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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민 이용선생, 한국미술관 개관 2주년 초대전

절제미와 현대미 품은 金文의 묵향…370여점 선보여

(좌)相和, 산민 이용 선생. (desk@jjan.kr)

'글씨 쓰기는 매일 밥 먹는 것과 같다.'

 

서예가 산민(山民) 이용 선생은 재주도 재주려니와 부지런함을 타고 났다. 글씨 쓰는 것을 매일 밥을 먹고 옷을 입는 일상으로 여겼을 만큼 당최 한 눈 파는 법이 없다. 그의 금문(金文·중국 은·주나라 때 청동기에 새긴 문자)의 미감은 동지 섣달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 같은 것이다. 무른 습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마음을 깨우는 문구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열네번째 개인전. 1996년부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만들고 총감독으로 이끌다가 '전업 서예가'로 돌아왔다. 작품에 몰두하고 싶어서였다.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이 개관 2주년을 맞아 그를 초대했다.

 

실로 방대한 이번 전시에서는 '망왈불국(罔曰弗克)'을 비롯한 총 61점과 금문으로 쓴 명문 100선 전문 등 37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매일 일기쓰듯 조금씩 써서 오랫동안 완성한 것. 그 성실성과 진지성으로 자신의 글씨를 살찌웠다. '금강경' 전문을 금문으로 쓴 '금강경 10폭 병풍'과 '반야바라밀다심경'등은 불법의 세계에 먹물옷을 입혀 맑은 향기를 품게 한다. "평생 글씨를 가까이 하고 쓰되 글씨로 밥은 먹고 살지 말라"고 했던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구도하듯 붓을 잡고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으면서 한 자 한 자 써내려갔다. 「시경」「서경」이나 「채근담」, 「목민심서」에 나오는 것으로 마음 공부가 될 만한 글귀도 많다.

 

금문 공부는 깊고 높은 산을 넘기 위한 과정과도 같다. 오래된 글씨를 공부하는 것은 남다른 공력이 요구된다. 앞뒤 좌우 글자와 서예 변천사를 살피면서 추측하거나 만들어야 하는 글자가 많아서다.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현대서예로 갔다가 1990년대 다시 전통서예로 돌아왔다. 문자의 상형성을 변화시켜 회화적으로 표현한 것은 큰 실험이자 도전이었다. 그림과도 같은 글씨에 색이 가미, 고전의 구절을 형상으로 표현한 작품은 그 당시 썼다.

 

전통서예에 근간을 두면서도 현대적 조형미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글씨 앞에서 고루하다거나 진부하다는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 맞춰 한국과 중국의 명문장 100편을 골라 금문으로 전문을 쓴 「명문 100선」는 금문 서예의 금자탑이다.

 

마음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라는 말처럼 그의 글씨는 또 다른 채움으로 다가온다.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엮으면서 펼쳐내는 금문 서예의 향기는 깊고도 그윽하다.

 

▲ 한국미술관 초대전 산민 이용 = 15~21일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 15일 오후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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