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이 락·합창과 빚은 '아름다운 선율'
곡 쓰는 일은 고통이다. 작곡가들은 새 곡에 대한 목마름에 하루에도 열두 번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27일 전주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에서 열린 류장영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단장의 첫 작곡 발표회 '소래 하나 꿈 두엇'. 국악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그의 노력을 보여준 진일보한 무대였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에도 객석은 2/3 이상이 메워졌다. 국악이 락, 남성합창, 대중가요와 주제와 변주를 한 곡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첫 곡은 '락(樂·Rock) 쑥대머리'. '춘향가' 중 '쑥대머리'를 락큰롤 선율에 얹어 강하면서도 거친 음색으로 풀어냈다. 소리꾼 이용선씨가 '남산만한 배'로 옥방에서 낭군을 그리워한 춘향의 애절한 마음을 담아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전달했다.
가야금연주단의 작곡을 맡는 것도 대중과 호흡하고 싶은 류 단장의 고민에서 비롯됐다. 전주가야금연주단이 2009년 위촉한'비상(飛翔)'은 어릴 때부터 등에 날개가 돋았으면 하고 희망했던 그의 어린 시절이 담겼다. 화려한 선율의 25현 가야금이 2~3 파트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순수했던 어린 시절 비상의 추억으로 안내했다.
"고등학교 때 성악을 했다"는 류 단장은 이날 즉석에서 깜짝 선물로 '청산에 살어리랏다'를 불렀다. 남성합창'너에게 묻는다'를 소개하는 자리. 이 곡은 안도현 시인의 시'너에게 묻는다'를 반복하면서 선율과 리듬의 변화를 시도했다. 판소리가 다른 장르와 만나려면 새로운 어법을 찾아야 한다는 류 단장의 철학이 반영된 곡. 이날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남성합창단 T&B가 부르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는 이 구절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다. 가장 음역이 낮은 대아쟁의 독주곡 '불곡무봉(不曲無縫)'은분위기가 다소 무거웠다. 전혜선씨가 대아쟁을 누르고 흔들고 켜고 튕기는 등 다양한 기교를 시도했으나, 졸음에 겨워 고개를 떨군 이들이 대다수. 류 단장은 "한없이 편안해지는 곡이라 잠이 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곡을 너무 잘 쓴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남원에서 태어났지만, 완도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에게 바다는 고향이나 마찬가지. '바람에 실린 꿈'은 섬 사람들의 고단함 삶이 너울댄 곡이었다. 장엄한 분위기의 '정회정(停回淨)'은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위해 겨울을 맞는 곡으로 마음을 안온하게 했다. 1시간 30분도 넘는 공연이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악이 내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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