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기 내장된 혈당측정기 개발·생산…작년 매출 40억…수익성 높아 경영 안전
살구색 시험지를 혈당측정기 끝부분에 끼우고 얇은 바늘이 끼워진 막대로 능숙하게 손가락에 피를 낸다. 시험지에 혈액을 묻히자 이내 혈당 수치가 나왔다. 혈당측정기를 만드는 군산시 옥구읍 옥구농공단지 ㈜필로시스 최인환 대표(38)는 항상 목에 자사의 제품을 걸고 다니며 때를 가리지 않고 혈당을 측정한다.
지난 13일 인터뷰를 위해 최 대표를 만났을 때에도 제품 설명을 부탁하자 바로 제품 사용법을 보여줬다.
"오늘도 정상 수치가 나왔네요. 이 제품은 올해 독자 브랜드로 만든 상품입니다. 저희 회사가 성장하는 원동력이 될겁니다."
카이스트 출신으로 직장인에서 경영자로 변신한 최 대표. 그는 남유럽 재정위기로 매출이 다소 줄었지만 회사 설립 뒤 4년 동안의 성장요인으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과 '인복'을 꼽았다.
▲ 혈당측정기 시장 밝아
㈜필로시스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으로 국내·외에 혈당측정기를 납품했지만 올해부터 자체 브랜드 제품을 생산, 현재 동남아 국가에 수출하고 연말 국내에 시판할 예정이다.
"현재 주력하는 제품은 만보기가 내장돼 운동에 대한 동기를 부여합니다. 보통 인구 10%가 당뇨병 소유자입니다. 독감이 전체 인구의 5% 미만인데 10%면 시장 전망이 아주 밝아요. 게다가 아직은 경쟁자가 적은 시장이에요."
지난 2003년 설립해 2006년 13억원, 2007년 30억원, 2008년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년 두배 가까운 성장을 한 셈이다. 지난해 남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주거래국인 이탈리아의 발주 감소로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할 전망이지만 수익성이 30% 전후인 의료기기의 특성으로 타격이 덜 하다.
"창업 이후 빠른 성장에는 다소 거품이 있었고 지금이 저희 회사의 실제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실력을 쌓을 기회입니다."
▲ 노마드(nomad·유목민)적(?)인 삶
최 대표의 고향은 여수, 자란 곳은 울산, 초·중·고는 서울, 대학은 대전, 첫 직장생활은 청주였다. 게다가 공장도 자금 사정 때문에 수원에서 안양을 거쳐 군산으로 이전해 왔다.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대기업 반도체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외환위기 직후였다. 회사는 다른 회사에 합병되는 수순을 밟고 있었다. 그는 회사를 그만 둔 뒤 의료기기 전문업체에 입사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는데 회사에서 신사업을 하지 않으니까 마땅히 할 일이 없었습니다. 신규 직원도 뽑지 않아 2년 내내 막내였죠. 대기업이라고 하지만 보너스가 삭감돼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근무했었죠. 그래서 대기업을 나와 지인의 권유로 의료기기 전문업체에 입사하면서 혈당측정기 개발을 주도했습니다. 외환위기가 저에게는 기회였습니다."
그가 개발을 주도한 혈당측정기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경영진과의 의견 충돌로 당시 개발을 주도했던 최 대표 등 몇몇 직원은 하나 둘 회사를 떠났다. 그는 지난 2005년 ㈜필로시스를 인수하며 경영자가 됐다.
▲ 변화를 즐겨, 거래국 확대 계획
최 대표는 변화에 대한 거부감·저항감이 적다. 항상 이동하는 삶을 살았던 그에게 변화는 긍정적인 사고와 함께 원동력이었다.
"그때 대기업에 그대로 있었다면 IT업계에서 근무하는 수만명의 개발자 중 하나였을 겁니다. 하지만 의료 전문 업체에서 혈당측정기를 출시하면서 저만의 전문분야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어요. 요즘 젊은층은 손쉽게 결과물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내가 얻기 쉬운 정보는 남들도 똑같이 가질 수 있어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합니다."
의료기 시장은 사람의 생명과 관련돼 제품에 관해서는 보수적이지만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은 존립의 관건이다.
"혈당측정기는 10년 전에 시장에 나왔지만 지금도 팔립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기술은 아닙니다. 10년 전에는 4~10㎛(마이크로미터)의 피를 뽑았지만 점점 통점 이하를 자극하도록 바늘의 굵기가 얇아져 현재는 0.5㎛, 심지어는 나노 단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까지 측정하고 LED를 이용해 전기화학방식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방식을 개발하는 등 연구·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는 하반기에 독자 브랜드 제품에 주력하고 거래국가를 다변화할 예정이다.
"현재 거래국이 이탈리아 1개국이지만 앞으로 7개국으로 거래선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혈당측정에서 혈액분석 등으로 제품을 확장해 신성장동력도 마련할 겁니다. 또한 5년 뒤에는 모든 직원이 정해진 시간에만 근무하는 회사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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