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화재·IMF 고통 극복, 혁신경영으로 '돌파구'
"하림에 2000만불 투자를 확정합니다"
지난 98년 IBRD산하 국제금융공사로부터의 2000만불 투자승인이 떨어지는 순간, 나는 생애 20여년의 고단함을 한순간에 지울 수 있었다.
목을 조여오던 IMF의 어둠을 걷어내고 하림은 다시 한번 일어서게 되리라는 확신이 눈 앞에 펼쳐졌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손대기 어려운, 420억원을 들여 대지 1만8000여평, 건평 1만1000평 규모의 육가공 공장을 증축한 것이 97년 8월이었다.
그러나 그 초현대식 공장을 제대로 가동할 겨를도 없이 들이닥친 IMF라는 국가적 한파는 탄탄했던 하림 역시 어쩔 도리없는 궁지로 몰아 넣었다.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일까. 하림 가족들은 상여금 반납을 통해 적극적인 회사 구하기에 나섰고, 국제사회에서도 풀뿌리 기업에서 전문기업으로 자리잡은 하림의 역량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줬다.
이와같은 내외부의 도움이 갈라진 토양의 단비가 돼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 것이다.
오로지 닭과 함께 한 한우물 인생 20여년, 남들은 나에게 '닭의 대가'라는 닉네임을 달아줬다.
하지만 정작 나는 아직도 닭 앞에서 가슴 설래하고 희망에 부푸는 열한살 초등생이다.
초등학교 4학년, 삐약대는 병아리 십여마리에 정신이 팔려 시작된 닭과의 인연은 청년기를 지나 장년기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여전히 나의 화두다.
하루 30여만 마리, 하림의 닭은 이제 전 국민의 식탁위에 오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하림은 단순히 닭을 키워내는 기업이 아닌, 식품을 가공하고 그 식품이 전국적인 유통망을 통해 배송돼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켜 주는 닭고기업계의 국내 최대 기업이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 닭고기 KS 인증, 국제 품질규격 ISO9001 획득,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에 이르기까지 하림의 닭고기는 그 품질과 안전성이 국제적으로 입증됐다.
그러나 앞만보고 숨가쁘게 달려온 날들이 결코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닭 키우기 자체가 1차산업이다 보니 시장형세에 좌우되는 한계를 극복해야 했다. 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획기적 변화가 필요했다.
여기서 터득한 것이 닭을 가공, 식품으로 만들고, 유통라인을 통해 직접판매로 이어지게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나아가 맛과 신선도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3차 선진서비스산업으로 뛰어 오를 수 있었다.
이 경영시스템의 도입은 업계의 일대 혁신을 일궈내기 시작했다.
농장에서는 통제불가능한 닭의 가격과 유통구조를 안정적인 가공라인과 유통망시스템으로 우리나라 양계산업을 한단계 높은 궤도에 올려 놓은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서구취향의 음식문화 속에서 나는 닭고기의 세계제패를 꿈꾼다.
요즘 나는 식품산업의 최종 지향점인 생명공학으로의 업그레이드에 눈을 돌리고 있다.
닭고기에서 건강한 생명만들기에 기여하는 기능성 식품과 치료제 개발로 생명중심의 식생활 문화를 창조해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목표를 향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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