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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삶과 놀이, 재탄생시킨 치열한 기록

삶의 '희노애락' 한국적인 미의식으로 풀어내…서양화가 유휴열씨 도립미술관 서울관서 개인전

인간은 누구나 신을 품고 산다. 그 신을 불러내는 것은 예술이다. 서양화가 유휴열씨(61)에게 신석정 시인은 예술의 화두를 건넨 은인. '아름다움이란, 예술이란 일상의 삶 속에 있다는 것'이다. 가혹했던 겨울의 그림자가 걷힐 무렵 신석정 시인의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떠올렸다. 우리네 냉가슴에도 어둠을 뚫고 봄이 왔으면 좋겠다 싶었다.

 

"10년 만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담은" 개인전 '생(生)놀이'을 연다. 그의 알류미늄 주름판은 차갑기 보다는 투박하면서도 따뜻했다. "가슴 속에 품어두었던 갈증은 모두 풀었다"는 이번 전시는 물량만도 대규모 트럭으로 대여섯대 분이나 됐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형식과 기법을 두루 섭렵해 삶의 희노애락을 한국적인 미의식으로 풀어낸 전시다.

 

작품은 평면부터 설치 조형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캔버스, 동파이프, 알류미늄, 철망, 세라믹, 도자, 아크릴, 유화물감, 철가루 등 섭렵한 소재도 화려하다. "젊었을 때, 힘이 될 때 큰 걸 해둬야 한다"며 대작도 많이 내놨다. 색을 뚫고 바닥을 솟아오르는 듯한 강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 유난히 많다. 그 거대함으로 생놀이를 압도하면서도 세련된 미감의 오방색을 결합해 삶의 근원을 찾으려는 일관된 한국적 미의식을 은밀하게 드러낸다.

 

"내가 작품을 통해 회복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잃었거나 잃어가고 있는 생명력과 그 놀이의 정신입니다. 그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야 해요."

 

춤꾼들을 엉겨낸 연작'추어나 푸돗던고'도 내놨다. 해동가요의 시조로부터 의미를 따온 이 작품은 '말을 하고 또 해도 부족하여 춤을 추어 근심과 걱정을 풀었던가'란 뜻이다. 무당의 춤사위에서 풀어내는 한, 질펀하게 두들겨 대는 풍물 가락이 강한 생명력으로 되살아나길 기대했다.

 

그의 작품에는 신명난 춤사위 같은 활력이 있다. 어릴 적부터 오늘날까지 그림 하나만을 위해 살아온 그에게 그림에 대한 집념과 신명은 어느 누구보다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는 유화전도 따로 마련했다. 지난해 지독한 무더위로 붓질만 하고 돌아서면 유화가 금새 말라 신나게 몰입했다. 물질문명에 침식당하는 우리에게 그는 인간성의 회복을 묻는 이 작품들은 따뜻하면서도, 생동감이 살아 있다. 그의 평생 화두인 '생-놀이'의 새로운 주제와 변주를 시도한 치열한 과정의 기록이다.

 

△ 유휴열 개인전 = 13~26일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JMA 스페이스. 유휴열 유화열 유화전 = 13~26일 서울 인사아트센터 제3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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