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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성공기업인] (26)김준형 ㈜싱그린푸드시스템 회장

산란닭 가공 내년 수출 1000만불 도전…국내 최초 공장 운영, 하림 따라 익산에 터

김준형 회장이 자사 제품을 소개하는 책자를 놓고 닭고기의 수출 상품과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desk@jjan.kr)

산란율이 떨어진 산란계(鷄)의 뼈를 발라내고 가공해 일본·홍콩·베트남에 수출하고 국내 육가공(햄·소시지) 업체에 납품하는 익산시 용안면 ㈜싱그린푸드시스템. 싱그린을 창업한 김준형 회장(68)은 닭 수출 1위 업체를 이끄는 산란계 가공의 대부다.

 

날개·다리·가슴살·발 등 부위별로 나눠 19년 전 일본 시장 개척, 16년 전 홍콩 시장의 문을 연 뒤 4년 전부터는 베트남에 입성, 지난 2006년 수출액 100만 달러를 넘은 이후 올해는 430만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매월 280만톤의 생닭과 부산물을 출하해 연간 200억원 매출 올리고 있으며, 현재도 수출 확대를 위한 디딤돌을 준비하고 있다.

 

▲ 농촌운동에서 닭 잡는 사장으로

 

고향인 충주에서 농촌운동 을 하다 닭 업계에 발을 들인 김 회장. 26년 동안 '닭을 잡으며' 도계 전문가가 됐다. 지난 1986년 지인으로부터 서산에서 금강종합식품㈜을 동업하자는 제의를 받고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산란계 도계 공장을 운영하면서 닭과 인연을 맺었다.

 

익산시 용안면 ㈜싱그린푸드시스템 공장 직원들이 산란계를 부위별로 나누는 작업을 하고 있다. (desk@jjan.kr)

하지만 당시 도계 시설을 갖추고 기술을 배울 곳은 일본 밖에 없었다.

 

"일본 이바라키현의 한 회사가 여건이 비슷해서 3개월 동안 팩스로 기술 습득을 요청했는데 답이 없어서 무작정 모일모시에 간다고 통보하고 일본으로 갔죠. 그 회사 근처 여관에서 막막한 심정으로 앉아 있는데 다행히 사장이 봉고차로 직접 나와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 회사 직원 6명과 함께 일주일 동안 연수하고 한국에 와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김 회장은 국내에서 최초로 산란계 가공 공장을 운영했다. 대기업 식품회사들이 잇따라 햄 제조에 나서면서 제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후 ㈜하림을 따라서 지난 2001년 익산에 자리를 잡았다. ㈜하림 시설을 빌려 도계 작업을 하던 중 지난 2003년 5월 ㈜하림 공장이 전소되면서 김 회장도 위기가 닥쳤다. 사업을 접으려고 했지만 현장 직원의 요청으로 재기에 나섰다.

 

"전부 타서 컴퓨터 하나도 못 건졌어요. 당시 직원 120명이 갈데가 없어졌죠. 회사를 정리하려고 회사 앞에 있던 가정집에 세를 냈는데 매일매일 현장 직원 대여섯 명이 돌아가며 먹을 거리를 잔뜩 가져와서 설득했어요. 포기하지 말고 우리랑 같이 다시 시작하자고. '이 사람들과 헤어지면 안 되겠구나' 싶어서 지금 위치에 공장을 다시 지었어요."

 

▲ 아침·저녁으로 공장 직접 관리

 

김 회장은 지난 2001년 익산에 터를 잡고 2년 동안은 직접 직원에게 닭 잡는 법을 가르쳤다. 직원들과 함께 발골(뼈를 발라내는 일)·가공을 했다. 닭을 고리에 걸고 털을 뽑은 뒤 내장을 적출하고, 냉각수를 투입해서 7℃ 미만으로 온도를 유지하는 방법 등을 전수했다. 적정 온도를 맞춰야 신선한 생닭이 된다.

 

"닭의 무게·종류에 따라서 나오는 내장 무게가 달라서 공정과 시설에 차이가 있어요. 특히 닭도 자기가 죽는 줄 알기 때문에 최대한 편안하게 죽음을 맞도록 안락실과 같은 환경을 조성해야 돼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맛이 떨어지고 감량이 돼요."

 

요즘 김회장은 월드컵 특수에 이은 7월 삼복 특수로 그야말로 정신이 없다. 그는 오전 6시50분에 출근해 아침·저녁으로 공장에 들어가서 관리한다.

 

하지만 갈수록 도계 작업을 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인력난을 겪고 있다.

 

"현재 생산직원의 연령대는 나처럼 60대가 주력이에요. 산란계·토종닭은 크기가 커서 육계보다 힘들죠. 칼을 잡는 일이고 '오늘 100마리 뚜드려 잡아라'라는 게 일상적인 언어라서 말이 좀 거칠어 지기는 해요. 3D 업종이죠. 전문성을 지닌 후계자가 없어서 걱정입니다."

 

▲ 경영인은 전문성을 바탕 삼아야

 

닭고기 수출시장을 뚫은 김 회장은 회사를 수출 전문 도계회사로 성장시켜 내년에는 수출 1000만 달러에 도전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산란계 숫자는 한계가 있어요. 산란계는 산란이 목적이지 도계는 부차적인 것이지요. 그래서 수출 확대가 벽에 부딪쳤죠. 그래서 앞으로는 토종닭으로 수출 시장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그는 이어 경영자로서 전문성과 치열함을 강조했다.

 

"예전에는 항상 일본발 한국행 비행기 속에서 내 평생 일본 회사처럼 생산시설을 갖추고 수출할 수 있을까하는 회의가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서로 배우는 단계로 수준이 평준화가 됐어요. 이를 위해서는 경영자가 자기 제품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치열한 궁리를 해야 해요. 눈을 뜨거나 감거나 단위 생산량과 매출을 어떻게 늘릴까? 200명의 직원을 어떻게 먹여살릴까? 하지만 이 나이에도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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