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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57) 베를리오즈의 환상 ①

독특한 환상세계, 관현악 음악으로 표현

낭만시대 음악들은 이야기있는 음악이 많다. 이야기가 있는 음악은 그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표제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낭만시대 음악을 보편적으로 표제음악(program music)이라고 한다. 고전시대 음악의 중심이 교향곡이나 협주곡, 소나타 등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절대음악(Abstract music)인 것과 비교되는 셈이다. 낭만시대 작곡가들은 자신의 하고싶은 이야기를 음악으로 한 경우가 많다. 물론 낭만음악에도 교향곡이나 소나타, 협주곡 등 고전시대 전통을 따르는 음악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낭만시대의 낭만은 들려주고싶은 이야기가 하도 많아서 고전시대 음악의 특징인 응축된, 절제된 표현의 한계에 머물수가 없었다. 한없이 펼치고 싶은 상상을 균형잡힌 교향곡, 소나타, 협주곡의 형식에만 담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낭만음악은 형식의 틀을 벗어난 음악이 참 많다. 아예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창시하기도 했다. 이야기를 교향악으로 들려주는 교향시라는 장르를 창안한 리스트, 오페라보다 더 장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음악극(Music drama)을 창안한 바그너가 그 대표적 예다. 그들 못지않게 들려주고싶은 이야기가 많은 베를리오즈(Louis-Hector Berlioz·1803-1869)도 그만의 독특한 환상세계를 역시 관현악 음악으로 표현했다. '어느 젊은 예술가의 생애와 에피소드'라는 부제가 있는 '환상교향곡'이 그 음악이다. 교향곡에 이야기가 있는 표제를 붙이는 것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착상이었다. 교향곡은 순음악, 절대음악의 중심에 있는 음악장르이기 때문이다.

 

피아노 한 대 없는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베를리오즈! 그는 피아노는 없었지만 플루트와 기타로 음악과 친해질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가로로 부는 피리를 불기 좋아하자 아버지가 플루트를 사주었던 것이다. 음악에 점점 빠져든 그는 아버지 책장에 있던 라모의 '화성론'으로 혼자 공부하여 10대에 이미 작곡을 하였다. 의사 집안인 가풍이어서 의사 되기를 원한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의대에 진학한 베를리오즈는 18세 때 어느 날 당시 유명하던 글루크의 오페라를 보고온 뒤 의사의 길을 그만두고 작곡가가 되겠다고 결심하였다. 음악을 위안 삼아 베를리오즈는 어떻든 의대 학부과정은 마쳤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망이 식지 않고 계속 끓어오르자 스물셋 비교적 늦은 나이에 그여히 파리음악원에 정식으로 입학하여 르쉬오르(Jean-Francois Le Sueur·1760-1837)와 라이하(Antoine Reicha·1770-1836)에게 작곡을 배웠다.

 

베를리오즈는 몇 차례의 시도 끝에 칸타타 '사르다나 팔로스의 죽음'으로 로마대상(Grand Prix de Rome)을 타며 작곡가로서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 로마대상은 프랑스예술원에서 기량이 뛰어난 작곡가에게 주는 상으로서 수상자는 로마에 가서 공부와 작품 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 장학금을 주는 상이었다. 스물일곱살 베를리오즈는 이때 사랑의 열병을 앓게되니 셰익스피어의 극 '햄릿'과 '로미오와 줄리엣'을 본 후 두 작품의 여주인공이던 아일랜드 여배우 해리엇 스미드슨에 홀딱 반하게 된것이다. 인기있는 여배우에게 애송이 작곡가의 사랑이 눈에 보이겠는가? 그녀의 차가운 냉대에 참담해진 베를리오즈는 환상의 나래를 펴 본인의 자서전적인 '환상교향곡'을 작곡한다. 환상 이야기를 교향곡으로 표현한 것이다.

 

/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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