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전당 개관 10주년 사진전 여는 유백영 씨…전주 3대 축제 등 찰나의 감동 400여점 선봬
세상에는 다양한 피사체가 있다. 생동하는 자연, 근사한 건축물, 아름다운 사람…. 하지만 그는 사람을 통해 메시지가 가장 잘 전달될 수 있다고 믿었다. 찍는 자와 찍히는 대상 사이에 교감이 가능한 피사체는 오직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이인권·이하 소리전당) 전속 사진작가 유백영씨(57)가 세번째 개인전 '무대, 사람 그리고 유백영'을 갖는다. 특별 초대전에는 소리전당 10년의 곡진한 역사가 담겼다. 그가 소리전당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소리전당 전국 사진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부터. 역사의 중심에는 첼리스트 장한나, 세계적인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 연극 배우 박정자 등 국·내외 스타를 비롯해 가야금 명인 황병기, 안숙선 명창 등 명인·명장의 꾸밈없는 흐트러진 미(美)가 살아 있다.
"유명인을 찍으면 같이 유명세를 탈 수도 있겠지만, 유명인에게 흡수될 수도 있는 단점도 있습니다. 친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진들이 있어요. 말은 잘 못하지만, 진심으로 다가가면 다 알아주더라구요. '좋은' 사람이면, 아예 선물로 액자를 만들어 줘요. 침착하기만 할 것 같던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도 못 잊어 했어요."
인물 사진은 모델이 잘해줘야 가능하다. 하지만 공연 사진은 그보다 더 어렵다. 어떻게 하든 고정된 자리에서 공연자 자신도 모르는 표정을 담아내야 하는데 순식간에 잡아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 그는 "무대 연출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잘 나가는' 법무사다. 그의 운명이 뒤바뀐 것은 사진가 방덕원씨가 사진을 권유하면서부터. 처음에 반한 건 카메라의 속도였다. 그림은 최소 3개월 이상 걸리지만 사진은 5분 만에 결과가 나오는 게 신기했다. 하지만 "그 속도가 함정일 수 있다는 걸 깨닫기엔 시간이 한참 흘러야 했다"고 했다.
처음엔 일관되게 자연을 찍었다. 흑백을 주로 하는 단색으로 찍는 그의 산과 바다는 관념적인 대상이었다. 해 뜨는 장면에 꽂혀 해가 뜨고 지는 과정만을 찍기도 했다. 해만 질리도록 많이 찍던 시절 사진가는 '햇빛 노동자'라고 여겼다.
"자신의 주관을 갖고 있어야 돼요. 무엇을 어떻게 어떤 색깔로 찍을 것이고, 사진을 통해 무엇을 얘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찍으면 돼요. 자신을 먼저 발견하고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찍어야만 자신만의 사진이 나오죠."
그에게 '사진집을 내자', '전시를 하자'는 제의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돈 생각하고 찍는 게 아니에요. 돈은 달리 벌면 되지요. 내 사진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공익적인 목적으로 쓰여지길 바래요. 손해본 듯 살아야지 삶도, 사진도 주도권을 쥘 수 있어요."
이번 특별전은 소리전당 개관부터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1300여 개 공연, 소리전당과 성장해온 전주국제영화제·전주세계소리축제·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걸어온 지난 10년의 발자취다. 열정적으로 무대를 채워준 지역의 예술단체가 걸어온 길을 조망하는 사진들까지 합하면 총 400여 점이 전시된다.
그동안 찍은 필름은 1만 장 정도 된다. 죽을 때까지는 1000만 장이 될 것 같다. 장 수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꼭 훌륭한 사진이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공연물을 더 잘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자신의 '이중 생활'이 행복하기만 하다.
그는 본보에 '유백영이 기억하는 명인·명장의 얼굴(가제)'을 담는다. 평생을 올곧게 살아왔으나 잊혀져가는 '쟁이'들의 삶을 추억한다.
"예술을 한묶음으로 보면, 사진은 그 위력을 돋보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북 문화의 자부심은 우선 토박이 문화가 존재해야 하고, 그 문화를 후대들이 배우면서 키워야 하는 것 같아요. 그것을 기록해나가고 싶습니다."
완주에서 태어난 그는 중앙대 사진창작과정을 수료하고, 전북사진작가협회, 가톨릭사진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두 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 등을 진행한 바 있다.
▲ 한국소리문화의전당 10주년 특별 사진전'무대, 사람 그리고 유백영' = 4월15일 ~ 5월 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 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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