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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넘긴 국악인생 "언제나 지금이 가장 좋아"

'김일구류 아쟁산조' 27일 온고을소리청 개청 10주년 공연

'김일구의 아쟁은 말을 하는 것 같다.'

 

최종민 전 국립창극단 단장은 '김일구류 아쟁산조'를 이렇게 평가한다. 장월중선으로 이어지는 김일구류 아쟁산조는 판소리 가락을 접목시킨 게 특징. 그는 "가락이 슬플 때도 있지만,'부야'가 날 때도 있고, 웃을 때도 있다"며 "계면조에 의존한 아쟁에 판소리에 담긴 인생의 희노애락을 얹었다"고 했다.

 

2000년 국립국악원을 정년하며 전주 한옥마을에 온고을소리청을 차린 지 10년을 맞아 '명불허전 - 김일구류 아쟁산조'를 올린다. 60년을 넘긴 국악인생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순간을 묻자 망설임 없이 "'지금'이 가장 좋다"고 했다. 후회 없이 살았다는 뜻이다.

 

"우리 예술할 때는 참 가난했어요. 소리만 제대로 배우면 배곯는 일은 안해도 될 것 같았죠. 국악으론 생활이 어려워 수박장수, 생선장수 안해본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안 배운 도둑질은 못하겠더라고요."

 

그는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기악부(아쟁·1979)와 판소리 명창 장원(1983)을 휩쓴 유일한 명인이다. 소리를 먼저 시작했지만, 열일곱 무렵 변성기로 목이 꺾일 수도 있겠다 싶어 장월중선 선생을 찾아가 아쟁산조를 배웠다. 여성국극단 공연으로 부산을 찾았다가 원옥화 선생의 가야금산조에 빠져 제자가 됐다. 강태홍에서 원옥화로 이어지는 가야금산조는 그를 통해 대물림되고 있다.

 

"제자요? 제자가 맞느냐 아니냐도 가리기 힘들 만큼 많습니다. 제자의 제자까지 합하면 셀 수도 없어요. 어림잡아 500명쯤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소리만 하고 다니는 것 같아도, 아쟁을 가르친 제자들이 더 많습니다.(웃음)"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의 준보유자이기도 한 그는 '적벽가'의 웅장한 기개와 바위를 뚫을 것만 같은 호탕한 소리를 좋아한다.

 

"'적벽가' 중 '조자룡 활 쏘는 데'나 '적벽강 불 지르는 데'도 좋지만, 세월이 가면서 감정이 결이 잘 표현돼 있는 '군사 설움타령'이 좋아지고, '심청가'가 끌리네요."

 

김 명창은 이번 무대에서 '심청가' 중 '용궁 속에서 모녀 상봉' 대목을 부른다. 그의 든든한 지원군인 김영자 명창(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단장), 제자들과 함께 '어사와 나무꾼'도 선보인다. 김 명창과 40명으로 구성된 아쟁합주단이 준비한 '40人의 김일구류 아쟁산조','40人의 新 뱃노래'는 주목을 모은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전수교육조교인 임이조(서울시립무용단장)의 한량무, 원장현(국립국악원 민속단 악장)의 대금산조도 어우러진다.

 

"요즘은 '스피드 시대'잖아요. 국악도 청중의 입맛에 따라 빠르게 변화되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옛 것 그대로 보존하고 가꾸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봐요. 전통이 너무 무거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국악을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예술로 거듭나게 하는 일은 멀고도 험한 과제. 26일 '김일구 선생 예술세계에 관한 세미나'에서는 심인택 우석대 교수, 이관웅 전북대 교수, 황미연 전주대 교수가 그의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 명불허전 - 김일구류 아쟁산조 = 27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김일구 선생 예술세계에 관한 세미나 = 26일 오후 1시 전주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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