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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평면서 만나는 자연의 '깊은 울림'…전주서신갤러리 소장품전 '판화 속의 풍경전'

故 지용출 유작 등 총 22점 24일까지 전시

故 지용출의 판화는 어둡고 외롭다. 서울 토박이인 그가 전주에 내려와 이방인으로서 느낀 인간적인 공허함이 검고 거친 선으로 집과 나무, 산과 들을 만들었다. 황토종이에 질경이며, 도라피, 파 등을 그리면서 변신도 해봤지만, 장식품 이상의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전주의 숨결과 전주의 혈맥을 찾아 현대판 지도 작업을 해왔던 그는 이제 가고 없지만, 판화가 지용출의 삶은 영원히 기억된다. 바로 그의 유작을 통해서다.

 

 

전주 서신갤러리(관장 박혜경)가 열고 있는 소장품전 '판화 속의 풍경전'. 고인을 비롯해 김양희 유대수 이상조 정미경 정원철 정환선 차순호씨의 판화 22점이 전시되고 있다.

 

석판화'변산 갯벌(1999)', 동판화'여름(1995)', 목판화'흙(2001)'을 통해 고인을 추억해볼 수 있다. 1994년 부안 곰소 중학교로 발령 받은 아내를 따라 무작정 내려온 그는 개발에 의해 사라져가는 뻘밭을 새긴 '변산 갯벌'을 내놓았다. 김제 용지로 작업실을 옮겨 흙을 닥에 섞어 황토종이를 직접 만들어 새긴 '흙'도 이 때 만들어진 것이다.

 

유리와 금속의 표면에 비친 세계를 보여주는 정희경씨는 동판화 중 메조틴트 기법을 사용한다. 동판에 많은 점을 찍고, 그 자국을 지워가며 밝게 만드는 기법으로 사진처럼 보인다. 미묘한 흑백의 변화와 세밀한 선이 실제와 가상, 꿈과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스페인 국제 판화제 수상작이다.

 

유대수씨의 목판화 '강 - 건너다'는 강을 건너는 남자의 모습과 빈 여백을 조화시켜 여운을 남긴다. 정원철씨의 리놀륨 판화 '검은 소나무'는 소나무의 강인함과 민중의 정서를 교차시켜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표현했다. 정환선씨의 석판화 '바람이 불어서'는 나무, 구름, 돌 등을 통해 내면을 드러냈으며, 차순호씨의 수인 목판화 '생명의 터'는 마치 붓으로 그린 것 같은 농담의 번짐이 느껴진다. 이상조씨의 실크스크린 'In the Nature'는 생명의 울림을 화려한 색감으로 나타냈다.

 

김은주 서신갤러리 큐레이터는 "방학을 맞아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제작된 판화를 감상하기 위한 기획전"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여러 판화 기법과 재료로 풍경을 그려낸 수작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24일까지 이어진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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