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55) 슈베르트의 사랑과 우정(3)

그의 창조력은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슈베르티아데에서는 시낭송과 저녁음악회뿐만 아니라 때로는 무도회, 연극도 행해졌다. 가끔은 바흐,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다. 슈베르트는 이 모임에서 항상 더 없이 쾌활하고 명랑하였다. 슈베르트의 친구같은 선배 슈파운은 슈베르티아데에 귀한 친구들을 소개했다. 그 중 한명인 시인 마이어호퍼는 슈베르트의 가곡을 듣자 마자 바로 슈베르트의 천재를 느꼈다. 친해진 둘은 마이어호퍼의 집에서 2년 정도 함께 생활하며 시와 음악으로 우정을 노래하니 '나는 천장이 가라앉고, 빛은 맞은편 건물에 가리워진, 낡은 피아노와 허술한 책장만 놓여있는 방에서 슈베르트와 함께 지냈던 날들을 잊지 못한다. 그의 창조력은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시와 음악에 대한 사랑은 우리를 내면적으로 긴밀히 맺어주어 나는 시를 쓰고 그는 작곡을 했다.' '말해보라, 누가 그토록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노래를 가르쳤는가.' 마이어호퍼는 슈베르트를 그렇게 칭송했다.

 

역시 슈파운의 소개로 알게된 쇼버는 슈베르트의 이름을 합성하여 '쇼베르트'라고 불릴정도로 슈베르트와 절친한 우정이 되었다.

 

'친애하는 쇼베르트! 그래, 네 이름을 쇼베르트라고 부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좋아, 쇼베르트야, 너의 편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귀중하고 즐거운 것이었다.'

 

쇼버의 한 편지에 대한 슈베르트의 답장이다. 비교적 넉넉했던 쇼버는 슈베르트가 작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신의 방 하나를 내주기도 했다.

 

아름답고 즐거운 예술이여

 

마음이 서글퍼진 어둔 때

 

고운가락 고요히 들으면

 

언제나 즐거운 맘 솟아나

 

내 방황하는 맘 사라지네.

 

누가 뜯고 있는 가락인지

 

뉘 지은 가락인지

 

꿈결같이 끌려서

 

어느덧 불타는 정열의 그 나라로

 

이 마음 끌려가네

 

쇼버의 시 '그대 예술의 연인이여'에 슈베르트가 작곡한 편하게 부를 수 있는 노래 '음악에'다. 시인과 음악가의 우정은 이렇게 시와 음악을 조화시켜 아름다운 가곡으로 꽃 피었다. 쇼버는 특히 슈베르트보다 29살이나 더 많은 당시 유명한 궁정오페라 가수 포글을 슈베르트에게 소개하여 우정을 맺어준 덕에 슈베르트는 더불어 유명해질 수 있었다. 유명한 성악가 포글이 크고 작은 무대에서 슈베르트의 가곡을 노래하니 슈베르트의 이름은 널리 알려지게 되는 것이다. 슈베르트는 포글의 음악회에서 반주를 맡기도 했으며 연주여행을 함께 다니기도 했다. 슈베르티아데에 참석한 포글을 '새'라는 뜻의 '포겔(Vogel)'로도 불렀다니, 나이 차이가 있어도 그들의 우정은 허물이 없었던 셈이다.

 

쇼버와의 절친한 우정은 그러나 그와 더불어 즐겼던 낭만의 무절제함 때문에 얻은 몹쓸 병으로 슈베르트의 삶이 짧디 짧은 삶이 되게 하였으니…….

 

/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군산"기초의원 다치면 '두번' 챙긴다"···상해보상 ‘겹치기 예산’

자치·의회서난이 전북도의원 “전북자치도, 금융중심지 지정 위해 분골쇄신 필요”

자치·의회최형열 전북도의원 “지사 발목 잡는 정무라인, 존재 이유 의문”

사건·사고‘남원 테마파크 사업 뇌물 수수 의혹’⋯경찰, 관련자 대상 내사 착수

국회·정당도의회, 전북도 2036올림픽추진단 올림픽 추진 업무 집중 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