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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63)오네게르의 퍼시픽231

'칙칙폭폭' 기차 소리, 관현악 음악으로 재밌게 표현

우리는 익숙한 것에 대한 친근함과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을 함께 즐기며 산다. 귀에 익은 음악은 우리를 나긋하고 편안하게 해주지만 새로운 음악은 흥미로운 소리들을 들려주며 우리의 삶을 생생하게 해준다. 20세기 프랑스 작곡가 오네게르(Arthur Honegger·1892~1955)의 <퍼시픽 231(pacific 231)·1923> 은 지금은 아련한 추억의 풍경이 되고 있는 '칙칙폭폭' 소리내며 달리는 기차를 음악으로 표현한 새로운 묘사음악이다. 출발할 때 천천히 나는 칙칙폭폭, 점점 빨라지는 칙칙폭폭, 빠르게 달리는 칙칙폭폭, 경적 울리는 소리, 정차하는 소리들을 관현악 음악으로 재미있게 표현했다. 익숙함과 새로움을 조화시킨 20세기 클래식인 셈이다.

 

오네게르는 프랑스 6인조, 이른바 '레시스 Les Six'의 일원이다. 레시스는 오네게르를 비롯한 비슷한 연배의 미요, 풀랑크, 타이페르, 오리크, 뒤레 의 여섯 작곡가를 프랑스적인 음악을 작곡하여 프랑스 긍지를 높힌 음악가들이라며 한 프랑스 기자가 러시아 민족주의 음악가 그룹 '막강한 5인조'에 비견하여 붙힌 명칭이다. 이들은 아방가르드적 새로운 음악을 내놓으며 전통적 음악에 충격을 준 선배 음악가 사티(Erik Satie·1866~1925)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물론 이들 여섯 음악가는 서로 성향이 다르고 추구하는 음악도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들은 미학적 동감의 6인조라기 보다는 우정에 의한 6인조이다. 그러나 이들은 다같이 자연스러우며 듣기 좋은 선율의 필요성을 느꼈고 깨끗한 화음을 선호했으며 프랑스적인 감정 표현에 동감했다. 이들의 음악은 20세기 음악이지만 단순하다. 새롭지만 친해지기 쉬운 음악이다. 이들이 영향 받은 사티의 미학이 '껍질 벗기기'였다. 솔직하자는 미학이다. 음악가는 특별한 능력의 천재가 아니라 다만 소리로 음악을 만드는 일꾼이라는 것이다. 사티가 세상을 떠나자 이들은 서로 유대감은 가질지언정 함께 묶인 '6인조'라는 호칭은 더 이상 좋아하지 않았다.

 

오네게르는 부모는 스위스 인이지만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스위스 취리히 음악원에서 음악공부를 시작했으나 2년 후 파리로 와 파리음악원에 입학하여 바이올린과 화성학, 대위법, 푸가를 공부했고 뱅상 댕디(Vincent d'lndy·1851~1931)에게 지휘도 배웠다. "많은 사람들이 말과 여자에 매력을 느끼듯, 나는 기관차에 사로잡혀있다."고 말할 정도로 어려서부터 기차를 좋아했던 오네게르는 달리는 기차의 인상을 묘사한 작품 '퍼시픽 231'을 작곡하여 찬사를 받는 것이다. '퍼시픽 231'의 대상인 열차는 프랑스에서 1906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기관차로 100여 년 전 이미 시속 120km로 달릴 수 있는 고속열차였다. 숫자 231의 의미는 2는 기관차 맨 앞의 작은 바퀴 둘을 의미했고, 3은 가운데 있는 큰 바퀴 셋, 그리고 1은 뒤에 있는 작은 바퀴 하나를 의미했다. 231은 기관차의 바퀴 수인 것이다. '퍼시픽 231'은 발표되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현대성이 뛰어난 묘사음악으로 열광적인 찬사를 받았다.

 

오네게르는 오라토리오 '다윗 왕'을 작곡하면서도 아마추어 합창음악 전통에 그레고리오 성가, 바로크의 다성 음악, 재즈 등 고전과 현대의 여러 양식들을 결합하여 친근함과 새로움을 조화시켰다. 전통을 존중하면서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하고 대담한 독창적 음악으로 새로움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킨것이다. 그는 「나는 작곡가이다」라는 자서전을 출간하기도 했다. '퍼시픽 231'은 증기기관차 타고 여행하던 옛날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클래식이다.

 

/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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