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에서의 4년은 허송세월이었다."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중앙수비수 심우연(26)은 친정팀 FC서울에서 보낸 4년의 기억을 이렇게 표현했다.
축구 명문 동북중·고를 나와 건국대를 거쳐 FC서울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심우연은 장밋빛 미래만을 생각했다.
공격수로 서울 유니폼을 입을 당시 최용수와 김은중, 정조국이 최전방 라인에 배치돼 자신은 끼어들 공간조차 부족했지만 K리그 최고팀에 입성했다는 것만으로도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006년 첫해 9경기를 뛰었던 심우연은 이듬해 15경기에 나서며 서서히 기지개를켜는 듯했다.
하지만 전남 드래곤즈와 K리그 정규리그 경기를 치르다 왼쪽 무릎 십자 인대가 파열됐고 그때부터 심우연이라는 이름은 FC서울에서 잊혀졌다.
2008년엔 한 경기도 뛰지 못했고, 2009년엔 고작 2경기 출전에 그쳤다.
당시 FC서울을 이끌던 세뇰 귀네슈 감독은 누누이 심우연의 단점을 지적했다.
스트라이커로서 볼을 등지고 돌아서는 기술이 너무 미흡하다는 것이었다.
심우연은 "당시에 나도 내 단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머리로는 이해를 해도 몸이따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1년이라도 다른 팀으로 임대돼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던 심우연은 결국 2010시즌을 앞두고 동기 김승용과 함께 결국 전북으로 건너왔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하대성과 이현승을 서울에 주는 대신 심우연과 김승용을 선택했다.
심우연은 최강희 감독과의 만남을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봤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최강희 감독의 지시에 따라 심우연은 배번을 3번으로 바꿔 달고 중앙수비수로 전격 나섰다.
최강희 감독은 "우연이는 공격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20%에도 못 미쳤지만 수비수로선 100% 성공할 것을 예감했다"며 당시 결단에 대해 설명했다.
"몸싸움도 약하고 헤딩 능력도 수비형에 가까웠다"는 최강희 감독은 "한국 수비수 중에 우연이처럼 196㎝의 큰 키에 저런 스피드를 가진 선수는 없다"며 대형 수비수로선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우연은 "아직 상황 판단이나 경기 운영 능력이 떨어진다"면서도 "매번 감독님이 직접 몸으로 시범을 보이시며 가르쳐주셔서 많은 보탬이 된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심우연은 인도네시아 원정길에 오르기 직전 성남 일화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골 넣는 수비수' '제2의 이정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심우연은 그런 표현이 달갑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였다.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공격수 옷을 입고 FC서울에서 4년간 뛴 경기는 모두 26경기. 하지만 심우연은 지난해 전북에서 총 29경기에 나서 팀의 정규리그 3위를 이끌었다.
심우연의 이름은 어리석을 우(愚)에 탈 연(燃)이다.
심우연은 "내 이름처럼 지난 FC서울에서의 생활은 어리석은 불장난이었다"며 "이제야 내 자리를 찾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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