 향상을 위해서라면 일정 규모 이상은 공개 공모를 통해야 다양한 디자인을 지닌 건축물로 아름다운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100명-1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우리 사무실은 다른 사무실에 비해 일이 2~3배 힘들지만, 창의적인 디자인을 배우려는 인재들이 계속 몰리고 있다. 지방 건축사무소로서는 꿈의 숫자인 직원 100명에 매출 100억원을 올리는 게 올해 목표다"라며 "미술관에서 5년마다 설계작품 전시회를 개최, 지역 건축문화를 이끌어 가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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