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4 22:24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전시·공연
일반기사

[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59)베를리오즈의 환상③

전통적 편성 벗어난 독창적인 관현악, 상상의 자유 표현

가사없는 악기의 음악, 기악 음악이 음악예술의 최선이라며 음악을 절대음악, 성격음악, 묘사음악(표제음악)으로 구분한 것은 E.T.A.호프만(Ernst Theodor Hoffmann·1776-1822)을 비롯한 작가들이었다.

 

호프만은 모차르트를 너무도 존경하여 자기 이름에 모차르트의 이름 아마데우스(Amadeus)를 넣어 자기 이름을 아예 '에른스트 테오도어 아마데우스 호프만' 즉 'E.T.A.호프만'으로 바꾼 음악가이자 작가다. 그는 그림도 잘 그렸다. 다재다능한 호프만의 상상 판타지는 낭만음악에 큰 영향을 주었다. 작가로서의 그의 이야기에는 환상, 부드러운 서정, 생생한 공포 등 다양한 주제들이 가득했다. 오펜바흐(Jacque Offenbach·1819-1880)는 이같은 호프만의 몇 이야기들을 오페라'호프만의 이야기들'로 작곡하기도 했다. 호프만은 12곡 정도의 오페라와 합창곡들, 기악곡들을 작곡했다. 그러나 그의 음악에 대한 예술적 평가는 그리 높지 못한 편이다. 다만 낭만 미학에 대한 논의와 제언으로 낭만음악에 끼친 그의 영향만은 크게 평가된다. 그가 작곡한 오페라 '운디네(1816)'에는 민속적 선율과 초자연적 장면 등 낭만적 특색들이 잘 나타나 있어 독일 낭만 오페라에서는 슈베르트보다 그가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와 같은 미학의 낭만음악 한 중심에 있는 베를리오즈! 환상을 현란한 교향악으로 들려주기 위해 혁신적 발상을 한 베를리오즈는 그의 환상을 위해 관현악 편성도 독창적으로 구현했다. 관현악 악기편성은 전통적으로 목관악기 수에 따라 2관, 3관편성이 정해지고 그에 따라 현악기 숫자도 정해지는 것이 보통인데 '환상 교향곡'에서 그는 플루트는 두 대인데 저음역인 목관악기 바순은 네 대 그리고 하프를 두 대 편성하는 등 환상적 이야기의 극적 효과를 위해 전통적 편성을 벗어난 독특한 관현악 음향으로 상상의 자유를 표현했다. 환상적 음향을 위해 바이올린을 활등으로 켜서 소리내게 하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관현악기 연주법도 요구하였다. 한 예로 '환상교향곡'의 3악장 '전원풍경'에서는 스위스의 알프스 전통악기 알펜호른 효과를 내기 위해 호른을 무대 뒤에 배치해 목동의 피리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효과를 내게했고, 점점 커지는 천둥소리를 네 대의 팀파니로 묘사하는 등 새로운 발상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같은 베를리오즈의 독창성은 "소음도 음악소재다."라고 주장하는 미래악파나 "침묵도 음악이다."라고 주장하는 우연성음악 등 현대 음악의 등장에 힌트를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판타지를 위해 전통에 구애받지않던 베를리오즈는 음악에 필요한 새로운 주법이나 기법들도 악보에 빽빽하게 써놓았다. 하도 복잡한 그의 악보를 보고 멘델스존은 "그의 오케스트레이션은 도무지 정리안된 난장판 같아서 그의 악보를 보고나면 꼭 손을 씻어줘야한다."고 했다니 넉살이었겠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다. 베를리오즈는 관현악에 대한 그와같은 새로운 발상들을 정리하여 책 「악기론 과 관현악법」(1843)을 펴냈다. 이 책의 구체적이고 풍부한 내용은 바그너, 말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같은 작곡가들이 영향을 받았고 20세기 스트라빈스키, 올리비에 메시앙 등도 그의 창의적인 관현악법을 칭송하며 공부했다고 한다. 오늘날도 많은 작곡가들은 베를리오즈의 관현악법을 관현악을 공부하는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베를리오즈는 환상을 표제적교향악으로 표현하여 교향악의 새로운 음악세상을 연 낭만음악의 대가이다.

 

/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