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회사 대이어 경영…시장 요구따라 제품 다변화 작년 120억원 매출
반세기가 넘은 역사를 지닌 전주시 팔복동 ㈜삼화금속. 지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주에 5개의 주물공장이 있었지만 현재는 삼화금속만 남았다. 장인의 대를 이어 삼화금속을 운영하는 황호남 대표(61)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제품을 생산한 점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공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설비를 생산하는 곳인 주물공장은 작은 중공업 공장으로, 삼화금속은 한국철강·세아베스틸·두산중공업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최근 뿌리산업 육성이 대두되면서 주물공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삼화금속은 지난 2007년 114억원, 2008년 1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경기침체로 120억원으로 떨어졌지만 올해는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160억원의 매출을 전망하고 있다.
황 대표는 "자수성가한 사람에 비해서는 능력이 모자란다"며 "그저 회사가 망하지 않게 이끌고 있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 경박단소(輕薄短小)에서 중후장대(重厚長大)로
삼화공업사는 지난 1956년 황 대표의 장인인 고(故) 손종규 회장이 설립했다. 가마솥·쟁기 등 농기구와 난로, 구멍탄용 온수보일러 등을 생산했다. 이후 난방용 주철 방열기(라디에이터), 분쇄용 고크롬 강구 등을 만들었다.
1990년대에는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 시멘트 공장의 분쇄기에 들어가는 특수강구를 납품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제지용 드라이어 쉘, 대형 공작기계 소재, 화력·풍력발전기 부품 등 다양한 산업기계용 주물제품을 매월 1300톤까지 생산하고 있다.
50년 동안 작은 농기구에서 풍력발전기 부품까지 크기와 품질을 키웠다.
"남들도 쉽게 만드는 제품은 채산성이 떨어져 경쟁력이 없습니다.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제품 전환이 필요합니다. 시대의 조류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야 존속 가능합니다. 차별화를 두기 위해 남들이 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다 보니 부피가 큰 제품을 만들게 됐습니다."
▲ 얼굴도 안 보고 사위로 낙점
황 대표는 지난 1978년 장인의 강권으로 ㈜삼화금속에 입사해 1990년 고인이 된 장인을 대신해 경영자가 됐다. 지난 1973년 황 대표의 아버지는 기업은행 전주지점장이었는데 장인 회사가 거래처였다. 당시 황 대표는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강원산업㈜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장인께서 제 전공에 점수를 후하게 줘서 얼굴도 보지 않고 사위감으로 낙점하셨죠. 저도 셋째 딸에 음악을 전공했다는 말에 마음이 솔깃했죠."
하지만 입사 뒤 석유파동으로 회사가 어려움을 겪었다.
"사위랍시고 왔는데 계속 적자가 나고 주위의 기대치에 못 미처 많이 힘들었어요."
석유파동을 극복하고 안정기로 접어들자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거래처였던 삼미종합특수강 등에서 10억원을 받지 못해 위기를 맞았다.
또한 장인이 공장 이전 문제로 지난 1979년 설립한 다른 주물공장을 경영하던 처남이 지난 2001년 초 회사문을 닫고 2005년 말 유명을 달리한 아픔도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중국 제품과의 경쟁으로 고전했다.
"최근에는 중국도 임금·원자재 상승으로 원가가 높아져 품질이 앞선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졌습니다."
지난 2007년부터 풍력 발전기 부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세계 유명 업체에 풍력발전 부품을 납품하기 위해 1년 넘게 매달렸습니다. 전면을 비파괴검사 해서 조금이라도 결함이 있으면 불량 판정을 받곤했어요. 이 과정에서 납품처의 요구에 따라 공장 시설도 개선했지만 결국 금융위기로 납품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정작 물건은 구매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기술력을 쌓고 내실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조선·풍력을 차세대 동력으로
현재 산업기계용 설비 생산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황 대표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신재생에너지가 각광을 받으면서 관련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인 만큼 차세대 동력원으로 판로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조선 관련 부품 개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장인으로부터 배운 경영인의 자세를 바탕으로 '값싸고 질좋게 만들자'는 경영 방침을 밝혔다.
"장인은 주물과는 거리가 먼 분이었지만 본인의 노력으로 회사를 일군, 자수성가한 분입니다. 그분의 끈기있고 부지런한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 적응하며 소비자가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게 생존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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