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내리는 23일 아침, 현대자동차 전주공장(공장장 조덕연) 상용생산관리부 고광국 기술주임 등 직원 10여명이 각종 연장과 청소도구 등을 잔뜩 챙겨들고 완주군 고산면 어우리 한 다문화가정 집 대문을 밀고 들어섰다
전날 밤 9시부터 이날 아침까지 이어진 철야근무를 마치기 무섭게 피곤한 몸을 무릅쓰고 그들은 사랑의 집수리 봉사활동을 위해 이 집을 찾았다.
집이 워낙 낡아서 요즘 같은 장마철이면 비가 새는 등 침수피해 위험이 높고, 자칫 잘못하면 붕괴 등 안전사고마저 우려되는 터라 도움의 손길이 시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고산농협 다문화지원센터를 통해 사랑의 집수리 봉사활동 대상 가구 중 한 곳으로 선정된 이 집은 멀리 캄보디아에서 온 외국인 신부와 그 남편이 자녀 1명, 노모와 함께 살고 있는 저소득층 가정. 자기 소유의 논밭이 거의 없어 일용직 노동을 통해 근근히 생활고를 해결하다 보니 집수리 같은 건 엄두도 못 내고 있는 형편이다.
이날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직원들은 구석구석 쌓인 묵은 먼지들을 말끔히 청소하는 한편, 빗물이 샐 가능성이 있는 곳이나 붕괴 위험이 있는 곳들을 찾아 꼼꼼히 수리했다. 이들은 또 낡은 벽지와 장판들을 일제히 뜯어내고, 새 장판과 벽지로 집안 분위기를 일신하기도 했다.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 신부 M씨(여·26)는 "자동차를 만드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전문적으로 도배 장판 하는 분들 이상으로 어찌나 꼼꼼하고 솜씨 좋게 일들을 하는지 정말 깜짝 놀랐다"며 "밤새 일하고 퇴근하자마자 달려오셨다고 들었는데, 죄송한 마음도 들고 한편으론 이분들 덕분에 올 여름 비 피해 걱정없이 잘 살 수 있겠구나 싶어 너무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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