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5 01:05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전시·공연
일반기사

완주 오스갤러리, 독일인 첫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 초청전

"겉으로만 전통문화 소중하다고 외칠뿐 제대로 아낄 줄 아는 사람들 거의 없어"

현대무용가 홍신자씨의 남편이자 독일인 최초로 한국학자인 베르너 사세가 작품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desk@jjan.kr)

베르너 사세(70·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석좌교수)는 '눈 파란 한국인'에 가깝다. 나이를 물으면 "41년생, 용띠"라고 대답하고, 고향이 어디냐고 질문하면 "전라도"라고 말한다. 독일인 최초 한국학자로 독일 보쿰대학에서 한국학을 공부해 '계림유사에 나타난 고려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쯤 되면 그는 분명 '한국 사람'이다. 지난 3일 완주 오스갤러리에서 초청전을 갖게 된 그는 지난해 재혼한 현대무용가 홍신자씨와 동행했다.

 

 

"나는 미술을 전공한 적이 없어요. 가장 친한 친구도 내가 그림을 그린다는 걸 모를 정도였죠. 2006년 담양에 살 때 우연히 술을 가지러 작업실에 들어가는 나를 따라왔다가 그림을 보고 전시를 적극 권해 시작했습니다. 최근에 그린 것은 아니고, 마음 속 자연 풍광을 풀어낸 겁니다."

 

그가 한국에 '꽂힌' 것은 언제부터 였을까. 1966년 개발 원조 사업을 위해 4년간 머문 게 한국과의 첫 인연이다.

 

"나는 본래 호기심이 많은 사람인데, 태어나서 온갖 신기한 일을 보고 들으면서, 솔직히 충격 받았어요. 그래서 학자가 됐죠. (웃음)"

 

독일로 돌아간 그는 보쿰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 '한국인도 어려워하는' 한국어 뿌리 찾기를 시도했다.

 

"이곳 사람들은 한국어의 기원이 알타이어라고 하는데, 그거 엉터리에요. 한국은 적어도 고려시대까지 남·북한 계통어만 있었어요. '삼국유사'가 쓰여진 것은 500년 후라구요. 그게 정말 정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는 한국사회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전통문화 회귀에도 일침했다. 겉으로만 전통문화가 소중하다고 외칠 뿐, 실제 이를 제대로 아낄 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문도 제대로 모르면서 전통문화 재건하자 하는데, 나는 그게 답답해요. 담양 소쇄원 들어가는 길에 맨 처음 나오는 초가집이 있어요. 그게 대봉대라는 건데, 봉황을 기다리는 장소라는 뜻이죠. 봉황은 귀중한 손님을 말합니다. 봉황이 좋아하는 오동나무, 대나무도 심어놨죠. 결국 소쇄원의 아름다움은 자연에 대한 철학에 있을 겁니다."

 

그는 이어 "전북에도 그런 명소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문화에 애착을 갖는 이들이 하루 빨리 눈뜨게 됐으면 한다"고 했다.

 

독일 보쿰대와 함부르크대에서 한국학 정교수를 지낸 그는 유럽한국학회를 만들어 1~2년마다 학술대회를 여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폈다. 2006년 정년퇴임한 뒤 40년 만에 고향을 찾듯 한국으로 왔다. 그는 현재 창평의 고씨 종가집을 빌려 대나무와 벗하며 산다. 이번 전시는 7월31일까지 완주 오스갤러리에서 계속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